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 해놓고 기술 수출? 말이 되나… 인력 탈출로 산업 붕괴 우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脫원전이 현실적이냐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 도출로 결론 내렸어야
새로운 에너지 개발해도 사회 인프라 필요, 과도기적 문제 발생할 것
주 52시간제, 연구에 악영향… 연구개발 활동 노동으로 봐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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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원전 해놓고 기술 수출? 말이 되나… 인력 탈출로 산업 붕괴 우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前환경부장관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前환경부장관


"한국은 원자력 기술에서 세계 최고입니다. 소중한 자산입니다. 잘 관리해야 돼요. 탈원전을 하는 순간 한국은 국제적으로 산업경쟁력을 잃어버립니다. 자기가 안 하면서 수출을 한다? 자국이 버리면서 수출을 한다? 이게 설득력이 있겠습니까. 탈원전이 현실적이냐 하는 문제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봅니다."

500만 한국 과학기술인의 대표단체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김명자 회장은 '탈원전이 잘못됐다'고 직설(直說)은 하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우려를 표했다. 과학자로서 전직 환경부장관으로서 그의 말의 무게는 막중했다. 최근 미국이 20년 늘렸던 원전 수명을 다시 20년 더 늘려 80년으로 한 데 반해, 우리는 7000억원을 들여 개보수해 수명을 연장했던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키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원자력 주기는 100년으로 보수를 해서 안전성이 새 것과 거의 같은 수준이면 수명을 연장하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국민의 70% 가량이 탈원전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5년 단명 정부가 국민의사를 무시하고 탈원전을 고집하는 상황이 21세기 국민주권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김 회장을 인터뷰한 것은 '탈원전 난국'에 대한 고견을 듣기 위해서였기도 했지만, 과총 50년여 년 역사의 거대 조직을 지난 3년간 성공적으로 끌어온데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최근에는 그 바쁜 일정 속에서도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라는 역작을 출간했다. 1차 산업혁명에서 현재 진행중인 4차 산업혁명까지 과학기술, 정치경제, 사회문화 각 분야의 동인과 결과를 입체적으로 인물과 사건을 매개로 그렸다. 수많은 전문 과학서 번역과 저술로 배인 김 회장의 친근하고 유려한 설명이 손을 못놓게 한다.

김 회장은 대한민국의 근대화와 산업화에 절대적 기여를 한 과학기술에 대해 이젠 '도구'로서가 아니라 사회발전의 동력으로서 대우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기에 접어드는 21세기에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더 도약할 기회를 맞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한 국가의 발전은 개방과 혁신을 선도해나가는 과학기술적 합리성과 실험 및 도전 정신이 배태될 때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 9일 서울 테헤란로 한국과총에서 가졌다. 질문에 대한 답변 자료를 수북이 쌓아놓고 기자를 맞아줬다.

-최근 중국이 한국의 과학기술 R&D 인력을 빼가기 위해 3배 연봉을 제시하는 등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고 합니다. 과학기술인의 모임인 과총 회장으로서 이런 움직임에 남다른 걱정을 하실 텐데요.

"지난달 한국무역협회가 '중국, 인재의 블랙홀'이라는 보고서를 냈어요. 전기차배터리, 반도체, 항공 분야 등을 가리지 않고 중국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한국의 인재를 집중 유치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은 2008년부터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인재 유치를 위한 '천인계획'에 주력해왔고, 인재 확보에 혈안이 돼있습니다. 거기에 한국이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이죠. 인재가 나가지 않고 오히려 돌아오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 기반의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해법입니다. 그런데 요즘 상황으로는 앞이 보이질 않아요. 과학기술계가 열정과 자부심으로 일하고, 기업인이 기업가정신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를 살려야 합니다. 기를 살리는 것은 재정 투자 없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자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글로벌 수준의 구체적인 혁신 모델을 개발해야 해요."

