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파內 노골적 부담 드러내
홍콩의 정치 전문가들은 중국 중앙정부가 친중 진영에 큰 부담을 주는 람 장관을 계속 끌고 가야 할지 결정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범민주 진영의 대승으로 끝난 올해 구의원 선거는 람 장관이 이끄는 홍콩 정부의 신임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의 성격을 띠었다.
람 장관은 친중 진영을 포함한 홍콩 시민들의 광범위한 우려 속에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개정을 강행, 1997년 홍콩반환 이후 최대 정치적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홍콩여론조사연구소가 지난달 시민 103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람 장관의 지지도는 20.2점(100점 만점)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80% 이상의 응답자가 그에게 '0점'을 주기까지 했다.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친중 진영에선 캐리 람 체제가 계속되면 내년 입법회(국회의원) 의원 선거 등 향후 정치 대결에서 참패를 면치 못할 것이란 위기의식이 커지는 분위기다.
빈과일보는 25일 홍콩 건제파 정치인들 사이에서 "이번 선거가 인재"라면서 람 장관을 원망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캐리 람 행정장관은 안팎의 퇴진 압력에 시달려 왔다.
일부 홍콩 언론과 외신은 최근까지도 중국 중앙정부가 2022년 6월 임기가 끝나는 람 장관을 조기 경질할 것이라고 보도한 적이 있다. 이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달 초 상하이(上海)에서 람 장관을 만나 홍콩 시위 강경 대처를 주문하는 등 중국 중앙정부가 람 장관 지지 의사를 표명하기는 했다.
하지만 홍콩 내 친중파 사이에서조차 람 장관을 노골적으로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짙어져 중국 중앙정부가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레이 옙 홍콩도시대학 교수는 "중국이 캐리 람을 계속 행정장관으로 둘지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할 때"라며 "친중 진영은 정부를 지지하기 위해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행정수반이 정치적 타격을 입고 중도에 물러난 전례도 있다. 퉁치화(董建華) 전 행정장관은 중국 중앙정부가 원하는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했다가 2003년 7월 1일 50만 홍콩 시민의 반대 시위를 맞아 이를 철회했고, 결국 2년 뒤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임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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