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공유땐 강력 시너지… 환자의 삶을 바꿀 혁신에 시장 있어"

구태적 사고 버리고 오픈이노베이션 육성에 올인할 때
내년 의료기기 예산 늘어나 창의적 연구 기대해볼만
임상3상 관련 논쟁거리들 사회 드러내 타협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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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공유땐 강력 시너지… 환자의 삶을 바꿀 혁신에 시장 있어"
13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바이오코리아, ICT와 바이오의 융합'을 주제로 열린 바이오코리오 전문가 간담회. 왼쪽부터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 이경 동국대 약학대학 교수,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박동욱기자 fufus@


-김장성=기업들의 기술적 기반은 좋은데, 서로 협력해서 큰 성과를 내려하기 보다는 독자적 운영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병원을 중심으로 해서 산학연병 기술을 사업화하는 전진기지를 만드는 게 아직은 여러 가지 이유로 막혀 있다. 병원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또한 생산능력은 좋은데 거기 들어가는 기계장비는 아직도 수입장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후방산업쪽에서 규제에 막혀 있는 부분도 이슈를 발굴해서 풀어줘야 한다.

-손지웅=오픈이노베이션이 왜 잘 안될까. 문화와 경험이 부족해서다. 문화적으로 너무 울타리를 쌓아 놓고 혼자 일하는 문화, 수직적 문화가 방해가 된다. 전반적으로 업계에 혁신적인 R&D 활동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오픈이노베이션은 커 나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본의 역할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이 내것을 뺏긴다는 게 아니라, 키우지 못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게 아무짝에 쓸모 없다는 인식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다. 내것을 나눠서 더 크게 만드는 데에 초점을 맞추려면, 그 다음단계 개발로 가기 위해선 자본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본이 들어오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성공에 대한 보상이다.

-김장성=문제는 평가보상체계가 사람들 움직이는데, 오픈이노베이션에 성공했을 때 성과를 어떻게 나눌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라 힘들어하는 것 같다.

-이승규=임상3상을 진행했던 벤처들에 문제가 있었다. 문제라기보다 현안이 발생했다고 할 수 있는데,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한미약품 등 여러 제약사들은 임상에 대한 많은 경험과 네트워킹이 있는데 벤처는 오로지 한우물만 팠다. 신약개발 중인 벤처들이 많이 하는 얘기가 국내에서 전문가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벤처들은 기술 실패없이 개발을 진행할 수 있게 대형 제약기업들과 같이 할 수 있는 단기적 오픈이노베이션을 원하고 있다.

-손지웅=오픈이노베이션에 있어, 내것을 넘기는걸 세상의 종말인 것처럼 인식하면 안된다. 교수님들이 갖고 계신 생각 중 하나가, 내 아이는 지금 유치원에 있는데 이미 서울대, 하버드 갈 애라는 거다. 개발자의 그런 마음은 중요하다. 그런데, 유치원생에게는 앞으로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데 말이다. R&D 지원비를 받아서 논문을 쓰는데 주력하면 생태계를 교란하게 된다. 건강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교수창업이 아니라, 교수를 버리고 창업할 마인드로 창업을 해야 한다.

-김장성=오픈이노베이션의 키는 협력과 공유이고, 공유는 경험의 공유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신약개발 라이선스 아웃해도 그 회사의 경험일 뿐이지, 해당 경험이 국가 시스템에 녹아들어서 다음에 비슷한 일 하는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안 겪고 좀더 효율적으로 갈수 있도록 하는 자원으로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개발 회사들이 글로벌 신약 임상1,2상 하면서 잘못된 CRO 등으로 인해 임상에 불필요한 비용을 내고는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손지웅=오픈이노베이션을 너무 개념적으로 이해하지 말자. 실제적인 활동으로 이해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조인트벤처, M&A, 아웃소싱, 인·아웃 라이센싱 등 다양한 것들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단순한 공동협력 연구는 오픈이노베이션의 작은 부분이다.


