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해운업계가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2020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배기가스 정화장치(스크러버)를 설치키로 가닥을 잡았다. 정유업계는 정유황유 사용량 증가로 새로운 시장을 기대했지만, 해운사들의 달라진 전략에 호재도 멀어지는 분위기다.
1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올 상반기까지 보유선박 중 70%에 벙커C유의 탄소배출량을 억제하는 배기가스 정화장치(스크러버) 설치를 완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018년부터 IMO 2020 대응을 위해 스크러버 설치를 준비해왔다"며 "장기적으로 유류비 절감 등 효과가 예상되는 등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IMO 2020은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제한하는 환경규제다. 액화천연가스(LNG) 연료선을 변경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해운사들은 기존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거나 기존 벙커C유 대신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한다.
스크러버 설치에는 통상 1척당 50억~100억원이 소요되고 기간도 두달 내외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적적으로 시간과 비용투자가 만만찮은 만큼 대부분 글로벌 선사들은 스크러버 설치 대신 저유황유 사용을 검토했다.
하지만 저유황유 가격이 벙커C유보다 1.5~2배가량 비싼 데 부담을 느끼면서 스크러버 설치로 방향을 선회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대형선사의 경우 설치율이 5~10% 수준에서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정유사들은 IMO 2020 시행에 발맞춰 대규모 투자에 추진해 새로운 먹거리시장을 노렸다. SK에너지는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 구축했고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최초로 특허출원한 초임계 용매(액체와 기체 성질을 동시에 가진 물질) 기술이 적용된 저유황유 생산설비를 구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해운사들이 스크러버 설치로 방향을 틀면서 기대감은 희석되는 흐름이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은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실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작년 3분기 누적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은 2조7700억원으로 전년보다 52% 급감했다. 4분기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여 재고자산 평가익이 예상되지만 궁극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IMO 2020 시행에 따른 낙관론은 당분간 후퇴할 전망"이라며 "주요 항구에서 저유황연료유(LSFO) 재고가 충분하고 혼합저유황유가 엔젠 계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선박회사들이 경유 혼합 저유황연료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흐름은 변수가 워낙 많고 글로벌시장에 대한 정보도 상대적으로 부족해 올해 전망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IMO 2020 시행에 대한 호재가 계속 지연되는 분위기고 글로벌 공급과잉은 여전해 실적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현대오일뱅크가 독자적인 초저유황선박유 생산공정을 개발해 국내 특허를 출원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제품 판매에 들어갔다. 사진은 충남 서산 대산공장 내 VLSFO 공정 전경.<현대오일뱅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