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李의 종로, 黃의 험지` 유감](http://contents.dt.co.kr/images/202001/2020012002102269660001[1].jpg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李의 종로, 黃의 험지` 유감")
오는 4·15 총선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 253명과 비례대표 47명을 뽑게 된다. 지역구 의원은 전체 300석의 84.3%에 해당된다. 대의민주주의제도에서 총선은 말 그대로 지역 유권자의 대리인을 뽑는 선거다. 이들 국회의원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면서도 지역구 발전을 도모하는 역할을 부여받는다. 나아가 지역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선거 2~3개월 전 주소 이전으로 그 지역 대표자가 되겠다고 나서는 것, 그 자체가 '넌센스'이다. 심지어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은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으나 아직도 선거구를 정하지 못했다. '지역의 현안이 무엇인지, 이웃들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도 못한 채 서둘러 국회의원 출마 선언부터 하는 풍토다. 마뜩잖은 것은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 황교안 대표는 본인의 험지 출마를 선언하며 당 중진들에게도 수도권 험지 출마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험지는 그동안 거주하지 않았던, 연고 없는 지역을 의미한다. 당으로서는 인지도를 앞세운 전략공천일 수도 있겠지만 유권자는 지역과 관련없는 인물들을 놓고 선택하라는 강요를 받을 뿐이다.
물론 위법은 아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25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출마할 수 있다. 지방의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과는 달리, 해당 지역에 얼마간 살아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하지만 국회의원 출마자들은 대부분 출마지역으로 주소지를 옮긴다. 다른 지역에 살면서 한 표를 호소한다는 것이 얼마나 염치없는 일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뿐이다. 주소를 이전해서 선거기간 상대진영으로부터 낙하산이라는 공격을 무디게 만들면 그만이다. 마음이 없기에 감동도 없다. 그래서 이 전 총리나 황 대표가 갑작스럽게 종로로 이사하는 것보다 본인들이 거주하던 서울 서초구에서의 출마가 더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
국민들은 20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로 부른다. 국회의원 개인 이익과 진영논리로 일관했던 국회로 기억한다. 20대 국회의 문제는 무엇보다 정치 엘리트들이 지역구와 후보자를 마음대로 정하는 의원후보자 선정과정부터 시작됐다. 소수의 권력자들이 공천권을 휘두르는 상황에서는 지도부의 지시가 언제나 최우선이다.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올 리 없다. 반면 유권자들에게 국회의원 출마자들은 언제나 '그 나물에 그 밥'일 뿐이다. 이번에도 한국당이 싫어 민주당 후보를 찍거나, 민주당이 싫어 한국당 후보를 찍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그렇다면 21대 국회 역시 20대 못지않은 최악이 될 것이다. 지역당원들이 국회의원 후보자를 결정하는 상향식 공천이 아니더라도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들의 자격에 대한 나름의 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구 의원 출마자는 적어도 6개월 전부터는 해당 지역에서 살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염려스러운 점은 서울의 강남 3구(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출마자가 70명 가까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 실제 지난해 한 조사에서는 20대 국회의원 298명 중에서 67명이 강남 3구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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