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데이터3법 국회 통과 촉구한다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Lee & Ko) 변호사·개인정보보호법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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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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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데이터3법 국회 통과 촉구한다
고환경 법무법인 광장(Lee & Ko) 변호사·개인정보보호법학회 이사
'데이터 경제 시대'에 발 맞춰 마련된 데이터3법 중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해 11월 29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기대되던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과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아쉽게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보류돼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데이터 3법 중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제외한 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과 신용정보법 개정안만을 법사위에 상정해 통과시키는 것은 정합성 등을 고려할 때 위험하고,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기업이나 기관들이 가명 처리한 정보를 제3자에게 무분별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개인정보 보호라는 목적에 반하므로 국회에서 좀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같은 날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갑작스럽게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국회 본회의 조차 열리지 못했으므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과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했더라도 본회의에 상정되기 어려웠을 것이지만 법사위 채이배 의원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의문이 있다.

우선 데이터3법은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데이터산업 뿐 아니라 데이터산업과 연계돼 있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로봇, 자율주행, 공유서비스 산업 등을 활성화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회 각계의 요구 하에 오랜 준비 끝에 마련된 법률이다. 2018년 2월과 4월 4차 산업혁명위원회 규제혁신 해커톤에서 시민사회, 산업계, 전문가들의 토론을 통해 개인정보 규제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큰 틀의 합의가 이루어진 바 있고, 그 후 관련 정부 부처들이 지속적으로 검토를 하고 지난해 8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성남시 판교스타트업 캠퍼스에서 "데이터 경제 시대를 맞아 규제를 풀어 데이터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입법안 마련 작업이 시작됐다. 이후 국회는 지난해 11월 15일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데이터3법을 발의하였고, 1년여 동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수 차례에 걸쳐 검토하고 정무위원회에서도 관련 논의를 거쳐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책임성 강화를 위한 조치 등을 전제로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어렵게 통과하였다.

이와 같이 국회 내 전문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반대하는 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전체 의결을 거친 법안에 대해 국회법상 체계·형식 및 자구 심사를 하는 역할이 부여된 법사위 소속 의원이 법안의 실질적인 내용들에 대해 재심사를 요구하며 국회 심사가 지연되도록 하는 것이 각 상임위의 전문성을 존중해온 국회의 오랜 운영 관행에 비추어보더라도 과연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특히 데이터3법은 크게 개인정보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해 산업적 연구 등의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기업의 개인정보보호법률 준수 등을 철저히 감독하도록 하기 위해 개인정보 관련 감독 기관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 하는 것을 주된 골자로 하고 있다. 채 의원 주장과 같이 가명정보를 무분별하게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국무총리 소속의 독립부처로 승격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의해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정한 과징금 등의 제재 처분을 받거나 수사기관의 수사과정을 거쳐 형사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특히 가명정보는 2018년 5월 25일부터 시행된 유럽연합의 GDPR에서 최초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데이터 3법은 이를 기초로 하여 관련 규정을 마련하였다. 그런데 EU의 GDPR 관련 뉴스들을 보면, 가명정보의 무분별한 판매 또는 제3자 제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들려오고 있지 않다. 아울러 EU GDPR에 따른 규율체계를 따르고 있는 데이터 3법은 가명처리된 정보를 재식별하거나 목적 외로 이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3%에 달하는 과징금 등 강화된 제재처분을 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가명처리와 관련한 추가 정보의 안전한 보호를 위한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마련하도록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채 의원의 주장과 같이 가명정보 개념의 도입으로 개인정보보호 목적 달성이 어렵다거나 보호 수준이 후퇴했다고 보기 어렵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에는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방안과 금융 분야 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한 방안이 포함돼 있어 핀테크 사업자들을 비롯한 금융업계의 기대가 높다. 특히 위 개정안은 신용정보업을 개인CB(Credit Bureau), 개인사업자CB, 기업CB, 특화CB 등으로 세분화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을 새롭게 도입했다. 개인사업자CB의 경우 신용평가가 어려워 자금을 지원받지 못했던 소상공인에게도 효율적 자금배분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포용적 금융정책방향과도 정확히 부합한다. 또한 특화CB의 경우 아직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 씬파일러(Thin Filer)인 사회초년생, 주부 등 금융이력이 부족한 소비자에게 금융기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신용평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이다. 무엇보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새롭게 규정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정보주체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서비스 개발 기회를 스타트업이나 핀테크 기업들에게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명정보의 활용이 아닌 정보주체의 명시적인 동의를 전제로 한 개인정보의 활용을 주된 사업 방식으로 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이 보다 두터워지는 한편 개인정보 주체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사업 아이템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위 개정안은 빅데이터 활성화 정책으로 인해 소외되기 쉬운 정보주체에게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제고하기 위한 새로운 권리, 즉 개인정보 이동권(개인신용정보 전송요청권)과 프로파일링 대응권을 인정하는 등 EU GDPR 수준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의 필요성에 당연히 공감하며 이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함은 마땅하나, 데이터3법 개정안이 이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며, 개인정보주체의 권리와 관련 산업의 발전 간의 균형과 조화를 고려해 만들어진 법률안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향후 시행과정에서 보완할 점이 생기면 추가적인 법률 개정이나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개인의 건강 또는 질병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헬스서비스 사업 도입 필요성도 큰 것으로 생각된다. 환자의 건강권과 환자 가족의 행복추구권을 고려한다면 이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된다. 데이터3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가명처리를 한 개인의 건강정보를 활용하여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의료정보와 관련해 사회적인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의료법, 생명윤리법 등을 추가 개정하는 등의 법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함께 수반돼야 할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은 늘 두렵고 위험해 보인다. 대항해 시대에 바다는 일반인에게는 위험한 곳으로 치부되었지만 모험가에게는 기회의 땅이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과 데이터 경제가 본격화 되고 있는 이 때 우리만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여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하도록 할 수도 없다. 어차피 가야 한다면 좀 더 용기를 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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