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상권 살려내자] 교외 신도시 개발로 `쇠락의 길`…젊은층 끌어들여 상권부활 도전장

2010년 58개 업소 성황 … 도시계획 맞물려 10년만에 점포수 20여곳으로 확 줄어
매일 붐비던 골목인데 요즘 주말만 반짝 … "대형 몇집 빼곤 대체로 장사 안돼요"
혼란스런 입구부터 정리 시급… 상인들 인프라보다 SNS 활용 마케팅 지원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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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상권 살려내자] 교외 신도시 개발로 `쇠락의 길`…젊은층 끌어들여 상권부활 도전장
대구광역시 동구 신암동 원조닭똥집 골목 입구에 서 있는 닭모양의 표지판

황병서기자 bshwang@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교외 신도시 개발로 `쇠락의 길`…젊은층 끌어들여 상권부활 도전장
도시개발과정에서 생긴 상권변화로 찾는 손님이 줄면서 빈 점포들이 늘고 있다.

황병서 기자 bshwang@


글 싣는 순서

1부. 풀뿌리상권이 경제 근간이다

2부. 풀뿌리상권 현장을 가다

3부.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5 대구 신암동 닭똥집 골목


"고된 하루를 씻는 닭똥집에 한 잔 술…".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광역시 동구 신암동 평화시장 옆 닭똥집 골목 일대. 노동자들의 술안주로 시작된 전국 유일의 닭똥집 골목이다. 이제는 빛바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초라하고 쓸쓸하기만 하다.

닭똥집 골목 옆 평화시장에 장을 보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만 보일 뿐, 닭똥집 골목을 찾는 이는 보이질 않는다. 간혹 보이는 사람도 음식점에 물건을 납품하는 택배 기사거나 시장 뒤편 대학으로 이동하려는 대학생들 뿐이다. 문 닫은 점포도 드문드문 눈에 띈다.

도대체 왜? 궁금해질 무렵 눈에 들어오는 상인의 한탄이 있다. "이제 골목이 한물 간겨여 …". 그랬다. 사람이 모이질 않았던 것이다. 대구광역시의 개발 과정에서 소외되면서 고된 하루 낭만을 찾아야할 사람들이 모이지 않게 된 것이 치명적이었다.

◇ 반토막 난 점포 수…신도시·뉴타운 개발로 '상권 휘청'

늦은 오후 가게 문을 열고 장사 시작에 앞서 가게를 정리하던 닭똥집 가게 사장 A씨는 "장사가 가장 잘됐던 2010년쯤에는 닭똥집 골목에 점포 수만 50개가 넘게 불어났었다"며 "지금은 20여 곳 정도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전에는 닭똥집 골목 뒤쪽에 있는 경북대학생들이 주 소비자로 자리매김 했었으나, 지금은 이쪽으로 오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골목 내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상인 B씨는 "예전에는 주말과 주중 가릴 것 없이 장사가 잘됐다"고 들었다면서도 "현재는 금요일과 토요일 밤 정도만 바쁠 뿐 사람이 없는 것은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대구 닭똥집 골목은 동대구역 3번 출구 인근에 있다. 역 뒤편 방향으로 약 700m 방향을 내려가다보면 대구 파티마병원이 나오고 병원을 낀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600m내려가다보면 커다란 닭모형을 형상화한 골목이 등장한다. 닭 모형에는 '닭똥집 명물거리'라고 쓰여져 있어 이 곳이 번성했던 거리임을 알 수 있다. 이곳 오르막길을 따라 200m 남짓한 거리를 걷는 동안 빈 점포가 드문드문 눈에 띄기 시작한다. 빈 점포에는 '임대 27평 주인 직접, 권리금 없음'이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닭똥집 골목 중앙에도 현수막은 어김없이 걸려 있었다.

◇ 화려했던 역사는 영화 속 한 장면이 되고

닭똥집 골목은 1972년 생겨난 평화시장과 역사를 같이 한다. 당시 평화시장 부근에는 인력시장이 섰었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술로 아쉬움을 달래려 시장을 찾았다. 이들의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개발된 것이 닭똥집 골목의 역사가 된 '튀김 똥집'이다. 이후 닭똥집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니 가게들이 연이어 들어서기 시작했고 2010년쯤에는 58개 업소가 성황을 이루었다. 경북대 출신의 한 학생은 "이전에는 저렴한 가격에 학생들끼리 많이 몰려 다녔다"면서도 "현재는 학교 앞에서 소비하고 끝내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닭똥집 골목의 중앙부에 위치한 가게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닭똥집 가게를 운영 중인 C씨는 "지난해는 시티투어로 관광객들이 닭똥집 골목을 지나가게 해 잠깐의 벌이라도 있었다"면서도 "올해는 시티투어 마저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중국에서도 대구공항을 통해 대구에 오는 관광객들이 있지만, 이들이 정작 돈을 쓰는 곳은 부산"이라면서 "이들만이라도 좀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도 나오면서 이슈화되긴 했었으나, 방송에 나온 가게만 잘 될 뿐 나머지 가게들은 한숨을 팍팍 쉬고 있다"고 말했다.

◇ 지역 개발에 동참하지 못한 것이 원인?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주민은 "닭똥집 거리는 1970년대부터 시작되어, 2000년 들어서부터 서서히 상권이 번성하기 시작했다"면서도 "2012년쯤 들어서부터는 그 많던 닭똥집 가게들도 빠지기 시작하더니, 골목 뒤편에 자리했던 각종 닭 요리 가게들까지 다 없어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닭똥집 가게 주인들은 대구의 도시계획과 맞물려 쇠퇴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있다고 지적했다. 1997년부터 21년째 닭똥집을 운영해온 주인은 "2010년 정도에 가장 장사가 잘됐다"면서도 "그때 당시에는 장사가 너무 잘 되다 보니 상인들이 위험 요인을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위험 요인은 대구 광역시 전체의 신도시 개발과 닭똥집 골목 인근에 들어서는 뉴타운 문제였다. 그는 "대구가 2007년 이전부터 신도시를 개발해 저렴한 가격에 젊은 세대들이 살 수 있는 도시를 교외 지역에 만들었다"면서 "젊은 유동인구 층이 교외 지역으로 나가다 보니 굳이 닭똥집 골목까지 들어와서 먹으려고 하는 인구가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6년부터 추진해오던 뉴타운이 지난해부터 닭똥집 골목에 들어서면서 공사 문제로 사람들이 다 빠져나갔다"면서 "지금은 대형 집 몇 곳 빼놓고는 장사가 전반적으로 안 된다고 보시면 된다"고 덧붙였다.

◇ "인프라 설치도 좋지만… 마케팅 쪽에 지원 필요"

또 다른 닭똥집 사장은 "이번에 동구청이 행안부 사업에 당선돼 이 거리에 투자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인프라 정비보다는 마케팅 위주의 공략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해야 하지만 본인 자체가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나이가 들다보니 SNS마케팅은 커녕 SNS조차 어려운 세대"라면서 "이 같은 것을 좀 대신 나서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닭똥집 사장은 "만약에 인프라를 개선한다고 하면 굳이 도로에 알록달록 색을 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눈이 오고 비가 내리면 결국 다 씻겨 내려갈텐데 유지보수비는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차라리 닭똥집 골목이 3개의 골목으로 입구가 나뉘어 분산되어 있어 관광객들이 찾아와 혼란을 느낀다"면서 "어느 한 입구로 강조점을 확 줘서 '여기가 닭똥집 골목이다'라는 식의 눈에 띄는 인프라 설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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