-인재 해외 유출이 중국 뿐만이 아니거든요. 전반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또 과학기술 인재 육성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렇습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18 세계 인재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두뇌 유출 지표가 63개국 중 43위였습니다. 몇 년 전에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인 과학자 중 70%가 그대로 미국에 남겠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는데(미국 국립과학재단·NSF), 한국에 일자리가 마땅한 게 없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국내에서 일하는 과학기술계 박사 인력의 40%가 기회만 되면 해외로 나가겠다고 한 설문조사 결과도 나와 있어요. 그나마 전문연구요원제도로 젊은이들의 해외 유출을 막는 기능을 일부 하고 있는 것이 다행이에요. 과학기술계 대학원생 1565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9%가 전문연구요원제도가 폐지되면 해외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는 결과도 있었으니까요. 이래저래 인재 유출로 인해 실험실을 지켜야 할 30대 박사후 연구원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고 있고 공대, 자연과학대 대학원의 정원이 미달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경우에는 주52 시간제 근무로 고충이 크다는데, 연구개발 활동을 노동으로 보는 것은 연구의 본질을 이해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재 양성 및 확보와 관련해 외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선진국에서도 과학기술 인력의 양성과 지원은 어려운 정책과제입니다. 수십 년 전부터 과학기술 분야는 3D 업종이라는 말이 있었거든요. 밤을 새워 열중해도 실험결과가 안 나오기도 하고 고되고 스트레스도 많아요. 물론 보람도 크지만. 미국은 이미 1980년대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 기근을 겪으며 여학생과 외국인 유학생에게 의존하는 정책으로 전환했습니다. 2015년 유럽과학재단(ESF)의 조사에 따르면, 이공계 박사 인력의 절반 정도가 자신의 전문직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답니다. 물리학 학부를 나오고 물리화학 분야 논문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한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10억 유로 예산을 투입해 신진 과학자들에게 종신 교수직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17부터 2032년까지 임용 후 최대 6년을 지원하고 종신직을 얻는 경우 2년 더 연장 지원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어요."

-산업계는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민·관 차원의 종합대책이 절실하다고 하던데, 회장님께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통합적 접근이 필요해요. 우수인재 양성 및 확보와 활용을 위해서는 처우 개선과 연구비 확보, 복지 지원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마디로 교육-연구개발(R&D)-특허-기술이전-산업을 연계하는 생태계 사이클 전반이 혁신돼야 합니다. 최근 해외 동향을 보면, 글로벌 기업이 대학을 찾아가거나 대학에 기업연구소를 설립해 인재 모시기에 나서는 성공사례가 많습니다. 20세기 혁신모델은 기초-응용-개발의 선형주기에서 산학연 협력이 기본이었으나, 20년 전 부터는 학계-산업계-정부가 기획부터 사업화까지 함께하는 나선형 모델이 강조되고 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연구개발 관련 주체가 같이 간다는 것이지요. 요즈음에 그 주체로서 시민사회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혁신 모델이 있나요.

"아주 많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난양공대(NTU)와 중국 칭화대가 앞서가고 있어요. NTU는 롤스로이스, 록히드마틴 등 글로벌 기업과 공동연구소를 설립해 인재를 유치하고 있고, 칭화대는 MIT의 미디어랩을 벤치마킹한 X랩(칭화창업원)과 칭화사이언스파크를 설립했습니다. 여기에 칭화홀딩스 등 24개 자회사와 37개 투자회사를 세워서 X랩은 기업 컨설팅부터 기술의 진단, 이전, 사업화 전주기를 지원하고 있어요. 이런 지원 대책에 힘입어 중국은 청년 창업 세계 1위를 목표로 약진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SU)는 30여 년 전에 구축된 산학협력공간인 센테니얼캠퍼스의 45개 빌딩에 IBM, 구글, 이스트먼케미컬 등 75개 글로벌 기업 R&D 센터 등 130여개 파트너 기업이 입주했고,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등 정부기관 입주도 10% 정도 된다고 합니다. 대학, 정부, 기업이 한 지붕 아래 공동연구를 수행하며 학계-기업-정부가 삼중나선(triple helix) 혁신 모델을 구현하면서 인재를 유치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융합혁신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왜 이런 융합 모델이 성공하지 못하는지,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나와야 하고 관련 주체들이 공감대 형성을 통해 통합적인 혁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회장님은 환경부장관을 4년 가까이 역임하시고 '원자력 딜레마' 등 원자력에 관한 책을 쓰셨는데요, 과연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국가 핵심정책으로서 에너지수급을 위해 올바른 길입니까.

