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比 고용 좋아졌다는 건 `어불성설`… 文정부 前과 비교땐 악화"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중위소득 이하 생계급여 수급 가구에 차액 40% 지급해 가처분소득 확대
일자리 창출·소득격차 해소·GDP 향상·세금 절약 등 파급 효과 '무궁무진'
'근로기준법 → 근로계약법'으로 전환… 勞融산업으로 일자리 시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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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比 고용 좋아졌다는 건 `어불성설`… 文정부 前과 비교땐 악화"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前한국노동연구원장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前한국노동연구원장


노동개혁이 지연되면서 우리 경제와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노동시장의 비효율 고비용 구조는 시급한 국가적 과제임에도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려 하지 않는다. 정부는 양대 노총와 지분관계를 따질 만큼 한 묶음이고, 산업계는 '적폐'로 몰릴까봐, 시민사회는 단체 '월담'하듯 친노조로 변질돼 있어서다. 그나마 일부 학계와 언론에서 목청을 높이고 있으나 주체가 될 수도 없고 반응 없는 메아리로 그친다. 노동은 총체적 변수다. 그 자체가 생계요 복지다. 두 가지를 함께 접근해야 한다.'노동적위대'의 대군 앞에서 홀로 노동과 복지를 아울러 개혁을 외치는 '투사'가 있으니, 바로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다. 박 교수는 줄기차게 노동개혁을 외쳐왔고 최근에는 복지와 노동을 융합해 한꺼번에 풀자는 '안심소득제'(safety income system)를 제안해 주목받고 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안심소득제는 기존 복잡하고 근로유인이 결여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폐지하고 생계·주거·자활 복지와 근로·자녀 장려금을 통합해 근로가구에 일정 비율대로 안심소득을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복지를 정착시키자는 것이다. 행정비용이 많이 들고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며 예산 누수가 많은 현행 제도를 근로의욕 고취, 근로로 인한 국민소득(GDP) 증가, 행정비용 절감, 누수 방지에 소득격차까지 줄일 수 있는 안심소득제로 대체하자는 주장이다. 최근 한국선진화재단 주최 세미나에서 박 교수는 안심소득제를 다시 한 번 강조한 바 있다. 노동개혁과 복지개혁을 아울러 겨냥한 박 교수의 안심소득제를 중심으로 그가 줄곧 주장해온 자유주의 노동시장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특히 노동의 자본화 모델인 '노융'(勞融) 개념은 한국적 노동 시각에 갇힌 사람들에게는 혁명적 변화다. 노동도 자본의 '금융'처럼 노동 공급자와 노동 수요자 사이에서 알선·파견·용역·리스 같은 기능을 하는 중개기관을 두고 '노융산업'을 키우자는 주장은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제안이었다.

박 교수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노동에 대한 고답적 인식을 혁파하고 산업의 대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노융산업을 일으키면 산업적 가치로도 충분할뿐더러 그 안에서 대체근로, 직장점거, 직장폐쇄의 문제가 해결되고 노동자 입장에서도 중개기관을 통해 얼마든지 현재보다 훨씬 폭넓고 유리한 조건으로 자신의 인적자본을 시장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마치 자본을 은행이나 증권회사, 펀드에 맡겨 불리는 것처럼 말이다. 인터뷰는 지난 11일 성신여대 박 교수 연구실에서 가졌다.

-최근 한국선진화재단 세미나에서 안심소득제도를 발제하셨는데, 어떤 배경에서 나온 건가요.

