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칼럼] 문은 열렸고 달은 기운다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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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호 칼럼] 문은 열렸고 달은 기운다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달이 차면 기우는 것은 이치가 아니라 현상이다. 우리는 그러나 이치로도 본다. 권력 등에 전성기가 있으면 반드시 쇠퇴기도 있다는 뜻으로 본다는 의미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에서 '레임덕'(lame duck)으로 일컫는 쇠퇴기는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임기 만료 1년 여 전쯤으로 특정하기도 한다.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2년 5개월이나 남아 있다. 그런데 벌써 뒤뚱거리고 걷는 오리같이 되고 있다. 뒤뚱거리더라도 걷기라도 하면 다행이건만, 걷지도 못하고 분탕질만 하는 바람에 주인이 '우리' 밖으로 내쫓으려 하는 형국이다.

문제는 이치도 현상도 아니라는 데 있다. 그냥 자초했을 뿐이다. 권력 초기 국민의 뒷받침 속에 '적폐'를 베어내는데 용이하게 쓰던 '검'(檢)을 나중을 생각해 무디게 만들려고 망치질을 하겠다며 흠결 많은 목수를 데려다 놓을 때부터 누수는 시작됐다. 물론 서슬 퍼렇던 시절에도 이미 신호는 있었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폭로가 그 신호였다. '청와대 선거 개입', '청와대 감찰 무마' 등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보기 힘들던 이런 사안들이 6급 직원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러나 당시는 청와대가 막강한 위세로 찍어 눌렀다. 청와대 고위직 인사들은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린다"며 폄훼했다. "희대의 농간을 부리고 있다"는 인신공격까지 감행했다. "문재인 청와대에는 사찰이라는 DNA 자체가 없다"는 말 장난도 서슴지 않았다.

1년도 지나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어떠한가. 하나하나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관련, 최초 제보자인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은 이미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고 있다. "정부의 요청에 의해 전화로 당시 언론에 나돌고 있는 김기현 전 시장 측근비리 내용을 전하는 수준"이었다는 송 부시장의 첫 육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청와대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고 '전화'는 만나지 않았다는 것을 은폐하는 얘기이며, '언론에 나돌고 있는'이라는 수식어는 별 것 아니라는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보를 받았는지 함께 모의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청와대 문 모 행정관이 그의 제보를 정리했다. 직접 청와대 인사와 만난 것 또한 확인됐다. 당시에는 언론에 '김 전 시장 측근 비리'에 대해 한 마디도 나온 것이 없다는 것도 밝혀진 상태다. 그 즈음 울산지역 레미콘 업체 대표가 이와 관련해 청와대에 진정을 넣은 것 밖에 없었다. 송 부시장이 그 대표와 여러 차례 만났다고 하니 그를 언론으로 둔갑시킨 셈이다. 한 마디로 모두 거짓이었다.

'유재수 비위 감찰 무마' 의혹의 파괴력은 '선거 공작' 의혹보다는 덜 하지만 이번 정권의 '이너써클' 내에서 벌어졌던 '권력 농단'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윗선'의 감찰무마라는 이번 건을 '직권 남용죄'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친문', '부산', '대통령과의 거리'라는 3가지 키워드의 합집합 속에서 금융위원회 고위직 인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 받은 '권력 농단'도 함께 봐야 한다.

청와대가 막강한 공격력으로 사안을 덮을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최근 급박하게 내놓았던 해명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진실이 진흙더미에서 봉긋 솟아오르고 있다. '김기현 전 시장 측근비리' 최초 제보자인 송 부시장은 '정부의 요청'이라는 "진실"을 집어넣으며 추후 살길을 도모했다. 살 길을 모색 하는 와중에 진실이 나온 것이다. 청와대가 "없었다"고 주장한 4인(김경수 경남도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유재수 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텔레그램 단체방 대화 내용을 검찰이 확보한 것도 솟아오른 진실이다. 고인이 된 백 모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휴대폰 또한 명백한 진실로 역할을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여기에 '친문 게이트'라는 말을 붙였다. '청와대의 KT&G 사장 인선 개입' 의혹,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 관련 의혹 경찰 이첩' 등 김태우 전 특감반원이 최근 추가로 털어놓고 있는 이런 건들을 보면 도대체 문(Gate)이 몇 개나 될 지 짐작조차 못할 지경이다. 아직 때는 되지 않았지만 문(Gate)은 열렸고 달(Moon)은 이지러지고 있다.

우인호 디지털전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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