"원자력에 대해 세 권의 책을 쓰게 됐는데요, 발단은 2011년 3월 11일 일본 대지진이었습니다. 최대 20m 쓰나미가 발생하고 핵 용융이 일어났잖아요. '아! 이거 한국도 큰일 났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써서 두 달 만에 '원자력 딜레마'라는 책을 냈습니다. 그 후 '사용 후 핵연료 문제' 등 두 권의 책을 더 썼어요. 우리나라 정책 가운데 산업기술 관련해서는 에너지정책이 제일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에너지자원 빈국이고 급격한 산업화를 이룬 나라고, 앞으로도 내수 시장이 작아서 수출경제 위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 기본이 에너지잖아요. 한국은 에너지에 관해서는 섬이에요. 유럽은 한 나라처럼 탈원전 한다고 해도 독일이 프랑스 원전을 갖다 쓸 수 있잖아요. 그리드로 연결이 돼있습니다. 에너지라는 것은 안보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입니다. 자원이 없는 나라가 어찌어찌해서 원자력 기술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어요. 그런데 원자력이 원자탄의 반응로를 개량해서 대규모 원전 위주로 50년대 개발되어 취약성이 있죠. 처음부터 제대로 핵분열 반응에서 에너지를 얻었다고 한다면, 훨씬 더 안전한 4세대 원자로가 나왔을 거예요. 그런데 짧은 시간에 폭발을 일으키는 반응로를 개량해서 나온 게 원자력발전이거든요. 이런 사실은 미국국회 청문회에서 나왔던 이야기예요. 그런데 어쨌거나 한국이 원자력 기술에 있어서 아주 우수한 기술을 가졌습니다. 소중한 자산입니다. 잘 관리를 해야 돼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후 탈원전을 선언했다가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비단 에너지 때문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동북아와 북한의 핵과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이걸 버릴 수 없는 게 이 기술이 (핵폭탄과) 쌍둥이 기술이거든요. 우리는 그 생각까지는 안 하더라도 에너지 측면에서 이걸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가 이슈인데, 그러면 원자력 산업이 어떻게 갈 것이냐, 미국은 셰일오일이 있지요, 중국도 원자력을 개발해 원자력발전 1위 국가가 되거든요. 일본도 버리지 않았잖아요. 에너지 수요가 많기 때문에 원자력을 계속 늘려가는 겁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444기가 돌아가고 있고 130여기인가가 건설 중이거나 제안 단계에 있어요(세계원자력협회 2019년 기준 가동 원전은 444기, 건설 중 54기, 계획이나 주문은 111기, 제안 단계에 있는 원전은 330기). 또 하나 특징은 개도국이 원전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개도국이 왜 재생에너지를 안 하고 원전을 할까, 다 이유가 있어요. 태양광이니 풍력이니 다 한계가 있잖아요. 분산성 간헐성 때문에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저장장치)가 있어야 하고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결국 원전이 징검다리 에너지원이 될지 모르지만, 나중에 핵융합발전이 성공할지 모르지만, 그 사이에 원전산업이 더 발전하면 차세대 소형 원전이 나올 수 있습니다. 탈원전을 하면 관련 기술들이 퇴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탈원전을 선언하는 순간 국제적으로 산업경쟁력을 잃어버립니다. 자기가 안 하면서 수출을 한다? 자국이 버리면서 수출을 한다? 이게 설득력 있겠습니까."



