지난해 정보통신기술(ICT) 품목 수출이 크게 감소하고, ICT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ICT 수출 1등 공신인 반도체 수출이 크게 꺾였기 때문이다. 특히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수출 단가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 다만 반도체 수출 감소세가 둔화하고 있고, 상반기에 수요가 몰리면서 올해 2월 중 반도체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일 발표한 '2019년 연간 및 12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5.7% 감소한 951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33.0% 감소한 630억달러, 시스템 반도체 수출액은 2.9% 하락한 257억달러였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반도체 비중도 줄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중 반도체의 비중은 17.3%로 1위였다. 이는 2013년부터 7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지만, 전년 역대 최대 실적을 보이며 처음 넘었던 20% 선은 무너졌다.
산업부는 ICT 수출이 부진을 딛고 올해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기저효과와 데이터센터, 스마트폰 등 수요 증가에 따른 단가 상승이 예상된다"며 "또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시스템 반도체 강화가 지속되면서 올해 ICT 수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감소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 신호로 분석한다.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액만 떼놓고 보면 72억81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7.7%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1.5% 소폭 감소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부진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5~11월 반도체 수출액 평균 감소율이 -30%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드디어 바닥에서 벗어나는 추세가 나온 것으로 평가된다"며 "2월부터는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비 '플러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상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수출의 역성장 폭이 완화되고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며 "2019년 1월 수출 부진 이후 기저효과, 메모리반도체 가격의 하락폭 완화 등으로 반도체 수출 흐름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가파르게 떨어졌던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 회복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서버와 그래픽, PC와 TV 등 (D램) 전 분야에서 고른 성장이 나타날 전망"이라며 "(모바일 D램의) 연간 총 수요의 상당 부분이 상반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가 맞물리는 올 상반기 D램 가격의 상승 탄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