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차라리 내 데이터를 돌려달라

안경애 ICT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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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칼럼] 차라리 내 데이터를 돌려달라
안경애 ICT과학부 차장
'아는 만큼 보인다.' 미술평론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머리말에 쓴 글귀다. 문화재를 잘 알수록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데이터경제 시대에도 이 말은 통한다. 더 많이 알면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다. 데이터에서 가치가 나오고 힘이 생긴다. 세계는 이미 데이터경제를 넘어 데이터 전쟁시대로 접어들었다. 구글은 '갓튜브'란 말까지 만들어내며 세계 동영상 플랫폼을 천하통일했고, 페이스북은 '리브라'라는 자체 자산모델을 통해 새로운 경제생태계 만들기에 나섰다.

데이터경제의 첫 관문에 지나지 않은 '데이터 3법 개정'부터 좌충우돌 중인 한국은 확실한 데이터 후진국이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규정을 뒀지만 막상 개인정보의 정의조차 모호하다. 개인정보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것은 보호의 범위도 애매하다는 의미다. 전쟁에 나서는데 적이 누군지 알 수 없다면 이기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기업들은 어디서 지뢰가 터질 지 모르는 전쟁터에서 싸움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처벌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대규모 유출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지만 문제를 일으킨 기업에 주어지는 페널티는 솜방망이에 불과하다. 대량 유출이 아닌 개인정보 침해사건은 구제가 막막하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론자도, 활용론자도 현 제도에 대해 불만이다. 데이터 3법 개정안 역시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안고 있다.

분명한 것은 개인이 더 이상 기업에 휘둘리는 약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찾아내 원하는 가치를 얻는 스마트한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들에게 기업의 크기나 국적은 별 의미가 없다. 자신을 더 많이 알고 이해하는, 그래서 더 좋은 서비스를 하는 기업을 선택할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기업에 기꺼이 자신의 정보를 열어준다.

간편송금 서비스로 급성장 중인 토스가 대표적이다. 토스의 월 이용자수는 1000만명이고 누적 다운로드 수는 3600만건에 이른다. 기업가치는 1조 원대에 달한다. 2015년 서비스를 선보인 후 4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SK플래닛의 OK캐쉬백은 기업과 금융, 소비자를 잇는 '시너지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월 이용자수는 1000만이 넘고 그중 100만명은 한 달에 25번 이상 앱에 접속해 포인트를 사냥하고 쓴다. OK캐쉬백의 힘은 가입자들의 적극적인 서비스 이용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비 데이터다. 이를 활용해 금융, 마케팅, B2B 솔루션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데이터와 가입자 수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이들 기업은 데이터경제 시대의 보물들이다. 현명한 소비자들은 이런 기업을 알아보고 이미 데이터경제의 일원으로 살고 있다. 이런 기업이 없으면 동영상 플랫폼이 '갓튜브'로 귀결됐듯이 데이터 산업의 미래도 뻔하다. 이미 늦은 것은 아닌지 마음이 급하다.

내가 주인인 내 개인정보를 가지고 설왕설래할 필요 없이 내 것을 이제 돌려줬으면 한다. 정부부터 금융기관, 병원에 이르기까지 내 정보를 주면, 나를 더 많이 알고 이해하는 기업에 기꺼이 맡겨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 싶다. 이미 세계 주요국들은 개인에게 개인정보 수집·활용·공유에 대한 통제권을 주는 마이데이터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이를 통해 정부나 특정 기업, 기관에 데이터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더 많은 기업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시민 역시 자신의 데이터를 이용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개인이 주도해 개인정보를 공유·활용하는 생태계가 자리 잡으면 개인정보 활용·공유 관련 논란도 상당 부분 의미가 없어진다.

다행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부처와 금융기관 등이 마이데이터 시대를 맞아 데이터를 개인에게 돌려주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행안부는 내년 중 마이데이터 포털을 구축할 계획이다. 더 많은 데이터가 개방되면 더 많은 융합서비스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데이터는 뭉치고 엮을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정보의 주체들이 만들어내는 한국형 데이터경제 생태계. 데이터 3법 통과 못지 않게 기대되는 미래다.

안경애 ICT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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