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일자리 중심 경제'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지 5개월 만에 금융권 일자리 성적표가 공개됐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금융업 일자리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위원회는 작년 말 기준 금융업 취업자 수를 83만1000명으로 집계했다. 금융회사 임직원 38만4000명과 보험설계사·카드모집인·대출모집인 44만7000명을 합한 수치다. 이 같은 취업자 수는 2015년 말(87만2000명)보다 4만1000명 줄어든 수치다. 금융업 중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은행에서 이 기간 1만4000명이 줄었다.
같은 기간 보험설계사는 1만5000명, 카드모집인(전업모집인)은 9000명이 각각 감소했다. 유일하게 금융투자업만 취업자 수가 4000명 증가했다.
금융위는 고용유발계수를 활용해 은행의 간접적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측정한다는 계획을 내놨었지만 은행별 성적표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맡은 금융연구원이 고용유발계수를 활용하면 부정확한 통계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금융위는 '금융환경 변화와 일자리 대응 방향'이라는 자료를 내고, "비대면 거래 증가로 전통적인 판매 채널 인력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화 등에 따라 금융회사 인력 수요의 구성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금융권의 영업·경영지원 등의 인력은 빠르게 준 반면 비대면 거래에 필요한 IT 인력 수요는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 실정을 들여다 보면 IT 인력 비중은 2015년 4.4%에서 2017년 4.2%로 줄었다가 지난해 4.4%로 늘어난 수준에 그쳤다.
이에 금융위는 대응 방안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외진출을 장려하고, 대외원조(ODA)와 연계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은퇴인력을 활용해 금융업 일자리 여건을 개선하는 등 금융업 종사자의 재취업 지원방안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금융사의 해외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은 제시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해외에 진출할 때 법인을 만들기 힘들어 지점을 운영하는 추세"라면서 "결국 현지 인력을 채용하게 되는데 이게 정부 차원의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일자리 창출이 금융 정책의 직접적인 목표가 되기는 어렵다"면서 "금융 본연의 역할인 실물 경제 지원, 양질의 금융 서비스 등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늘 여건을 만드는 데 정책의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2019년 9월 기준 금융·보험업 취업자수는 80만9000만명(통계청)으로 집계됐다. IT 발달로 비대면거래 증가 등에 따라 금융업 종사자 수는 2013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다. 이를 반영하듯 은행 점포수는 2015년 7445개에서 2018년 6953개로 줄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감원 및 각 협회가 금융회사로부터 취합한 통계. 금융회사 임직원은 은행업을 중심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며, 설계사·모집인의 경우에도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금융위원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