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와 정부가 집값 안정에 대한 잇단 초강경 발언을 내놓은 가운데 이번에는 전세 시장 옥죄기에 나섰다. 본격적인 봄 이사철을 앞두고 실수요자로 간주했던 1주택 소유자에 대한 전세대출 금지 규제를 본격 시행하면서 전세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금융당국은 규제의 부작용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수요자라고 이런저런 예외 규정을 두고 '봐주다'보면 규제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시행되는 전세 대출 규제의 골자는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 보증을 전면 금지하고 전세대출자가 고가주택을 매입한 사실이 적발되면 전세대출을 회수하는 것이다. 이날부터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보유한 수요자들은 SGI서울보증의 전세대출보증을 받을 수 없다. 어디에서도 전세대출을 어디서도 받을 수 없다는 뜻으로 강남을 포함한 서울 전역에 거주 중인 1주택 대출자를 정조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작년 11월을 기준으로 이미 9억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과 조치로 이미 전세대출을 이용 중인 고가주택 소유자에 대해서는 기존 대출을 기계적으로 연장하는 경우에 한해 해당 전세대출의 만기에 대출 보증을 계속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서울과 수도권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전세대출 연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전세 대출 규제로 가장 난감한 상황은 전세자금대출 연장에 실패한 집주인이 살던 집으로 돌아가겠다며 갑자기 집을 빼달라는 경우다. 서울 강북에 9억이 넘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강남에 전세를 살고 있는 수요자라면 집주인 전세를 빼달라고 할 경우 기존에는 강남의 다른 곳으로 이사가면 됐지만 이제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강북에 자신이 살던 집으로 되돌아가던지, 아니면 집주인과 협의해 반전세로 돌린 뒤 일부 월세를 내면서 기존 수준의 강남 전셋집을 구해야 한다. 실제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강남 일부 단지 부근의 부동산공인중개업소에는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된 매물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서둘러야 한다. 정부가 집주인 사정 등으로 전셋집을 이전해야 하는 경우를 고려해 3개월의 유예기간을 준 것이라 4월 21일까지만 적용되어서다. 기존 대출에 대해 기계적인 연장만 가능하기 때문에 집주인이 갑자기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하는 경우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이럴경우 강북에 살던 집 전세금을 올려 충당하는 방법이 가장 적절하기 때문에 2차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강남에서 시작된 전세 대란이 서울 전역으로 퍼질 가능성이 커진다.
부동산 업계는 고가주택을 보유한 1주택 전세 대출자라면 대출 만기시 난감한 상황에 부딪힐 수 있어 꼼꼼히 관련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 만기가 안되면 반전세나 싼 전세로 이동이 불가피하다"며 "사전에 자금 계획을 꼼꼼히 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