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대부분 조립식·목재건물
결국 건물 새로 지어야 해결
칸막이 하면 현장 확인 못해
부채 많은 中企들 상황 복잡
결국 건물 새로 지어야 해결
칸막이 하면 현장 확인 못해
부채 많은 中企들 상황 복잡
기업 옥죄는 '화관법 폭탄'
<中> 화재 취약한 중소공장 '울상'
"여기 공장 대부분이 목재건물인데, 문만 방화문을 단다고 불이 안 나겠습니까?"
최근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한 손판개 대표는 이렇게 되물었다.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에 규정된 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이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는 한탄이었다. 부산 사상에서 20여 년째 자동차 부품 도금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손 대표는 내년부터 화관법 적용을 받는다.
화관법에 따르면, 화학물질을 다루는 시설에는 내화구조·방화문과 같은 화재예방 설비를 필수로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손 대표의 공장 주변만 해도 공장들이 대부분 조립식이거나 목재건물로 돼 있어 화재에 취약하다. 손 대표는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닌가. 결국 건물을 새로 지으라는 얘기"라며 "사업을 아예 하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라고 했다.
"우리 공장이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까 내화 패널이 들어간 공정도 있고 아닌 공정도 있고…. 부산 사상 공단에 100여개 도금 업체가 있는데 대부분 오래되고 낙후됐습니다. 옛날 건축법엔 내화설계를 하라는 게 없었어요. 우리가 건물을 다시 지을 수도 없는 처지고, 도금공장을 산골짜기로 이전해서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에서 좀 더 (기준) 완화를 안 해주면 거의 공장 문 닫으라는 얘깁니다."
손 대표는 일단 할 수 있는 방법을 써서 화관법에 대비하고 있다. 공장 내 화학약품 창고에 내화 패널을 써서 방화문을 달고, 만약 약품이나 폐수가 노출됐을 때 비상체제로 운영하기 위해 내부에 CCTV를 달았다. 하지만 화관법을 완벽하게 지키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는 "건물을 새로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말을 반복했다.
오토바이 부품 도금 공장을 운영하는 허학봉 대표는 "대형화된 도금 업체들이라면 몰라도 100평 미만의 작은 업체들은 현장을 한눈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일일이 칸막이를 하고 방화문을 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에 좀 안 맞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허 대표는 "도금공장들은 조립식 건물이 많은데, 그런 곳들이 내진설계부터 내화구조를 다 갖춘 곳이 있겠나"라며 "내년도에 (화관법 단속이 시작되면) 제가 봤을 때는 부산에서 한 군데도 빠져나갈 곳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화관법 설명 교육도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 허 대표는 "자기들(정부)이 증거를 남겨야 하니까 그런지 업체들이 교육만 엄청 받으러 다니고 있다"며 "사업주들이 일을 해야 하는데 며칠씩 교육을 받아야 하고 중복되는 내용이 너무 많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업종별로 도금이면 도금만 따로 한다든지 효율적으로 해야될 것 같은데 지금은 다 때려 넣고 무슨 민방위 훈련 마냥 하고 있다"고 했다.
소규모 업체가 방대한 화관법 규정을 이행하려면 사업주까지 동원돼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어렵게 이수한 교육마저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허 대표는 "제가 동종업계 모임에 나가보면 다들 내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두려움들이 많다"며 "자가공장이라면 그나마 낫겠지만, 수많은 임대공장주들은 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설비들을 짊어지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고사(枯死)되는 것밖에 더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도금업계를 대표하는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의 이상오 전무이사는 "중소기업 평균 부채율이 400%다. 지금까지 중소기업들이 화관법에 대응하지 못한 이유는 엄밀히 따지면 돈이 없어서"라며 "경기라도 좋으면 벌어서 대출을 갚는다 치겠지만, 상황이 복합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中> 화재 취약한 중소공장 '울상'
"여기 공장 대부분이 목재건물인데, 문만 방화문을 단다고 불이 안 나겠습니까?"
최근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한 손판개 대표는 이렇게 되물었다.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에 규정된 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이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는 한탄이었다. 부산 사상에서 20여 년째 자동차 부품 도금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손 대표는 내년부터 화관법 적용을 받는다.
화관법에 따르면, 화학물질을 다루는 시설에는 내화구조·방화문과 같은 화재예방 설비를 필수로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손 대표의 공장 주변만 해도 공장들이 대부분 조립식이거나 목재건물로 돼 있어 화재에 취약하다. 손 대표는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닌가. 결국 건물을 새로 지으라는 얘기"라며 "사업을 아예 하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라고 했다.
"우리 공장이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까 내화 패널이 들어간 공정도 있고 아닌 공정도 있고…. 부산 사상 공단에 100여개 도금 업체가 있는데 대부분 오래되고 낙후됐습니다. 옛날 건축법엔 내화설계를 하라는 게 없었어요. 우리가 건물을 다시 지을 수도 없는 처지고, 도금공장을 산골짜기로 이전해서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에서 좀 더 (기준) 완화를 안 해주면 거의 공장 문 닫으라는 얘깁니다."
손 대표는 일단 할 수 있는 방법을 써서 화관법에 대비하고 있다. 공장 내 화학약품 창고에 내화 패널을 써서 방화문을 달고, 만약 약품이나 폐수가 노출됐을 때 비상체제로 운영하기 위해 내부에 CCTV를 달았다. 하지만 화관법을 완벽하게 지키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는 "건물을 새로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말을 반복했다.
오토바이 부품 도금 공장을 운영하는 허학봉 대표는 "대형화된 도금 업체들이라면 몰라도 100평 미만의 작은 업체들은 현장을 한눈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일일이 칸막이를 하고 방화문을 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에 좀 안 맞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허 대표는 "도금공장들은 조립식 건물이 많은데, 그런 곳들이 내진설계부터 내화구조를 다 갖춘 곳이 있겠나"라며 "내년도에 (화관법 단속이 시작되면) 제가 봤을 때는 부산에서 한 군데도 빠져나갈 곳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화관법 설명 교육도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 허 대표는 "자기들(정부)이 증거를 남겨야 하니까 그런지 업체들이 교육만 엄청 받으러 다니고 있다"며 "사업주들이 일을 해야 하는데 며칠씩 교육을 받아야 하고 중복되는 내용이 너무 많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업종별로 도금이면 도금만 따로 한다든지 효율적으로 해야될 것 같은데 지금은 다 때려 넣고 무슨 민방위 훈련 마냥 하고 있다"고 했다.
소규모 업체가 방대한 화관법 규정을 이행하려면 사업주까지 동원돼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어렵게 이수한 교육마저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허 대표는 "제가 동종업계 모임에 나가보면 다들 내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두려움들이 많다"며 "자가공장이라면 그나마 낫겠지만, 수많은 임대공장주들은 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설비들을 짊어지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고사(枯死)되는 것밖에 더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도금업계를 대표하는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의 이상오 전무이사는 "중소기업 평균 부채율이 400%다. 지금까지 중소기업들이 화관법에 대응하지 못한 이유는 엄밀히 따지면 돈이 없어서"라며 "경기라도 좋으면 벌어서 대출을 갚는다 치겠지만, 상황이 복합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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