사회=그렇다면 R&D, 사업화, 인력, 규제 등 선순환 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시급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장성=연구경쟁력이 기기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좋은 기기가 없으면 연구 자체 시작도 못하는 시대가 왔다. 대부분 개인 연구자들이 구입해서 쓸수 없는 고가 장비가 많다. 생체막에 있는 단백질 구조를 규명하는데 쓰이는 Cryo EM(초저온 전자현미경)의 경우, 중국엔 50대나 있는데 우리나라엔 한 대 정도 있다. 기기를 못사서 그분야 연구 자체가 태생조차 못하고 있다. 그런 문제를 어떻게 국가적으로 해결할 것인가. '코어 퍼실리티' 개념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기존의 코어 퍼실리티가 장비이용만 가능했다면, 기기 사용에 따라 나오는 데이터들까지 분석해 연구 컨설팅까지 가능한 총체적인 코어 퍼실리티가 만들어져야 R&D 경쟁력이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용홍택=의료기기 부분은 우리가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예타 통과해서 의료기기 지원에 1조원 정도, 내년 신규 예산만 따지면 1000억원이 편성됐다. 이는 의료기기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 대부분 사업을 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볼수 있다. 이를 통한 수입 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R&D는 기초연구는 연구자가 사업화와 연계하지 말고 창의적으로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하고, 원천연구는 사업화를 염두에 두고 연구자, 병원까지 같이해서 핵심주체들이 공동연구했을 때 여기서 우수한 인력이 배출될 수 있다. 규제의 경우, 시간, 공간적인 한계가 있지만 규제 샌드박스를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올해 바이오분야 규제샌드박스 승인 건이 10건에 달한다.

-이승규= 올해 바이오산업이 13대 수출품목에 들어갔다. 바이오라는 것이 기존엔 R&D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이제는 산업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얘기다. 이에 맞게 변화가 필요하다. 산재돼 있는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활용가능하게 해야 하고, 지금까지 진행한 R&D의 결과에 대한 조사·정리도 필요하다. 이부분에 있어 생명연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본다. 규제샌드박스 언급했는데, 업계에선 이걸 왜 했냐는 불만이 나온다. 기업 입장에선 자기 돈 써서 데이터 모아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사업적으로 어떻게 갈 것인지 그림이 그려져야 하는데, 지원이 분절적으로 이뤄지다보니 기업들로서는 예측이 가능하지가 않다.

-김장성=통계조사, 현황조사 등을 하려면 바이오법 최상위법이 생명공학육성법인 난제다. 1983년도에 생긴 법령이 거의 그대로 있다. 통계조사 할 근거도 있고, 규제 혁신 가속화하려면 최상위법인 생명공학육성법에서 법적 근거 마련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지원해야 하는데 장기간 계류되고 있다. 빨리 기술 개발을 해봐야 인허가 차원에서 규제해소가 안되면서 다른나라에서 허가해 줄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기술혁신을 따라오지 못하는 규제법령 개선을 위해 과학자들도 나서야 한다. 정부, 이해당사자뿐 아니라 과학자들이 나서서 규제과학쪽에서도 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손지웅=정밀의학 시대엔 한사람당 한 프로덕트다. 한품목 한품목을 리뷰하고 승인내줘야 하는 것인가. 규제가 바뀌어야 한다. 혁신에 적응하는 규제를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 가져가는게 맞는가를 끊임없이 전문가의 얘기를 들었으면 한다. FDA도 혁신적 치료가 나왔을 때에는 어떻게 규제 라이드라인이 제정하는 게 좋을지를 업계 전문가 초빙해서 듣는다. 우리나라는 선례가 없으면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 탐색연구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부분이 개선되려면 정책차원, 실무차원의 괴리가 해결돼야한다. 위에서는 개선해야겠다고 하지만 실무로 가면 '내가 있는 한 안 돼' 마인드다.

-용홍택=내년부터 100만 바이오빅에디터 사업을 신규로 진행한다. 그러나 생명윤리법에 따라 100만명 각 개인별로 한사람 한사람 동의를 거쳐야 한다. 100만명 동의 받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2만명만 시범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앞으로 바이오분야의 규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 선결되면 생명윤리법도 순차적으로 개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다.

-사회=인력문제도 있다. 주52시간제 문제 얘기해보면, 연구하고 노동하고는 약간 다른 상황인데도, 창의성 발휘하는데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블라인드 채용에 따른 문제도 있다.

