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뺀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이 10일 한국당의 반발 속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부터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결렬되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총대를 메고 오후 8시38분쯤 본회의를 속개해 '4+1 협의체'의 예산안 수정안을 상정했다.
한국당은 이종배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한국당 소속 의원 108명이 서명한 한국당 자체 예산안 수정안을 본회의에 제출해 맞대응했다. 원래 예산안 원안에 대한 수정안이 제출되면 제안설명을 하고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 민주당 주도로 만든 '4+1 협의체' 예산안 처리를 막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한국당의 대응전략은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문 의장이 제안 설명을 생략하고 곧바로 토론을 진행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즉각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으면서 반발 했지만 문 의장은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본회의를 감행했다. 토론자로 나섰던 조경태 한국당 의원이 정상적으로 토론을 진행하지 않자 문 의장은 15분쯤 지난 뒤 토론 종결을 선포해버렸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을 향해 '아들 공천 대가냐'고 따지는 등 사퇴를 요구하며 반발 수위를 높였다. 심 원내대표도 의장석 앞까지 나서 '이럴 수는 없다'고 항의했으나 문 의장은 '이해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본회의를 계속 이어갔다.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당의 수정안에 부동의함에 따라 문 의장은 한국당 수정안에 대한 표결 없이 후속 절차를 밟았다. 홍 경제부총리가 이 원내대표 대표발의, 162명이 공동서명한 '4+1 협의체' 수정안에 동의의사를 표하자 문 의장은 바로 표결 절차에 들어갔다. 표결에서는 표결에 불참한 한국당 의원을 제외하고 162명 출석에 156명 찬성, 3명 반대, 3명 기권으로 가결됐다. '4+1 협의체'가 제출한 예산안은 정부안인 513조5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가량을 순삭감한 512조3000억원 규모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문 의장의 가결 선포 이후 "예산안과 기금운용 계획안을 가결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예산을 적기에 효율적으로 집행해 당면과제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겠다. 심의과정에서 국회의 꾸지람과 가르침을 집행과 국정운영에 성실히 반영하겠다"고 인사했다.
여야 3당 교섭단체는 전날인 9일 심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재협상을 벌여 10일 본회의에서 예산안 합의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여야 3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단이 회동을 갖고 이튿날 새벽까지 밤샘 협상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헤어졌다. 원내 지도부가 협상과 의원총회를 오가면서 장시간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대립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민주당이 예고했던 대로 '4+1 협의체' 예산안을 밀어붙인 만큼 여야의 대치 전선은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11일부터 임시회를 열고 '4+1 협의체'를 유지하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제도 개혁안과 사법개혁안 등을 처리할 방침이나 한국당의 저지선을 뚫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문희상 국회의장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하자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 등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