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주택거래허가제 언급에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민심이 발칵 뒤집혔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기정 정무수석은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택거래허가제'를 언급한 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치킨값이 많이 올랐으니 일주일에 2마리 이상 사먹는 소비자에게는 '치킨세'를 매기고 치킨 구매 허가제도 실시해야 한다",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내 집을 사고팔 때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소리"라며 "허가를 못 받으면 집을 사고팔지 못한다. 한 70%는 벌써 공산주의가 다됐다"고 비판했다.
주택거래허가제는 참여정부 때 검토돼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주택거래허가제는 주택을 거래할 때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하는 제도다.
참여정부가 2003년 10·29 대책에서 토지공개념 도입 방침을 밝히고 그 일환으로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여론의 반대에 밀려 도입을 보류하고 차선으로 주택거래신고제를 시행했다.
그 이후 2005년 8·31 대책 등 중요 부동산 대책을 낼 때도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이 면밀히 검토됐으나 결국 제도화되지는 못했다.
사유재산권 행사를 직접적으로 제어하는 것이어서 초헌법적인 발상이라는 반대 여론이 만만찮았다.
그러나 토지의 소유와 처분을 공익을 위해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의 토지공개념을 주장하는 진영에서 보면 도입하지 못할 제도는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강기정 수석이 주택거래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보다는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식으로 중화한 표현을 쓴 것은 이 제도의 이름을 꺼내는 것 자체가 가지는 폭발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전날 오후 "강 수석의 발언은 개인 생각을 말한 것일 뿐, 정책으로 반영되려면 더욱 정교한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논란 확산을 막았다.
그러나 부동산 커뮤니티 상에서는 좀처럼 논란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민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거냐?", "왜 정무수석이 저런 말을 할까, 저자만 강남에 아파트 못샀나 보네", "국민들이 단체 소송이라도 내야 겠네"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주택거래허가제가 도입될 경우 강남 등지의 인기 학군 지역 진입로가 막혀 피해를 보는 수요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인기 학군 내에서도 자금이 필요해 집을 팔아야 하는 수요자들이 주택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2차 피해 사례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공급 부족 불안감이 정점으로 치닫으면서 주택거래허가제 시행 전 강남 등 서울 핵심지로 진입하려는 수요들이 부동산 가격을 급등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 정책 주무부처 수장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주택거래허가제 도입과 관련한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앞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주택거래허가제 도입 방안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청와대가 연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와 초유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사진은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