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글로벌뉴스팀장
![[DT현장] 또 혁신성장 얘기합니까?](http://contents.dt.co.kr/images/201911/2019111902102269607001[1].jpg "[DT현장] 또 혁신성장 얘기합니까?")
가히 경이로운 나라 한국이다. 그러나 눈을 안으로 돌리면 이게 같은 나라일까 싶다. 승합차 공유서비스 '타다'의 기소가 단적으로 말해 주듯 우리나라 혁신산업은 거꾸로간다. 참 한결같다. 싹을 틔우지도 못한 씨앗이 이래저래 말라죽어가는 풍경이다.
세계는 신기술과 플랫폼 사업모델로 무장한채 하루하루가 급변하고 있지만 한국의 혁신 시계는 멈춰 있다. 아니 애당초 그런 시계라도 존재했던 걸까. 혁신을 고민하고 꿈꾸던 빛바랜 사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시동조차 걸지 못한 혁신 엔진이 퀭하니 나부러져 있는 지금, 우린 대체 어느 지점에 서 있는걸까. 우리나라 혁신산업은 말뿐이지 도통 정책도 의지도 없어보인다. 그야말로 아무말 잔치다.
최근 블룸버그에 실린 칼럼은 그래서 더욱 가슴을 후빈다. 제목이 아주 직설적이다. "K팝의 나라가 어떻게 혁신에 실패했을까"(How Can the Land of K-Pop Fail to Innovate?). 필자는 아시아 담당 칼럼니스트 슐리 렌이다.
블룸버그는 "주위를 둘러보라. 한국의 우버는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모바일 결제부터 자산 관리까지 아우르는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 파이낸셜'에 근접한 기업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보다 한참 경제력이 뒤떨어진 인도네시아의 신생 벤처 캐피털이 대형 스타트업을 쏟아내고 있는데 대체 한국은 뭘하고 있느냐고 꼬집는다. 게다가 한국은 유니콘 기업이 몇 개 있긴해도 중국의 그것보다는 갓난아이 수준이라고 직설한다.
블룸버그는 카카오뱅크나 K뱅크 등 갓 태동한 핀테크 기업에게도 기성 은행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자금조달 능력이라는 장애물을 세워놓음으로써 제대로 된 경쟁 자체를 막고 있다고 진단한다. 블룸버그는 혁신의 해법은 규제혁파에 달렸다고 조언한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한국의 혁신기업을 그만 놓아주라"고.
블룸버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혁신산업은 각종 규제로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바이오, 사물인터넷, 우주기술, 3D프린팅, 드론, 블록체인,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VR·AR) 등에 대한 한국의 정책지원과 규제실태를 중국과 미국, 일본, 독일과 비교조사했다.
한국을 100으로 두고 상대적 수준을 관련협회 정책담당자들이 측정한 결과, 정책지원에서는 중국 123, 미국 118, 독일·일본 110이었다. 정부규제 강도에서는 중국 80, 미국·독일 90, 일본이 96이었다. 한마디로 4차산업혁명 정책지원에선 우리나라가 꼴찌, 규제수준은 선두였다.
수치가 말해주듯 한국은 여전히 규제공화국이다. 혁신산업이 꿈틀거릴 여지가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부터 혁신에 대한 주문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이 소리가 영 들리지 않나보다. 입법 미비라고? 국회 정쟁 탓으로 돌리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
올 한 해 최고의 시즌을 보낸 류현진이 귀국했다. 아시아 투수로는 최초로 사이영상 투표에서 1위 표를 1장까지 받았다. 시속 160㎞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그의 구속은 평균 146㎞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런 공으로도 메이저리그를 완벽하게 평정했다.
류현진에게서 '혁신'의 키워드를 발견한다. 혁신을 가능케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실용주의다. 그의 부단한 혁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류현진은 없었을 것이다. 혁신 없는 경제는 성장도 없다. 혁신의 의지도 자신도 없다면,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말라. 규제 없는 시장이 저절로 혁신의 엔진을 돌릴 테니까.
김광태 글로벌뉴스팀장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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