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환자정보가 자산"… 10시간 걸린 진단 `AI닥터`로 1분만에

데이터 분석 '진단~치료' 大혁신
디지털병리·네트워크 집중 투자
국내 최대 의료AI 프로젝트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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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환자정보가 자산"… 10시간 걸린 진단 `AI닥터`로 1분만에
데이터와 AI가 일선 병원 현장을 바꾸고 있다. 사진은 서울아산병원 간이식ㆍ간담도외과 의료진이 생체 간이식 수술을 하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모든 환자정보가 자산"… 10시간 걸린 진단 `AI닥터`로 1분만에
데이터와 AI가 일선 병원 현장을 바꾸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전립선센터 의료진이 영상융합 기술이 적용된 진단장비로 전립선 조직검사를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데이터 산업화 현장을 가다

①서울아산병원


일선 병원들이 데이터가 가져다 줄 기회를 잡기 위해 디지털 병원으로의 변신에 나섰다. 병원 내에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모으고 AI(인공지능)를 접목해 환자 진단부터 치료까지 전 과정을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다.

일명 '데이터 3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다음날인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병원 관계자들은 달라진 데이터 법·제도가 병원 현장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 머리를 맞대는 한편 병원 차원의 데이터 전략을 재정립하기 위한 논의에 한창이었다.

김영학 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빅데이터센터장(심장내과 교수)은 "약 1년 전까지만 해도 병원 내에 데이터 활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병원 전체가 당장 투자해야 하는 영역이 됐다"면서 "데이터와 AI를 언제 어디에 얼마나 적용할지가 대부분 병원 CEO의 고민이자 과제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 3법 개정으로 새로운 환경이 열리는 만큼 병원 내 각 조직과 관련 논의를 시작했고, 다음달 초 전체 조직이 참여하는 '데이터 워크숍'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약 2700개 병상을 갖춘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은 병원 경쟁력과 환자 만족도를 더 높이기 위해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50명 규모의 데이터사이언스팀과 약 120명의 의료정보실 조직을 운영하면서 병원장을 비롯한 주요 조직들이 디지털·데이터전략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김 센터장은 "병원 내에서 데이터가 늘어나는 속도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빠르다"면서 "환자 진료기록을 담은 병원 전체 EMR(전자의무기록) 데이터가 약 700테라바이트(TB)인데, 올해부터 도입하려는 디지털 병리는 1년에만 EMR의 4배 수준인 1.5~2페타바이트(PB) 용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질병 조직검사가 현미경으로 조직을 들여다 보는 식이었다면 디지털병리는 조직을 스캔해 디지털 이미지로 만든 후 모니터로 진단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병리담당 부서 외에 일선 진료부서에서도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협업할 수 있게 된다. 대용량 스토리지를 도입하고 기존 PACS(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도 개편해야 한다. 아산병원은 올해부터 3년간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병원들은 그동안 활용처가 없고 저장방법이 마땅치 않아 버렸던 각종 생체신호 정보, 동영상 정보, 환자 행동 정보까지 모으기 시작했다. 내시경 소견 등 필수 데이터만 추려 EMR에서 남기던 것에서 병원 내 활용수요가 커지고, 그 자체가 자산이란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아산병원은 전사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인프라 재구축을 추진한다. 2월에 시작해 상반기 중 10년을 내다본 전사 데이터센터 구축 청사진을 마련하고, 공간·기술방식을 결정해 재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늘어난 데이터 양에 맞춰 네트워크 인프라도 재구축할 예정이다.

김 센터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 양에 맞춰 아산병원을 포함한 재단 내 전체 병원의 IT 인프라와 네트워크 운영방안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 구축한 병원 연구정보시스템을 고도화하고, 환자용 앱, 원내 앱 등 모바일 시스템 개발도 올해 진행한다. IoT(사물인터넷)를 비롯한 IT와 비IT적 요소를 결합해 환자 동선부터 약·기기·물품 흐름을 최적화하고, 환자 서비스, 병원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스마트병원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정부 주도로 26개 국내 주요 병원과 22개 기업이 참여하는 한국형 AI 기반 정밀의료 솔루션 '닥터앤서' 프로젝트를 총괄하면서 진료현장에 AI를 적용하는 작업도 시작했다. 닥터앤서는 환자의 진단기록, 유전자정보, 생활패턴 등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 예측, 진단, 치료를 돕는 'AI 닥터'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357억원을 투입하는 국내 최대 의료AI 프로젝트다.

총괄기관인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고려대 구로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26개 병원, 뷰노, 제이엘케이인스펙션, 라인웍스, 3빌리언 등 22개 IT기업이 병원에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치매·심장질환·유방암·대장암·전립선암·뇌전증 등 8대 질환 대상 AI 솔루션을 개발해 진료 현장에 적용하는 게 목표다. 특히 서울아산·분당서울대·고대구로병원 등 11개 병원이 심뇌혈관·치매·소아희귀유전질환 SW를 임상에 적용한 데 이어 올해까지 관련 SW 개발을 끝내고 식약처 인허가를 거쳐 임상·진료현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이은영 닥터앤서사업단 연구원은 "소아희귀질환인 난청과 발달장애에 AI를 적용한 결과, 과거에 10시간 걸리던 진단이 1분이면 끝난다"면서 "직접 써보기 전 의구심을 갖던 의사들이 이 정도면 쓸 만하다는 평가하면서 아산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차병원은 이미 진료현장에서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닥터앤서 프로젝트 실무총괄도 맡고 있는 김영학 센터장은 "임상의 중 한명으로 닥터앤서 개발 결과물을 보면 무조건 쓰일 것이란 확신이 든다"면서 "내과의사 한명이 대부분의 질병을 봐야 하는 지방병원 같은 곳은 AI가 보조해주면 병원 효율성과 의료의 질이 동시에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산병원은 건진센터부터 AI 적용을 시도해 여러 건진에 AI가 일차적으로 스크리닝한 후 의사가 확진하는 프로세스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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