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39만명에 달하는 개인전문투자자를 잡기 위한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고위험 상품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개인전문투자자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면서다. 39만명에 달할 개인전문투자자들의 진입이 본격화하자 길목을 지키는 증권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전담 인력과 시스템 구비 등에 시간과 수십억원 비용이 들지만 시장선점을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찌감치 대응에 나선 중소형 증권사에 수요가 몰리자 급하게 진행할 생각이 없던 대형사들도 줄줄이 일정을 앞당기며 속속 등록업무를 개시하기 시작했다.
NH투자증권은 이르면 내주 초 개인전문투자자 등록업무를 개시한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맞춰 연말쯤 등록업무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일주일 내 진행키로 했다"며 "현재 개인전문투자자 등록 시스템 구비 막바지 단계"라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 초쯤으로 계획했던 미래에셋대우도 일정 앞당기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개인전문투자자 등록 개시일은 최대한 빠르게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12월 중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인사 시즌인 만큼 조율작업이 더디게 진행 중이지만 이르면 연말 중 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아직 개시는 못했으나 전산개발 시점에 맞춰 개인전문투자자 전용상품 라인업 등 차별화한 서비스에 포커스를 맞춰 유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증권업계가 저마다 투자자 유치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앞서 나선 증권사에 예상보다 많은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포문을 연 건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5일 전문투자자 등록을 받기 시작했는데 불과 이틀 만에 200명이 넘는 개인전문투자자 후보군들이 줄을 선 것으로 집계됐다.
뒤이어 개인전문투자자 등록을 받기 시작한 건 KB증권이다. 9일 관련업무를 시작한 KB증권은 자사 채널을 통해 개인전문투자자로 등록하면 선물옵션 사전교육, 모의 거래 및 기본예탁금(코넥스 기본 예탁금도 면제)을 면제해주며 장외파생상품 역시 제한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은 선물옵셥 거래시 사전교육 1시간 이상, 모의거래 3시간 이상 받아야 한다.
삼성증권은 오는 13일 등록을 개시한다. 기존 고객 중 필수 자산 요건인 월평균 잔고 5000만원 이상을 충족하면 직전연도 소득 증빙을 위해 별도 서류를 준비할 필요 없이 자사 어플리케이션에서 소득금액증명원 자동제출 서비스를 통해 1분 내 즉시 전문투자자 심사 처리가 가능하다.
증권업계의 개인전문투자자 유치전은 보다 격화할 전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비교적 자산규모가 크고 다양한 금융상품 거래 수요를 가진 투자자 계층을 유치해야 안정적인 자금유입과 금융상품 거래로부터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증권사들의 입장에선 절대 놓쳐선 안 되는 고객"이라며 "앞으로 전문투자자에 특화한 서비스와 마케팅을 통한 고객 유치전은 상당히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개인전문투자자 요건을 대략 10분의 1수준으로 내렸다. 지난달 21일부터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5000만원이 넘으면 전문투자자로 인정한 것으로, 기존에는 5억원 이상이어야 전문투자자로 등록할 수 있었다. 또 종전 본인 연소득 1억원, 총자산 10억원 이상이던 기준은 부부합산 1억5000만원, 순자산 5억원 이상으로 완화했다. 이에 따라 개인 전문투자자 후보군은 작년말 기준 1950명에서 최대 39만명으로 대략 200배 가량 늘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수익성 다변화 측면에서 큰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된다"면서도 "전문투자자가 되면 판매사의 설명의무가 일반투자자에 비해 완화되는 만큼 위험성이 내재된 구조화 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그리고 이에 따른 불이익 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