사회=그동안 R&D 역량을 기반으로 대규모 기술수출을 맺는 등 산업적 성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R&D 의존율이 높고, 산업 생태계가 취약한 실정이다. 글로벌 시장 확대와 민간 R&D 투자 확충을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

-이승규=창업을 하는 벤처들은 글로벌을 타깃으로 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개발 프로세스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지 잘 봐야 한다. 정부에서는 임상디자인 역량 강화, CRO 통제력 강화 등 글로벌 스탠드에 맞추는 데에 필요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

-손지웅=새로운 타깃, 기전, 물질, 생산 프로세스, 제형을 개발하는 것들 모두 혁신이다. 기술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무리 새 기전이라도, 기존 치료제와 크게 다를 바 없으면 의미가 없다. 언맷니즈((unmet needs, 미충족욕구), 즉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혁신이 어디 있느냐를 봐야 한다. 환자 중심, 고객 중심의 사고로 바꿔야 하는데 사이언티스트들이 그부분에 대한 훈련이 잘 안돼 있다. 혁신이 어디서 오건 상관없다. 무슨 종류의 혁신이든 환자의 삶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고, 거기에 시장이 있다.

-용홍택=정부 R&D를 보면, ICT 소프트웨어는 민간투자액이 정부투자액보다 16.9배 많고. 에너지 자원은 민간이 4배다. 생명보건은 민간투자액이 1.3배로 거의 비슷하다. 민간주도로 가야한다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앞으로 정부 투자의 필요성은 더 있다. 다만, 민간투자액이 정부투자액보다 높은 비율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을 때는 민간주도로 가는 시점이 올 것이다. 세제혜택. 세액공제 등으로 민간주도로 가게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손지웅=투자를 선순환구조로 바꾸는게 중요하다. 민간투자가 정부투자 대비 그렇게 작은 줄 몰랐다. 조세혜택과 더불어 국내 시장에서 신약에 대한 보상이 강화됐으면 한다. 가격정책을 봤을 때, 우리나라가 신약에 대한 약가 우대가 너무 낮은 축에 속한다. 한편으로 그런 시장에서 보상을 강화해주면 거기서 나온 이익을 다시 R&D에 투자할 수 있거나, 또는 R&D에 투자했을 때 대한 보상이 좀더 명확해지면 그런 선순환 구조 또한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약가인하정책이나 그런 것들이 기업입장에서는 페인(고통)이다.이제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돈 없어서 개발을 못한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 된 것 같다. 시기별로 펀드들의 역할이 있는데, 펀드 역할이 단순 돈 주는 것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벤처 펀드 등 전문화된 펀드는 그 다음 단계의 개발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 역할을 하기에는 한국에 있는 자본들의 경우, 퀄리티 있는 투자가 아직까지는 많지 않다. 그런 규모 있고 퀄리티 있는 투자가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만 이는 억지로 된다기보다 시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사회=바이오 융합을 통한 미래 바이오 신시장과 신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산업계 노력이 활발하다. 바이오 산업이 대한민국의 주력 산업으로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손지웅=이미 전체 산업계, 병원, 관의 융합·혁신 노력, 에너지는 충만하다. 다만 파트너십 모델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관이 주도하고 산업계가 거기에 투자하는 모델이었다면, 산업계가 혁신을 주도하고 관이 규제산업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까 고민이 필요하다. 누가 주도하냐 문제가 아니라 좋은 파트너십의 새 모델을 구축하는 게 절실하다. 이를위해선 혁신에 대한 업계 상황이나 요구를 다양한 규제당국에서 열심히 들어주고 같이 머리 맞대는 파트너십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구슬 서말은 우리가 갖췄다. 혁신에 걸맞은 새로운 관계, 새로운 모델에 대해 윗선뿐 아니라 위-아래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십이 구축됐으면 한다.

-이승규=새로운 산업이 자리매김을 하려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임상 3상 관련, 벤처들에게서 좋지 않은 소식이 나왔을 때, '그것 봐라', '결국 실패'라는 워딩보다는 긍정적인 워딩이 필요하다. 불확실한 산업이 시장에 안착하려면 언론이 논쟁거리를 많이 찾아서 타협점을 찾게 해야 한다.

-김장성=바이오를 중심으로 도약을 꾀하려면 적어도 GDP의 두자릿수 이상은 바이오가 차지해야한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바이오산업의 규모가 100배정도는 커져야 GDP의 30% 정도가 된다. 지금 늘 해오던 일들을 그냥 해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다. 혁명적으로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다. 온 나라의 역량을 모아 큰 사업들을 시작해야 할 때다. 출연연 역할도 열심히 수행하겠다.

-용홍택=오늘 말씀하신 내용에 대해 바이오정책에 잘 반영하겠다.

정리=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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