-탈원전 정책에 따라 지금 여러 가지 문제가 파생되고 있습니다.

"지금 심각한 문제가 인력이 (원자력발전산업과 학계로)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금 텅텅 비거든요. 있는 사람도 중국이 빼가고 있잖아요. 전문 인력이 없어진다는 것은 산업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원자력은 주기가 100년으로 보수를 해서 안전성이 새 것과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하면 수명을 연장을 하거든요, 경제성 차원에서도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인력이 빠져나가면 어떻게 되겠어요. 지금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가 몇 개가 안 되거든요. 러시아가 국영체제로 적극 수출에 나서고 있고 중국도 마찬가집니다. 미국과 영국 같은 선진국은 경쟁력이 떨어져요. 왜냐하면 민영화를 했기 때문에 (사업) 보장이 안 되거든요. 환경문제, 경제성, 사고 위험성 등 너무나 리스크 팩터가 크기 때문에 민영화 상태에서는 잘 안 돼요. 국영체제를 가진 나라가 지금 하고 있어요. 프랑스가 왜 원전을 했겠습니까. 1, 2차 대전에서 제일 당한 나라가 프랑스 밖에 없거든요. 제일 형편없는 나라가 된 거예요. 드골이 어떻게 프랑스를 세계적인 위상으로 올리느냐 고민하다 원전, 항공, 우주 이런 거로 나간 겁니다. 국가전략산업으로 성공하고 프랑스 같은 선진국이 원전을 에너지원으로 가꿔오고 있잖아요. 프랑스는 원전이 에너지원의 75%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게 꼭 좋은 것은 아닌데도, 국가전략이라는 게 있었던 거거든요. 그러면 우리의 경우는 여러 가지 고려한다면, 탈원전이 현실적이냐 하는 문제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어야 한다고 보는 겁니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전해체산업을 성장산업으로 키운다고 합니다. 원전 해체철거산업의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 보유국이므로 해체 기술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실제로 연구로 1·2호기를 해체하고 환경 복원에 성공한 경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원전이 지속된다는 전제에서 가능한 일이에요. 원전이 사라지면 기술도 사라지고 해체기술도 사라질 수밖에 없어요. 원전 해체는 재염과정 등 소요기간이 십여 년이 걸리고 시장 자체도 작아서 원전 건설을 대체하는 성장산업으로 분류하기는 어려워요.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원전 건설 시장 규모는 30년간 500~600조원, 원전 해체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70조원으로 예상됩니다. 최근에는 개발도상국의 원전 건설이 확대되는 추세고요. 세계적으로 원전의 후행주기 진전에 따라 원전 해체산업의 필요성은 대두되고 있어요. 제염, 원격절단, 폐기물 처리, 부지 복원 등의 38개 원전 해체 핵심기술을 적기에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원전 건설산업에 비해 해체산업은 작은 규모입니다."

-태양광은 무궁무진한 에너지원이지만 수율의 문제, 환경파괴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 딜레마를 풀 방법은 무엇인가요.

"태양 에너지의 이용은 옛날부터 북반구에서 남향으로 집을 앉힌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태양광 발전의 수율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으나 풍력 등 재생 가능 에너지 보급에 필수 요건인 경제성과 기술력, 인프라에서 대규모 보급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술력에서 재생 에너지원의 간헐성 때문에 전력저장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분산성 등의 제약 조건으로 현존하는 사회적 산업적 인프라에 적합한 주된 에너지원으로는 미흡해요. 태양광은 대규모 부지가 필요해 좁은 국토에서는 한계가 있어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에는 적절한 자연조건이 필수적인데, 우리나라는 불리합니다. 또 세제상 화석연료에 부과되는 고비율의 세금 대신 오히려 공적보조를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조세 정책의 큰 틀과 맞물려 있어요. 한국은 수송, 발전 부문간 에너지 가격 세제 불균형으로 에너지 소비가 왜곡되고 있어서 에너지 소비의 합리화가 필요합니다. 세수 중 에너지세 비중은 OECD 평균의 2배이고 유류세가 너무 높아요. 전력과 가스는 공기업 체제 하에서 정부 요금 통제를 받고 있고, 전력산업 발전원료는 면세 조치로 인해 시장에서 연료 선택이 왜곡되고 있어요. 연료 세제에서 환경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건 문제예요."

