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양준모 칼럼] 패스트트랙 법안, 폐기만이 정답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12/2019120602102269660001[1].jpg "[양준모 칼럼] 패스트트랙 법안, 폐기만이 정답이다")
황교안 대표의 요구 사항은 모두 세 가지였다.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및 선거법 개정안 철회다. 연평도 포격 도발 9주기였던 지난달 23일 북한은 북방한계선(NLL) 인근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했다. 28일에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2019년에만 13차례의 도발이다.
지소미아 중단 결정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는 흔들렸다. 정부는 국민에게 지소미아의 의미를 소상하게 밝히지 않았다. 지소미아를 중단한 이유도 석연치 않다. 상세한 보도는 없고 한일간 거짓말 논쟁만 보도됐다.
공수처법에 대해 국민이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여론 조사가 언론에 보도가 되지만 선동에 불과하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공수처법에서 공수처장이 어떻게 추천되는지 아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제1야당이 공수처장을 추천해도 범여권이 찬성할지 의문이다. 쟁점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권의 권력 강화다.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판사들만 고달프게 된다. 공수처로 인해 판결은 정권의 입맛을 거스르기 힘들게 된다.
공수처법이 현재보다 더 많은 권력형 비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권력자의 뜻으로 유력한 당선 후보자를 선거 전에 조사하고 마치 비리가 있는 것처럼 포장할 수도 있다. 공직자가 비리를 저질러도 윗선과 담합해 수사를 덮을 수도 있다. 수사 관할권이 공수처에게 있기 때문에 비리를 덮는 것은 공수처 마음이다. 기소권과는 관련이 없다. 정권의 비리는 덮고 정적의 비리는 무지막지하게 캐는 것이 가능해진다. 공수처의 수사가 더 정밀하고 공정해진다는 보장도 없다. 민간에서 일하던 변호사가 수사를 더 잘하는지도 의문이다. 민간에서 일하다 공직에서 일하고 다시 민간으로 돌아갈 사람들은 다른 유인을 갖기 마련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공직에서 일할 사람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문제점들은 은폐되고 거짓말만 난무한다.
공수처 설치와 검찰 개혁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공수처가 설치돼도 검찰의 권력은 그대로다. 고위공직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달라질 것이 없다. 수사기관만 비대해진다. 적폐 수사로 1년 이상 수사를 받고 무혐의 처리된 사람들이 주변에 무수히 많다. 수사 과정에 대응하기 위해 지출한 변호사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부패한 변호사들이 공수처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거법 개정은 오리무중이다. 선거 1년 전에 지역구를 확정해야 하는 데도 막무가내다. 더욱이 선거법 개정안은 세상에 없는 해괴한 선거제도를 담고 있다. 국민은 투표한 표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모른다. 선거법 개정안을 보면 특정 정당의 맞춤형 선거법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선거법 개정안은 표의 등가성을 왜곡하고 지역의 대표성을 훼손한다. 이번 선거법 개정의 승자는 특정 세력이다. 선거법이 개정되면 이들은 국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마음대로 법을 만들 수 있다. 정권이 국민의 38% 이상이 지지한 정당을 무시하고 선거법을 개정한다면, 향후 정권의 밀실에서 어떤 일을 꾸밀지 두렵다.
문재인 정권은 공수처를 설립해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처럼 공수처(public defender)를 설치해 판사들을 감옥에 넣고 마음대로 부정을 저지르려고 하는가. 문재인 정권은 왜 선거제도를 개정하려 하는가. 특정 세력과 야합해 장기집권을 노리는가. 문재인 정권은 왜 진실을 감추고 문제점을 논의할 기회마저 빼앗고 있는가. 국가운영의 기본 질서를 정권의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고칠 수 없다. 국회는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폐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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