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 칼럼] 美의 對中 선전포고 `홍콩인권법`](http://contents.dt.co.kr/images/201912/2019120402102269061001[1].jpg "[박영서 칼럼] 美의 對中 선전포고 `홍콩인권법`")
미국은 홍콩인권법을 통해 중국에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중국의 반발은 거의 '임전태세'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연이어 강력한 대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런민르바오는 "미리 경고한 적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勿謂言之不預也)"라는 구절까지 사용했다. 이는 중국의 외교적 수사 가운데 최고 강도이자 최후통첩성 경고다. 역사상 이 구절은 1962년 중국-인도 국경분쟁, 1967년 중·소 국경분쟁, 1978년 중월 전쟁이라는 3번의 전쟁·무력 분쟁이 터지기 직전 사용된 바 있다.
중국은 말 뿐 아니라 행동에도 나섰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이날부터 미국 군함과 함재기의 홍콩 입항을 허용하지 않으며, 홍콩 시위와 관련해 입장을 냈던 일부 비정부기구(NGO)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미군 항공모함 등의 홍콩 입항 불허가 언제까지 계속될지에 대한 질문에는 "미국의 실제 행동을 보라"고 답했다.
중국이 인권법에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주권 침해 등 정치적 요인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에 있어서 홍콩은 여전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중국은 자본거래가 전면적으로는 자유화되지 않은 나라다. 그래서 중국의 대내·대외 직접투자의 60~70%는 홍콩 경유다. 또한 중국은 홍콩 증시와 채권시장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홍콩 증시에 신규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는 규모는 전체 조달자금에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협상에 악영향을 줄 것이 뻔한 이 법안에 왜 반대하지 않은 것일까? 내년 대선을 앞두고 무역협상에서 성과를 내고싶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홍콩인권법안은 '좋은 일'은 분명히 아니다. 중국을 되도록이면 자극하고 싶지않은 것이 속내다.
하지만 그에게는 더 큰 문제가 있다. 탄핵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의혹을 둘러싼 탄핵 문제로 의회에 발목이 잡혀있다. 자유·인권을 경시하는 그의 외교 자세에 위기감을 가진 의회에 계속 밀리는 형국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탄핵이 결정되면 소추안은 상원으로 넘어가 심리가 이뤄진다.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이번에 트럼프가 홍콩인권법에 반대했다면 공화당 의원들의 이반 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중국의 비민주적 체제,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중국의 급부상 등을 놓고 당파를 초월해 '한 마음'인 곳이 미 의회다. 공화당의 지지를 굳히기 위해선 이번 법안 서명은 고육지책이었다.
이번 법안으로 미·중 무역협상은 물 건너 간 듯 하다. 양국 관계의 경색은 세계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 이미 미중 무역마찰은 글로벌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두 강대국은 이를 정상 궤도로 되돌릴 의무가 있다. 현실적으로 볼 때 미국보다는 중국이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있는 것 같다. 결자해지(結者解之)는 중국이 해야한다. 홍콩 시위가 6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는 홍콩인들의 민심을 보여준다. 베이징 정부는 이번 선거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대화에 의한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 강경 일변도의 자세로는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을 수 없고, 중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홍콩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홍콩 정부와 민주파의 대화를 뒷받침해야 한다. 이것이 혼란을 수습하는 지름길이다. 중국이 이런 자세를 보이고 행동으로 옮긴다면 미중 무역문제와 홍콩문제를 분리해 해결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구의원 선거 이후에도 홍콩에선 여전히 충돌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언제든지 격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전술이 한층 과격해지면서 폭탄 테러까지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목표로 한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처럼 홍콩 시위대가 변할 지도 모른다. 현명하게 대처 못하면 북아일랜드 '피의 역사'가 홍콩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