-그렇다면 탈원전 정책은 파기해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한국의 산업경쟁력은 그동안 에너지공급 가격의 경쟁력에서 나온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낮은 전력가격은 절대적으로 원전 덕이 커요. 한국에 외국 기업이 들어오려고 한 것 중에 첫째 요인이 전기값이 싸다, 안전하다는 것이거든요. 그게 지금 불안정해지니까 나가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탈원전이 되면) 이렇게 싼 전기값이 과연 언제까지 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부닥치는 겁니다. LPG 얘기하는데, 이것도 매우 불안정해요. 가격이 미국보다 4배가 비싸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만의 기저부하를 유지할 수 있는 원자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안전보장은 철저히 해야지요. 어느 에너지원도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에너지원이 강점과 약점이 있어요. 국가마다 물리적 조건과 발전단계에 따라 에너지원의 경제성, 기술력 등 여건이 달라요. 재생에너지 경우에도 효율과 저장장치 외에 환경파괴와 산업폐기물 문제가 있잖아요. 태양광은 육상 발전보다는 건물 태양광이나 수상 태양광에서 답을 찾는 경향이고, 앞으로 에너지저장장치 등의 기술혁신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에너지 해외 의존도는 95%로 국가 총 수입액의 5분의 1을 상회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 외에 싸고 비교적 청정한 에너지를 얻을 곳은 없어요. 지금 심각한 문제인 미세먼지 배출도 극히 적습니다. 오랫동안 국가 에너지 효율이 낮았고(일본의 3분의 1수준),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어요. 전국의 송·배전망 증설은 난관에 부딪치고 있고, 에너지 요금체계 개선 조치는 기대를 밑돌고 있어요. 또 미세먼지는 사회재난으로 악화하고 있잖아요? 배출원 인벤토리 파악 등 기초자료부터 축적해야 하는 단계예요. 국제적으로는 2016년 파리협정의 발효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됐으나 현재 상태로는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합니다. 지구상 200여 개국이 에너지 믹스(mix)를 설계하는 데에는 기술·제도·인프라 등 변수가 많고 격차가 커요. 대체 에너지원의 개발 보급은 유가 변동, 시장의 신뢰와 직결됩니다. 우리 정부는 2030년 전력 에너지 신산업의 주요 동인으로 전기차, ESS, 마이크로그리드 기술 개발과 보급을 강조하고 있으나 인프라 구축 등 한계가 만만치 않아요."

-에너지정책이 기후변화 등 환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요.

"저탄소 녹색 에너지로서 21세기 새로운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현재 기대를 걸고 있는 에너지 기술들이 개발 보급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사회적 인프라를 깔기까지 또 시간이 필요해요. 그 때문에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국가로서는 특히 과도기적인 징검다리 에너지(bridge energy)의 선택이 에너지 정책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어요. 국가 에너지안보 차원의 압력을 해소하기 위한 에너지 믹스를 균형 있게 설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한국의 경우 에너지자원 빈국으로서 원자력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했어요. 국가 에너지 정책은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합리적 에너지 믹스를 도출해야 합니다. 시장에 신뢰할 수 있는 정책 시그널을 보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에너지원별 LCA(Life Cycle Assessment, 에너지 생산 · 유통 · 폐기의 전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를 평가해 경제성, 안전성, 효율성, 지속가능성, 환경성 등에 대해 과학적, 객관적으로 접근하고 합의를 도출해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해야 합니다. 과총과 에너지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과총-학회 에너지공동포럼을 개최하고 있는데요, 원자력, 신재생, 해양환경, 기후변화, 기상, 자원경제 등 에너지 관련 학회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가 에너지 이슈에 관한 다양한 전문분야의 시각을 통합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어요."