"생계, 주거 급여를 통해 올해 2019년의 경우 아무 소득이 없어도 4인 가족(이하 동일) 200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어요. 생계 주거 급여를 합치면 2100만원 정도가 나와요. 물론 소득이 없다는 인정을 받아야지요. 소득과 부양가족 등을 따져서 지급합니다. 지금 생계 급여를 받고 있는 사람이 80만~100만명 정도 될 겁니다, 정확한 통계는 봐야 하지만. 문제는 생계 급여로 2000만원을 받는다 하면, 연간 1000만원 연봉에 해당하는 일을 하잖아요, 그러면 생계급여에서 그만큼 까져요. 그럼 2000만원 받는 사람이 1000만원은 급여에서 받게 되고 1000만원은 벌어서 받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누가 일하냐고요? 지금 제도가 그래요. 2020년에는 70%까지만 상쇄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당국도 이 제도의 문제점을 안 거예요. 그래서 완전히 마지널 택스 레이트 100%니까 번 만큼 고스란히 뺏기는 겁니다. 단 근로장려금으로 2019년에는 300만원을 받아요. 이 300만원을 제하고 깝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2000만원 생계급여자가 1000만원짜리 일자리가 나왔을 때 일을 하게 되면 300만원만 더 벌게 되는 셈인데, 누가 일을 하겠어요. 통계로도 나타나요. 생계급여 받는 사람 중 근로장려금을 받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기초생활보장급여 생계 주거 자활 교육 의료 해산 장제, 일곱 가지 중에 생계 주거 자활을 떼내 안심소득제를 하자는 겁니다."

-복지 수용자 입장에서도 안심소득제가 유리한가요.

"우리 중위 소득이 연간 5000만원 안팎일 거거든요. 5000만원을 기준으로 그 이하가 되는 가구는 실제 가구 소득과 차액 중 40%를 안심소득으로 주는 겁니다. 만약 1000만원 소득 가구는 1600만원을 안심소득으로 주게 됩니다. 그러면 총 소득이 2600만원이 되는 거예요. 그러면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로 2000만원을 주고 있으니 안심소득제를 하면 처분가능소득이 600만원 증가하는 겁니다. 그 뿐 아니라 이 가구에 2000만원을 몽땅 줘야 했는데, 1600만원만 주게 되니 세금이 절약되는 겁니다. 그리고 이 사람이 일을 하니까 GDP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고요. 복지 수용자 입장에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지요."

-제도 변경으로 발생하는 혼란이나 추가 비용은 없나요.

"행정비용이 엄청나게 절약될 겁니다. 우리나라 2019년 복지 보건 노동 예산이 161조원입니다. 내년에는 181조원이고요. 인건비를 제외한 사업예산인데, 만약에 1000만명에게 나눠준다면 1년에 1810만원씩 나눠주는 거고요, 4인 가구 기준으로 하면 1년에 7200만원 이상을 세후 소득으로서 처분가능소득을 주는 겁니다. 이 정도면 해외여행도 할 수 있어요. 지금 웬만한 가정이 처분가능소득 7200만원을 못 누립니다. 그렇게 많은 돈이 지금 복지 보건 노동 분야에 쓰이고 있으니 그 중 상당 부분을 안심소득제로 돌리면 되는 겁니다. 제가 계산해보니 38조원 들거든요. 2018년 기준으로 하면 8조원이 더 들고, 올해의 경우는 추가 비용이 안 들어요. 이 금액이면 지금의 복지비용을 모두 커버하고도 남아요. 단 수용자들에게게 지금의 수혜 금액에 비해 낮아지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야지요. 적어도 같아지거나 높아진다는 전제를 충족하면서 도입하자는 겁니다. 그러면 복지 전달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누수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행정 데이터는 보건복지부보다 국세청에 더 많고 정확합니다. 국세청 데이터를 이용해 이 제도를 도입하면 복지행정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요. 복지 전달과정의 행정비용과 누수를 방지하는 효과가 대단히 큽니다. 지금 사회복지사가 하는 여러 가지 일은 매우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거든요. 소득 자료가 가장 많은 국세청 데이터를 통해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 제도를 하고 있으니 그쪽에 몰아줘서 하자는 겁니다. 그러면 근로의욕 생겨서 GDP 늘어나고, 보조금 절약되니 세금 절약되고, 복지 전달과정에서 행정비용 절감하고, 누수 발생도 억제하며 무엇보다 소득격차가 줄어드는 겁니다. 현재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지니계수는 중간 정도거든요, 안심소득제를 도입하면 소득격차가 작은 국가군에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도합 1석 5조가 되는 거예요."

-안심소득제를 도입하면 국민의 몇 %가 수혜를 입게 되나요.

