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내년도 수익성 확보에 비상등이 켜진 증권업계가 저마다 채권운용본부에 수익성 확대를 주문하고 나섰다. 정부의 각종 규제 강화로 성장성 한계가 점쳐지는 만큼 올해 연이어 터진 악재에도 꿋꿋이 목표수익을 달성한 채권본부에 기대를 걸겠다는 의도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증권사들은 내년도 수익성 부진이 심화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각 채권본부에 올해보다 높은 내년도 목표수익(버짓)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를 받아든 해당 본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대형증권사 채권운용본부 담당자는 "작년 대비 25% 초과 달성을 주문받았다"며 "대부분 대형증권사의 채권운용본부 역시 비슷한 수준의 목표치 상향을 제시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올 하반기 이후 채권시장에 악재가 잇달아 터졌음에도 이미 충분한 수익을 낸 채권본부에 거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라며 "실제 하반기 채권금리 상승(채권값 하락)에도 대부분 증권사가 목표 수익을 거의 채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증시 변동성에 따른 평가손익 감소와 파생결합상품 손실 등의 악재와 더불어 초대형 IB의 주요 먹거리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규제로 채권 외에는 안정적으로 성과내기 어려워진 주변 여건 때문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고강도 부동산 PF 규제로 내년 순이익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어서다. 2012년 이후 7년여 주요 증권사의 연평균순이익은 25%씩 증가해 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가 IB 성장에 강한 부담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각사의 채권북이 중요한 수익성 피난처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채권본부의 어깨도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도 채권시장 전망도 나쁘지 않다. 황 연구위원은 "적어도 내년까지 글로벌 통화완화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점은 채권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는 만큼 긍정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내년 시장을 대비한 채권 매수 전략이 유리하다는 진단도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간 무역갈등 1단계 합의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매입이 글로벌 위험 선호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며 "이는 대량의 유동성 공급을 통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에 공통으로 긍정적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시장분위기는 대외여건까지 감안해 좀 더 금리가 오를 위험이 있지만 내년 장사를 위해 '밀리면 산다'는 생각은 유지할 필요가 있겠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