-과학기술은 한국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일등 공신인데요, 과학기술의 기여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십니까.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느 수준이라고 보시는지요.

"우리 과학기술 50년의 역사가 저는 자랑스럽습니다. 1953년 맥아더 장군은 한국이 전쟁의 폐허로부터 재건하려면 적어도 1세기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해요. 그러나 우리 국민총생산(GDP)은 1953년 13억 달러로부터 60년 만에 1000 배 이상 뛰어올랐잖아요. 그런 도약이 과학기술력이 없이 가능했을까요? 역사를 보면 강대국으로 올라서는 조건은 과학기술과 교육이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기적 같은 압축성장으로 근대화와 산업화에 성공해 우리 경제는 세계 10위권에 올랐고, 세계은행 분류상 고소득 국가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분류상 선진 경제국가의 반열에 올랐어요. 한국 특유의 추격형(catch-up) 전략이 주효했고 그 전략의 엔진이 바로 과학기술이었습니다. 산업기술 개발 중심의 국가연구개발 사업, 주력산업과 수출 품목에 대한 선택과 집중 등으로 선진 과학기술의 추격에 성공한 것이지요. 1966년 2월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가 설립됐고 1966년 9월 과총(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 설립됐어요. 그리고 1967년 4월 과학기술처가 설립이 됐고요. 그때는 과학기술자가 최고 존경도 받고, 학생들한테 물으면 '커서 과학자 될래요'하는 이런 시절이 있었지요. 그런데 다른 분야가 많이 커졌잖아요. 요새는 아이들이 다 아이돌 되겠다고 하니까요. 실제로 초등학생 가운데 과학자가 되겠다는 희망이 줄어들어서 지금은 2% 남짓이에요. 10여 년 전에는 20%는 됐었거든요. 10분의 1로 줄어든 거예요. 그런 건 좀 염려스러워요."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 국가적 인식은 어떻게 변해왔나요.

"KIST 설립할 때는 최고였지요. 해외 인재를 좋은 조건으로 유치했으니까요. 정말 밤낮없이 불 꺼지지 않는 연구소라고 했어요. 대우도 그에 걸맞게 했고요. 지금도 과학기술인에 대한 대우가 나쁘다고 불만만 토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봐요. 연구비도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거든요. 정부가 그만큼 예산배정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고려를 하고 있다고 하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에요. 사회적 지위 상으로도 한국에서 교수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전문직 중에서 다 되고 싶어 하는 자리이고요. 박사 인력의 80% 정도가 대학에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 문제가 있어요. 다른 많은 분야들이 급성장하면서 이공계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퇴조하고 있는 거예요. 의사와 변호사같이 '사'자 붙는 전문직과 다른 게 정년이 되면, 학교는 비교적 덜 하지만, 출연연 같은 경우에 한창 일할 나이에 물러나야 하잖아요. 기업은 더 하지요. 과학기술은 인력을 양성하는데 다른 분야에 비해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요. 실험장비를 갖춰야 하고 일정기간 지나면 첨단으로 바꿔야 하니까요. 과학기술인을 위한 연금제도와 복지가 더 강화돼야 한다고 봐요. 이런 게 상대적으로 지금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비해 좋지가 않거든요. 여기에 과학기술인의 커리어는 고되고 은퇴 후 복지도 취약한 고달픈 전문직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사회적으로 과학기술이 경제성장을 위한 도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한계입니다. 다만, 최근 들어 4차 산업혁명으로 다시 주목을 받는 상황은 고무적입니다."

<2부에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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