"계산을 해보면, 제도 시행 후 전체 가구 중 89.2%가 처분가능소득이 증가하거나 최소한의 처분가능소득을 유지합니다. 1571만 가구(89.2%)와 4061만명(89.3%)이 안심소득제 이후 사회수혜금을 공제하더라도 소득이 증가하거나 현 처분가능소득 수준을 유지해요."

-그렇게 좋은 제도를 왜 도입하지 않는 겁니까.

"저도 모르겠어요. 예를 들어서 소득격차를 놓고 보면, 저는 소득격차가 축소되는 게 결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건 논외로 하고, 이 정부가 소득격차를 축소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소득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잖아요. 2019년 2/4분기 실질처분가능소득은 2017년 2/4분기 대비 전가구 평균은 1.9% 증가했지만, 1분위는 12.6%, 2분위는 3.3% 감소한 반면, 3분위는 0.8% 증가, 4분위는 1.8% 증가, 5분위는 7.1% 증가했어요. 따라서 5분위 배율(소득 하위 20% 대비 상위 20% 비율)은 2019년 2분기 역대 최고인 5.30으로 2017년 2분기 4.73보다 0.57 증가했습니다. 소위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실패 탓이예요. 그렇다면 일자리와 소득격차 해소를 정책 목표로 내걸고 있는 정부가 그 목표에 부합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겁니다. 기존 제도를 흔드는 것을 공무원들은 좋아하지 않지요. 작은 정부가 돼야 하는 건데, 그걸 반길 공무원은 없어요. 보건복지부의 거의 3분의 1이 날아가니까. 당연히 싫어하는 거지요."

-자유한국당도 이 제도에 관심이 없습니까. 얼마 전에 '민부론'이란 정책 지향점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저도 민부론에 넣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청했는데 안 들어갔어요. 참 답답합니다. 이 제도가 돈 쓰는 제도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모르겠어요, 사실은 절약하는 제도인데. 민부론에 이와 관련해 딱 한 줄 들어가 있더라고요, 그것도 노동쪽에. 이건 복지·노동이 같이 가야하는 거거든요. 저소득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하는 게 현대국가의 책무라면 복지노동이 같이 가야 해요, '생산적인 복지'가 돼야 하니까. 일할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복지가 가야 하니까, 그런데 지금의 제도는 일할 유인이 전혀 없다니까요."

-어느 당이든 내년 총선에 안심소득제를 공약으로 내놓는 방안도 있을 텐데요.

"어느 당이든 가져가는 당이 임자지요. 그래도 저는 자유한국당이 했으면 좋겠고, 민부론에도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당에 변호사들만 많아서 경제를 잘 모르는 건가요.

"아니 경제학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러는 겁니다. 제가 김종석 의원에게 계속 얘기했거든요. 그런데 제 생각인지 모르지만, 반응이'왜 귀찮게 하느냐'는 거 같았어요. 사실 이것 때문에 거의 싸우다시피 했어요. 제가 미국에 가있을 때도 민부론에 안심소득제를 넣어야 한다고 전화까지 했거든요. 그런데, 들어갔다는 식으로 하는 거예요. 노동 분야에 한 줄 들어가 놓고 그게 뭐가 들어간 거냐고요. 그래서 나중에 보니 이해도 제대로 못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한국당이 시장과 경쟁만 얘기하는데 소셜 세이프티 분야에서는 확실한 카드가 없어요. 확실하게 취약계층을 도와줘야지요. 그래야 모든 사람들이 경쟁에 참여하지 않겠어요? 밑바닥을 깔아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경쟁을 하라고 하느냐고요."

-유럽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제와 어떻게 다른가요.

