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인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충분한 능력이 있다며 지켜봐 달라고 두둔했다.
은성수 위원장은 지난 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0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은 위원장은 윤 신임 은행장의 적절성 논란과 관련해 "윤 행장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표현이 이상하지만 능력은 너무 많다"며 "자격이나 전문성은 좀 더 지켜보면 기업은행 직원들도 훌륭한 분이란 걸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조와 윤행장 두 당사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며, 금융당국이나 언론 등은 두 당사자의 협의 과정을 잘 지켜보면 될 것"이라면서도 "(갈등 장기화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있어선 안 된다. 대화를 통해 서로를 잘 이해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윤 신임 행장의 출근길 저지 투쟁을 통해 크게 반발했다. 기업은행장 임명·제청권을 쥔 청와대와 금융위는 윤 신임 행장 전문성이 검증됐다는 입장이지만, 기업은행 노조는 10년 만에 관료 출신 행장이 임명되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관료 출신이 행장으로 임명되면 관치금융 우려가 크다는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출근 저지를 주도했던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윤 행장에게) 우리 입장은 이미 전달했으니 정권과 대통령에게 부담 주지 말고 자진 사퇴하라"고 밝혔다.
윤 행장은 인창고등학교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행정학 석사와 미국 UCLA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1983년 행정고시 27기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IMF(국제통화기금) 상임이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특명전권대사, 연금 기금관리위원회 의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서울대 경제학과 80학번, 행시 27회 동기며,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의 인창고 선배다.
한편,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행장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금융위원장이 추천하면 청와대 검증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2월27일 김도진 행장 퇴임 이후 임상현 전무가 직무대행체제로 이끌고 있다.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신임 IBK기업은행장에 임명된 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출근을 하고 있다. 이날 윤 은행장은 노조원들의 출근저지에 발길을 돌렸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