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경찰의 견강부회 "`송병기 가명 조서`, 문제 없다" 주장

경찰, 대법원 판례 들었지만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다급한 경찰의 견강부회 "`송병기 가명 조서`, 문제 없다" 주장
송병기 울산 부시장(사진=연합뉴스)

울산지방경찰청이 송병기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진술조서에 가명을 썼다는 논란에 관해 경찰청 관계자가 "대법원 판례상 문제 될 부분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10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대법원은 '조서를 가명으로 작성했더라도 요건이 갖춰졌다면 적법하다'는 취지로 판결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근거로 든 대법원 판결은 2012년 5월에 나온 것이다.

안대희, 김능환, 이인복, 박병대 대법관들이 내린 이 판결은 '공갈·업무방해·협박' 등에 관한 것으로 "진술자와 피고인 관계, 범죄 종류, 진술자 보호 필요성 등 여러 사정으로 볼 때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진술자 성명을 가명으로 기재해 조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조서가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공판기일 등에 원진술자가 출석해 자신의 진술서임을 확인하는 등 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에 관한 다른 요건이 갖춰진 이상 증거능력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에 관한 이 진술조서는 제보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문제로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 등에서처럼 명시적으로 진술자의 인적 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의 기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경우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대형 로펌의 형사 전문 한 변호사는 "경찰이 전혀 사례가 맞지 않는 '공갈·업무방해·협박'과 관련한 판례까지 뒤져가면서 이 같은 주장을 펴는 것을 보니 다급한 것 같다"고 평했다.

청와대가 '송 부시장이 제보한'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를 경찰청에 하달한 건 2017년 11월. 경찰청은 이를 같은 해 12월 28일 울산경찰청에 내려 보냈다. 울산경찰청은 첩보 관련 진행 상황을 공식 보고하기 전인 2017년 12월과 지난해 1월에 한 차례씩 송 부시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때 울산경찰청은 송 부시장의 참고인 진술조서에 실명이 아니라 '퇴직공직자 김모 씨'라는 가명을 기재했다. 울산경찰청은 지난해 2월 8일 이와 관련해 경찰청에 보고하면 "(첩보의) 제보자와 수사 협조자가 특정되지 않아 계속해서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며 경찰청에도 여전히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직보' 논란이 여전한 이유다.

이 제보는 검찰에서 불기소로 결론을 내려 공판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지난 3월 불기소 이유통지문에 "'아니면 말고' 식의 신중하지 못한 (경찰의) 기소의견 송치는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수사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 통지문이 나오기 11개월 전에 김기현 전 시장은 선거에서 떨어지고 송철호 후보(현 시장)이 당선되었다.

디지털뉴스부기자 dtnews@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