"기본소득은요 기본적으로 아무 것도 없는데 절편(가로축의 총소득과 세로축의 순소득 그래프 상에서 총소득이 제로일 때 순소득이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이 있는 거예요. 안심소득제는 기본적으로 소득이 제로면 5000만원과 0원 사이의 40%면 2000만원이잖아요. 바로 그 금액이 기본소득제의 절편이에요. 아무 소득이 없으면 2000만원을 준다는 겁니다. 일종의 기본소득이지요. 그러나 조금이라도 일하는 사람들은 그것보다 조금은 줄겠죠. 단순히 보면 기본소득은 절편만 있는 셈이고 EITC(근로장려세제)는 절편이 제로이고 기울기만 있는 겁니다. 그런데 안심소득제는 그 두 개가 합쳐져 있는 거예요. 절편이 2000만원이고 거기다가 0.6W(W는 임금률)가 합쳐져 있는 거예요. 시간당 1만원의 임금이라고 보면 6000원을 벌어들이는 게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까 1000만원을 벌었잖아요, 1600만원을 받으면 2600만원이 되고요. 그런데 기본소득제에서는 절편 2000만원에 1000만원을 벌었고 세금을 400만원 낸 후 600만원이 얹히니 2600만원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0.6W가 기울기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의 제도는 0.3W입니다. 근로장려금이 2019년에는 30%니까. 2020년에는 조금 늘어난다고 하는데, 아마 0.6까지는 안 갈 거예요. 절편이 있으니 근로 인센티브가 상당한 정도로 갖춰지는 겁니다. 일을 하게끔 되는 거지요. 기본소득제와 안심소득제의 차이는 기본소득제는 무조건 돈을 주는 것이고 안심소득제는 근로유인을 유지하면서 소득 보전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기본소득제는 근로유인을 유발하지 못하고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 반면, 안심소득제는 근로유인을 유발하면서 현재의 생계 주거 자활 복지비용보다 약간의 재정만 더 필요한 정도입니다. 또 안심소득제는 기본소득제보다 소득격차 완화효과가 월등합니다. 안심소득제는 가구원 규모에 따라 가구소득이 특정 수준 이하 가구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이에요."

-학계에서 안심소득제를 제창하는 다른 학자는 없나요.

"우선 이런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없어요. 그리고 일단 제도가 제안이 됐으면 백안시 하지 말고 좀 고민해야 하는 거 아니예요? 제가 보기에도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인데, 공무원이나 학자들이나 뭔가 새로운 게 나오면 함께 고민을 해야 하는데 안 하는 거예요."

-안심소득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가 있나요.

"실질적으로 제대로 시행된 경우는 아직 없어요. 안심소득제의 근원을 말씀드리면 1962년 프리드먼이 쓴 '자본주의와 자유'(Capitalism and Freedom)라는 책에 '가난의 완화'라는 챕터에서 제시가 돼요. 여기서 그 유명한 '네거티브 인컴택스'가 나와요. 굉장히 혁명적인 개념인데, 기존의 복지제도를 다 없애고 네거티브 인컴택스로 단일화하자는 거였어요. 포지티브 인컴택스도 똑 같은 세율로 유지합니다. 우리의 경우에는 그랬다가는 폭동이 일어나니까 기존의 5000만원 이상 버는 사람들은 기존 조세제도로 그냥 가고 그 밑에 있는 사람들만 복지제도를 다 없애버리면 안심소득제를 하자는 겁니다. 단, 기존의 수혜보다 하향되지는 않는다는 전제 아래서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제도예요."

-프리드먼의 음소득제를 교수님 버전으로 만든 셈인가요.

"그런 셈이지요. 한국적으로 해석해서 만든 거지요. 네거티브 인컴택스가 말 그대로 적용되기에는 기존의 벽이 높거든요. 기득권들도 많고. 그래서 어떻게 좀 소프트랜딩 하려면 안심소득제로 변용해 적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형태 격변에 대응하는 제도로서도 유효한가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도 저는 기존 일자리는 사라지지만 새로운 일자리는 당연히 생길 거라고 봐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옛날에 러다이트 운동이니 하며 기계파괴운동이 있었지만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겼잖아요. 지금은 전과 다르다고 하지만, 그걸 어떻게 압니까. 전에 로마클럽이니 뭐니 해서 모여가지고 맨날 위기가 오고 자원이 고갈된다고 했는데, 그건 그 사람들 밥벌이 하는 겁니다. 시장에 맡기면 당연히 새로운 게 생깁니다. 지금 얼마나 많이 생기고 있어요? 새로운 것들이. 문제는 정말 경쟁력이 없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소셜 세이프티 제도로서 안심소득제 같은 걸로 커버하면 되는 거지요. 4차 산업혁명에 관련되는 IT, BT, AI 분야에서 지금 일자리가 많이 생기잖아요. 저는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면서 일자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과거의 역사가 그랬고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계속 이어질 거라고 봐요."

