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수합병이 교란하는 알뜰폰시장

황태희 성신여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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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1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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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수합병이 교란하는 알뜰폰시장
황태희 성신여대 법대 교수
지난 11월에 있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LGU+의 CJ헬로 인수 승인은 여러모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방송과 통신의 융합 촉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발맞추어 그간 공정위가 취하고 있던 보수적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각계각층에서 이를 반기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 같다. 필자 역시 세간의 평과 같이 미디어·통신 융합과 유료 방송시장에서의 경쟁촉진을 통한 이용자 이익을 위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이 기업결합의 방향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한다. 그러나 CJ헬로가 유료방송 뿐 아니라 '헬로모바일'이라는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동통신사업자인 LGU+가 CJ헬로를 인수하게 된다면 그간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통한 이용자 이익 보호를 위해 시행해 온 알뜰폰 육성정책에 자칫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가 든다.

2010년 무렵 스마트폰의 등장에 따라 고가의 요금제가 일반화되면서 가계소비 중 통신서비스 지출의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정부는 새로운 형태의 이동통신의 도입을 통해 이동통신 소매시장의 공정한 경쟁 활성화와 더불어 통신상품의 다양화를 통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고자 했다. 그래서 망을 보유하고 있는 기존의 이동통신사업자로부터 망을 임차해, 이용자에게 자체 브랜드로 저렴하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인 이동통신망재판매서비스(MVNO)인 '알뜰폰'제도를 도입했다. 알뜰폰은 기존 이동통신사의 망을 이용하므로 이동통신사와 동일한 통화품질의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보다 싼 요금으로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절감할 수 있게 했다.그리고 그 이후에 매년 도매대가 인하, 전파사용료 면제, 도매제공 의무제도 등을 시행해 알뜰폰 육성정책을 지속해왔다. 2014년 이동통신 3사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입했는데, 당시 이를 허용하면서도 이동통신사들에 의한 알뜰폰 시장 잠식을 미연에 방지하고 독립,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1사 1 MVNO' 제한과 이동통신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의 상한을 둬 알뜰폰 시장의 공정한 경쟁상황을 유지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왔다.

특히, 금융, 유통회사나 우체국을 비롯해 중소 알뜰폰 사업자 등 여러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알뜰폰 서비스는 이동통신 3사 중심의 국내 통신 소매시장에서 다양한 요금제로 경쟁하고 있어 이용자들이 저렴하게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덕분에 도입 초기에는 불과 0.8%였던 알뜰폰의 통신시장 점유율은 현재 12%에 육박해 가고 있다. 알뜰폰 정책은 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부의 여러 통신정책 중에서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해외에서도 독립된 이동통신재판매서비스는 저가의 요금경쟁 뿐 아니라 금융, 유통 등 타 산업과 결합해 차별화된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경쟁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의 테스코 모바일은 통신요금에 따라 일정한 포인트를 적립해 소비자들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결정 중에 CJ 헬로가 이동통신사업자들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이른바 독행기업성이 약화되어 경쟁제한의 우려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내용은 다소 의문이 든다. 헬로모바일은 이동통신사업자의 자회사가 아니면서, 이제까지 이동통신 3사에 맞서 저렴한 요금제와 다양한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한 적극적 마케팅으로 강력한 경쟁압력을 행사해온 것이 사실이다. 만일 헬로모바일이 이동통신사의 자회사가 된다면 알뜰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이 상당한 수준을 넘어서고, 1사 1 MVNO 정책에도 반하게 될 수 있다.

향후 여러 개의 이통통신사의 자회사가 알뜰폰 사업에 아무런 제한 없이 진출할 수 있게 된다면, 독립,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기가 어렵게 돼 이동통신사의 자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알뜰폰과 그렇지 않은 독립·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가입자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 그 경우 알뜰폰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이 저해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알뜰폰 시장의 와해를 가져오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가계 통신비 부담완화라는 정부의 알뜰폰 시장에 대한 지속적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알뜰폰으로 저렴한 요금제 경쟁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

법상 방송, 통신사업자의 기업결합은 공정거래위원회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심사를 거쳐 최종 승인여부가 결정된다. 경쟁당국이 이미 승인을 결정하였으니, 이제 공은 과기정통부로 넘어간 셈이다. 정부는 가계 통신비 부담 절감을 위해 장기간 육성해온 알뜰폰 시장의 공정한 경쟁환경을 보장하고, 통신망의 효율적인 활용과 이용자 보호 등의 공익적인 관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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