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3法으로 새로운 시장 열려
연구개발 조직 갖춰 솔루션 개발
연구개발 조직 갖춰 솔루션 개발
엔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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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산업 현장을 가다 ② 엔코아
A통신사는 과거 신상품 개발에 두달 가까이 걸렸지만 이제 하루면 끝난다. 전사 데이터 구조를 바꿔 민첩한 상품개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축산·양계기업인 B사는 사료와 곡물시장 정보를 활용해 한달 후 축산물 시황을 예측하고 이에 맞춰 상품을 준비한다. 자동차보험사인 C사는 가입자의 나이, 보유차량 등 자체 보유 정보에 내비게이션 회사가 가진 운행정보를 결합해 맞춤형 보험상품을 내놓으려 한다.
'데이터 3법 개정안' 통과로 관련 기업에 더 큰 기회가 열렸다. 비식별 조치한 외부의 개인정보를 내부 데이터와 결합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명재호 엔코아 부사장은 "국내 대표 기업들은 어디에서 외부 데이터를 가져와 내부 데이터와 결합하고, 무슨 주제로 분석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지 전사 차원의 고민을 시작했다"면서 "특히 데이터 3법 개정으로 기업의 관련 투자가 봇물을 이룰 전망"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의 개인식별 수준을 1부터 10까지 했을 때 과거에는 2레벨 정도 익명정보까지만 외부 공유가 가능했지만 법 개정으로 7레벨 정도로 높아졌다. 2레벨로는 서울 서초구 내 신용카드 결제총액 정도를 알았다면 7레벨은 서초구 내 20대 남자가 스포츠용품을 얼마나 구매했는지를 알 수 있는 수준이다. 보다 정밀해진 외부 정보에 합법적 활용 동의를 받은 자체 정보를 활용하면 과거에 불가능했던 파괴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달라진 시장환경과 기업수요에 맞춰 전문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졌다. 컨설팅을 주업으로 교육과 솔루션 사업을 병행해온 엔코아는 올해 '글로벌 데이터 솔루션 기업'을 천명하며 변신에 나섰다.
20여 년간 데이터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면서 쌓은 전문성을 토대로 기업들에 새로 열린 데이터 시대에 맞는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명 부사장은 국내 데이터 분야의 거두로 꼽히는 이화식 대표와 1997년 회사 설립 첫해부터 호흡을 맞춘 창업멤버이자 데이터 아키텍처·품질 전문가다. 선경인더스트리 재직 시절 갑의 위치에서 이 대표를 만난 명 부사장은 만난 지 3개월 만에 한 배를 타기로 뜻을 모았다.
이화식 대표는 DB(데이터베이스)의 개념조차 낯설었던 1990년대 초·중반에 세계적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이 대표가 쓴 전문서적 '대용량 데이터베이스 솔루션'은 국내 관계형DB 분야 바이블로 통했다. 두 사람이 경리직원 한 명과 시작한 엔코아는 현재 국내 대표 데이터 기술기업이자 전문가집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데이터 관련 방법론과 노하우를 책이나 교육을 통해 대부분 공개하면서 '데이터 전도사' 역할도 해 왔다.
명 부사장은 "업무처리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이터 1기, 업무에 쌓인 데이터를 고객관리, 마케팅 등에 활용하는 2기를 거쳐 이제 제3의 물결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여기에다 클라우드 전환에 앞서 데이터 체계를 정비하려는 수요도 많다.
23년간 쌓은 노하우를 솔루션화해 더 많은 고객들에 해법을 제공하는 게 회사의 전략이다. 40명 규모로 솔루션 연구개발 조직을 구성하고 3년 전부터 데이터 3기 시대를 내다본 투자를 해 왔다. 명 부사장은 "법 개정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훨씬 넓어졌지만 품질은 다른 얘기"라면서 "많은 기업이 전사 데이터 정책·거버넌스·프로세스를 갖추지 못한 채 무작정 모으고 분석하다 보니 데이터 품질이 떨어지고,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본격적인 활용과 외부 데이터 결합을 목전에 두고 난관에 봉착한 기업들은 한발 물러서서 데이터 관련 기본 틀을 다시 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전사 데이터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CDO(최고데이터책임자) 조직을 구성해 정책과 통제체계, 프로세스를 만들고, 데이터 아키텍처와 용어를 정립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엔코아는 데이터 현황과 품질, 구조, 관리체계를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데이터 거버넌스, 조직 구성, 인력 양성, 관리방법론까지 구체적인 해법을 주는 것. 이 과정에서 그동안 컨설팅의 보조도구로 주로 써온 솔루션에서 본격적인 승부를 걸 때가 됐다는 판단이다.
명 부사장은 "작년에 솔루션 사업의 가능성을 증명했고, 고객들의 평가도 달라졌다"면서 "국내 대표 기업의 데이터 관련 이슈와 해법을 공유하며 현장에서 검증된 방법론을 녹여 넣은 게 우리 솔루션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데이터웨어'라는 브랜드로 데이터 분석, 설계, 운용, 관리 등 데이터 전 과정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내놨다. 데이터 모델링, 메타데이터 관리, 품질관리, 흐름관리, 영향분석, 데이터이행, 운영관리 기능을 갖췄다. 패키지 솔루션뿐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로도 제공한다. 모든 솔루션은 플러그인 형태로 별도로 도입할 수 있고, 웹 기반 통합 관리포털을 제공해 운영관리가 쉽다.
엔코아는 상반기 중에 3개 솔루션을 추가해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계획이다.
명 부사장은 "개인정보보호 규정 강화로 누가 데이터를 다루고 어떤 행위를 했는지 기록을 남기고 정책을 수립해 적용하는 데이터 정책지원툴이 중요해졌다"면서 "관련 솔루션을 4월 정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가상화 지원툴도 선보인다. 기업들이 생산, 회계 등 분야별 데이터레이크를 구축할 때 데이터의 물리적 위치를 그대로 둔 채 가상의 데이터레이크를 만들어주는 솔루션이다. 사용자가 가상공간에 접속하면 그때그때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모아 제공하는 만큼 비용이 덜 들고 데이터 불일치 문제도 없다. 저지연이 필요한 데이터는 물리적 방식과 가상 방식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도 가능하다.
데이터 전문가가 아닌 현업 사용자가 데이터를 활용하고 분석하기 쉽게 전문 IT용어 대신 쉬운 업무용어에 맞게 정보를 분류하고 제공하는 데이터 활용 플랫폼도 다음달께 선보인다. 이들 제품이 나오면 데이터웨어는 총 10개 솔루션으로 늘어난다.
성장보다는 기술과 전문성에 집중하며 지난해 설립 23년만에 처음으로 매출 200억원을 돌파한 엔코아는 올해 솔루션 사업을 키워 250억 매출에 도전한다. 클라우드의 확장성을 활용해 일본을 시작으로 동남아 등 글로벌 사업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
명 부사장은 "이제 독립적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체력이 만들어졌다. 지금이 타이밍"이라면서 "작년에 이뤄낸 성과로 자신감이 커진 만큼 직원들과 에너지를 모아 글로벌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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