-미래에도 최저임금제가 소득향상과 고용시장 약자들을 위한 제도로 계속 유지될까요.

"4차 산업혁명 진행에 따라 또 기술발전에 따라 고용시장에서 낙오되는 사람들은 국가가 확실히 책임져야 합니다. 최저임금 같은 무책임한 제도를 갖고 생색은 정부가 내고 그 부담은 왜 중소영세 소상공인이 지냐고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4.0' '포스트 자본주의'라며 자본주의의 위기론이 제기됐었습니다. 최근 들어 경제학적으로는 좀 가라앉았지만 정치사회적으로는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사회주의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데요.

"2008년 위기 때 '자본주의 4.0' 얘기가 나왔는데, 사실은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라는 걸 통해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당시 미 연준(Fed) 의장 벤 버냉키가 하버드 나왔지만 일종의 프리드먼 제자거든요,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돈을 풀면서 위기를 극복한 겁니다. 1929년 경제대공항 때 중앙은행이 잘못된 정책을 펴 위기가 왔다는 교훈에서 출발한 겁니다. 그때 통계를 보면 통화량이 1~2년 사이에 3분의 1이 줄었거든요. 글로벌 금융위기를 미국은 극복했지만 유럽은 극복하지 못했어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다 위기 이후 엉망이 돼버렸잖아요. 그러니까 시장이 얼마나 경직적이냐 유연하냐에 따라 미국의 경제는 회복이 된 거고 유럽은 그렇지 못한 겁니다. 특히 트럼프가 들어서면서 엄청나게 호황을 누린 거고요. 같은 위기를 맞으면서도 시장이 어떠냐에 따라 대응이 달랐다는 거지요. 저는 '자본주의 위기'라는 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특히 자본주의라는 말 자체도 가치중립적인 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본주의'라는 말에 힐문(詰問)의 의미가 내포됐다는 말씀인가요.

"왜냐하면 자본주의라는 게 기본적으로 자본의 생산에 대한 기여를 인정하는 거잖아요. 노동가치설이 아니라는 겁니다. 자본에 대한 보상 개념은 고대 중세 근대에 이르기까지 계속 있어 왔어요. 예를 들어 성경에 보면 예수님이 예를 든 것 중에 달란트(고대 화폐 단위) 얘기가 나옵니다. 한 달란트 가진 사람한테 예수님이 뭐라고 책망하느냐면, 너는 왜 한 달란트를 은행에 맡겨서 원리금이 생기면 나한테 줄 수 있는데, 그러지 않느냐고 합니다. 왜 땅에 묻어 두냐고 나무라는 겁니다. 이자, 뱅크 이런 것들이 고대에도 상당히 확산돼 있었다는 증거 아닙니까. 그리고 그것이 부도덕한 것이었다면 예수님이 예화로 들지도 않았을 거예요. 자본의 생산에 대한 기여를 인정하고 대가를 지불한다는 것은 그 때도 중세도 현대에도 계속 있다는 겁니다. 오히려 노동에 대한 대가가 과거에는 없었지요. 노예노동이었잖아요. 중세에 들어와 농노로 약간 나아졌지만 준노예 정도였고, 근대에 들어와서 임금노동자라는 게 생기고 임금이라는 확실한 보상을 하게 된 거죠. 그러니까 현대 경제체제를 얘기할 때 사실은 자본주의라기보다는 '노동주의'라고 해야 해요. 좀 양보한다면 '자본노동주의' 아니면 휴먼 캐피탈리즘이 중요하니까 '인적자본주의'라고 하면 모르겠어요. 마르크스의 '자본론'에는 자본이라는 말이 한두 번 나올까 말까 하고요, 사실은 자본주의란 말은 사회학자들이 만든 겁니다. 특히 막스 베버에 의해 많이 퍼지게 된 겁니다. 사회학자들이 가치중립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는 겁니다. 지금의 경제체제를 비판하기 위해서 만든 말이에요."

