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인력은 늘렸는데 진행되는 계약건이 없으니 노는 수밖에요. 일 없는 사람 취급받을까 걱정될 정도네요."
19일 한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본부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좌불안석이라고 했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위축되면서 실적 부진이 뒤따른 데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잇달아 조직이 개편되며 직원들까지 불안해지고 있어서다.
초대형 IB PBS 시장은 올들어 후끈 달아올랐다. PBS는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신용공여와 증권대차,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허가를 받은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6개 대형증권사(자기자본 3조원 이상)만 PBS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고 있다.
PBS 본부는 초대형 IB의 꽃이 됐다. 매달 각사마다 수십건에 달하는 신규 헤지펀드 운용사의 굵직한 계약건을 따내며 많게는 한달새 1조원에 육박하는 설정액을 담았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이 매년 10조원씩 설정액 잔고를 불린 원동력이기도 하다. 실제 2017년 12조원였던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24조원에 이어 지난 8월 말 35조원이 넘어섰다. 매달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성장일로를 지켰다.
하지만 올 하반기들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며 교착 상태에 빠졌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대규모 손실 사태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고 그 무렵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소식까지 날아들며 처음으로 외형이 역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8월 말 35조원을 돌파했던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이날 현재 34조4582억원으로 5000억원 넘게 쪼그라든 상태다. 문제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의 위축이 PBS 사업자의 수탁고 감소, 계약고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KB증권을 제외한 5개 증권사 PBS 본부의 설정액이 8월 말보다 줄었다. 삼성증권의 설정액이 가장 크게 줄었다. 8월 말 7조5180억원에서 현재 6조9760억원으로 5420억원이 빠졌다.
최근 조직개편 등에 따른 승진인사도 PBS 본부에게는 남의 잔치다. 되레 NH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 PBS 본부의 경우 이번 조직개편과 함께 사령탑이 교체됐다. 라임운용과의 총수익스와프(TRS) 거래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상황은 불안하고 이익기여도가 낮아지면서 자리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며 "본부장 교체는 조직축소의 서곡이다. 구조조정 우려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