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 시스템 구축도
21대 국회 회기 내 통과 목표
21대 국회 회기 내 통과 목표
정부가 AI(인공지능)가 만들어낸 저작물, 현실과 가상세계를 결합한 AR(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콘텐츠 변화에 대응해 저작권 법·제도를 전면 개편한다. 또 저작권자·유통기업 등 모든 이해 관계자가 음악·영상 등 저작물을 투명하게 거래하는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윤성천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장(사진)은 "저작물과 저작권 분야가 2000년대 초 온라인·디지털화에 이은 또 한번의 기술 격변기를 맞았다"면서 "10년 전 대폭 손질했던 저작권법을 한번 더 전면 개정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1998년부터 문체부에 몸담은 윤성천 국장은 저작권 분야의 중요한 과도기에 사무관과 과장을 맡아 변화를 주도한 전문가로, 지난 7월 1일 저작권국장에 임명됐다. 사무관 시절인 2003년에는 디지털·온라인 기술변화에 맞춰 저작권법 체제를 전면 정비했다. 2011~2013년에는 저작권산업과장으로 재직하며, 국내 음악 저작물 거래 생태계를 바꾼 음악 저작물 이용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음악 저작물 권리자와 유통사 등이 신뢰할 수 있는 유통체계가 갖춰졌다.
윤 국장은 "지금의 변화는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바뀌는 차원이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자체의 획기적 진화"라면서 "2003년 개정된 저작권법이 디지털시대 저작권법이라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저작권법을 새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겨냥한 새 저작권법은 내년에 발의해 새로 출범하는 21대 국회 회기 내에 통과시키는 게 목표다.
문체부는 AI, 빅데이터, 실감형 콘텐츠, 3D 프린팅 등 혁신기술이 저작권 분야에 가져올 변화를 전망하고 준비하기 위해 이미 지난해부터 저작권 미래전략협의체를 가동하고 있다.
키워드는 AI다. AI가 만들어내는 저작물과, AI가 기존 저작물을 대량 활용하는 상황에 맞는 저작권 보호·활용 관련 질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윤 국장은 "현재의 저작권법은 인간의 저작물만 보호 대상으로 규정해, AI가 만든 창작물은 보호가 안 된다"면서 "AI가 만든 저작물은 어떻게 할 건지, 자본과 기술을 투자해 AI를 개발한 이에는 어떤 권리를 줘야 할지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 저작권법은 순수 창작자와 별도로, 자본이나 노동을 투입해 저작물의 부가가치를 높인 이에 대해 저작권과 비슷한 저작인접권을 인정한다. 음악 저작물의 경우 가수와 음반제작자가 해당한다. AI 저작물도 자본을 투자해 AI를 개발한 이에 대해 저작인접권을 줄 지 검토가 필요하다.
AI와 머신러닝이 다양한 저작물을 활용하는데,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저작권을 보호할 지도 약속을 정해야 한다. VR·AR 등 실감형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현실세계의 다양한 저작물이 부수적으로 포함될 수 있는데, 보호·활용을 어떻게 할 지도 질서가 필요하다.
이와 별도로 중소·벤처기업이나 1인 창작기업이 기존 저작물을 한꺼번에 대량으로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나 저작물을 개발하는 경우, 다양한 권리자의 이용허락을 일일이 받을 필요 없이 정부가 먼저 허락하고 이후 권리자에 사후 보상하는 일종의 규제 샌드박스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윤 국장은 "저작물 권리자를 찾기 힘든 경우 적용하던 기존 법정허락 제도에 일종의 특례를 도입해, 저작권에 취약한 중소·벤처기업들이 AI·실감콘텐츠 영역에 빠르게 진출하도록 돕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저작물 거래플랫폼 도입도 추진한다. 저작권위원회가 운영 중인 음악 저작물 이용정보시스템부터 개편할 예정이다. 현재는 음악 저작물 유통사와 권리자 단체를 연결해, 매일 누가 어떤 저작물을 얼마나 이용했는지 공유하는 중앙 서버 방식의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윤 국장은 "음악 저작권 사용료 지불은 쓴 양에 따른 종량제와, 기업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내는 방식이 혼용되는데, 현재의 시스템은 종량제만 지원한다"면서 "내년까지 매출액 정보도 담고, 대상 저작물을 방송음악, 온라인 공연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없는 영화, e북 등 영상물·출판물 이용정보시스템도 2022년까지 구축해 통합 저작물이용정보시스템을 완성하는 게 목표다. 또 모든 거래 관계자가 원장을 실시간 공유하는 블록체인 기반 분산형 시스템 도입을 추진한다. 저작권자와 출판사, 제작자 등이 복잡한 특약과 조건으로 거래해 분쟁 여지가 있는데, 투명하고 신뢰성 있는 플랫폼을 통해 해결해 주겠다는 구상이다.
윤 국장은 "5년 내에 블록체인이 저작권 관리의 새 장을 열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면서 "블록체인이 기술적으로 검증되면 2022년 이전이라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W 저작권 보호도 중요한 사회적 과제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SW 불법복제율은 32%로, 세계 평균인 37%보다는 낮지만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5%, 16%이고, 독일은 20% 수준이다. 윤 국장은 "목표는 선진국 수준인 20%까지 낮추는 것"이라면서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예방과 인식제고에 힘써, 불법복제율 하위 10위 국 내에 진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작권 보호를 위해 침해신고에 대응하는 일반수사 비중을 줄이고 기획수사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면서 "신기술 활용과 국제공조 통해 끝까지 추적해서 지능화·국제화되는 대규모 침해조직을 잡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이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개돼 있는 공유·공공저작물, 오픈소스 SW 등을 몰라서 못 쓰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 찾아가는 컨설팅과 전문교육을 확대하고, 유튜브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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