-그렇다면 가장 현실에 맞는 이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시장경제체제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켓이코노미'라고 하면 다 커버가 됩니다. 마켓이 고대에는 그렇게 발달되지 않았고 중세를 거쳐 근대로 오면서 산업혁명 이후에 도시화하면서 마켓이 발달한 거거든요. 그러니까 시장경제라는 말이 맞는 거예요. 현재의 경제체제를 서술하는 데는 자본주의라는 말이 오히려 오해할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됩니다. 차라리 자본주의보다는 노동주의라고 하는 것이 맞아요.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의 보상은 자본에 대한 대가라기보다는 아이디어 즉 인적자본에 대한 대가잖아요."

-그러면 '위기'는 자본주의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거라고 보면 되겠군요.

"10년 전에 위기라 떠들었던 많은 학자들, 지금은 조용해졌잖아요. 그 사람들 매니페스트(고백)해야 하지 않나요?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무엇이냐면요, 학자들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 아무도 매니페스트 하지 않는 거예요. 안병직 교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매니페스트한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이게 사실 학계의 고질적 문제입니다. 잘못했으면 고백해야지요, 그래야 후학들도 '아 그렇구나' 하지, 구렁이 담 넘어가듯 그냥 넘어가는 겁니다. 그러면 후학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쫓아가다 지붕만 쳐다보는 거잖아요. 정말 꼬집고 넘어가야할 게,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고 이렇게 살아있는데, 왜 위기라고 했던 사람들은 버젓이 가만히 있냐는 겁니다."

-위기를 경계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나요?

"위기가 온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얘기하면 소위 메저(measure)가 1이예요. 인피니티 호라이즌(무한수평선)에서 한 점이니까 누구나 얘기할 수 있는 거예요. 타이밍을 딱 집어서 얘기해야지요. 아니면 언제까지 위기가 온다고 했는데 안 왔으면 자기가 잘못했다고 인정을 하거나 해야지요. 자본주의 위기라고 그렇게 떠들었던 사람들한테 지금 얘기 좀 해보라고 해보세요. 아무도 얘기하지 않잖아요."

-자본주의가 여전히 견고한가요.

"1990년 비즈니스위크에 게리 베커가 썼던 칼럼이 있어요. 89년 90년 그 때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러시아로 해체되어가는 과정이었는데, 제가 보여 드릴게요.(서가에서 자료를 찾아 보여주며) 여기 보면요, '마켓과 사유재산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자만하지 말고, 우쭐대지 말아야 한다. 자유경제에 대한 불륜적인 열광(love affair)은 무너지기 쉽다. 왜냐하면 1930년대 디플레이션과 2차 대전 이후 세계는 사회주의로 내달았다. 이런 '불륜'은 때가 되면 또 무너진다'고 했어요. 금융위기 때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 반(反)자본주의 목청을 높였던 것을 돌이켜보면, 게리 베커가 벌써 30년 전에 이런 상황을 예견했던 겁니다. 위기라는 것은 항상 말할 수 있어요, 그런데 언제가 중요한 겁니다. 자본주의 4.0이라고 떠들었던 많은 사람들은 이제 뭔가 얘기를 해야 하지 않나요? 사실 1930년대 40년대는 미국과 유럽에서 지식인들은 다 사회주의로 갔다고요."

-그런데도 지금의 경제체제가 지켜졌습니다.

"그 때 브레이크를 걸었던 사람들이 1947년 하이에크를 중심으로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ont Pelerin Society)라고 하는 모임을 만들어 사회주의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에요. 40명도 안 되는 분들이었어요. 그 분들이 학계를 바로잡은 거고요. 그런데도 이후 정체나 불경기 등 무언가 트집 잡을 게 생기면 또 자본주의 위기를 얘기하는 겁니다. 그러니 베커가 자만하지 말고 우쭐대지 말라고 한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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