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중기단체 긴급 기자회견
탄력근로·선택적근로 보완입법
현장 활성화해 부작용 줄여야
탄력근로·선택적근로 보완입법
현장 활성화해 부작용 줄여야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주52시간제 시행이 두 달도 안남았지만, 현장에서는 너무나 힘들다."
2020년 1월 1일부로 주52시간제를 이행해야 하는 중소업계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주 52시간제가 중소기업의 특성과 시장여건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유예기간을 통해 보완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12개 중소기업 단체는 1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50인 이상 300인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52 근로시간제를 1년 유예해줄 것을 촉구했다. 유예기간으로 시간을 벌어 탄력근로제, 선택적근로제를 현장에서 활성화할 수 있도록 개선해 부작용을 줄이자는 것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기업이 유연하게 노동을 활용할 수 있도록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 보완입법을 마련한다면 중소기업계도 주52시간 근로제를 지키겠다"면서 "지금은 노사정이 합의한 사항조차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 52시간제 시행 시기를 사업장 규모별로 달리해, 1~ 4년 유예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많아 법안 통과가 어려워 보인다.
중기업계는 아직 많은 기업들이 주52시간제를 도입할 여건과 준비가 안 돈 만큼, 더 큰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1년 유예와 보완입법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월8일부터 18일까지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52시간제가 준비안된 곳은 65.8%에 달했고, 52.7%는 시행유예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업계는 일이 없을 땐 근로시간을 줄이고, 몰릴 때에는 집중적으로 근로하는 탄력근로제,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상황에 따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선택근로제 관련 보완입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중소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해, 자연재해나 재난으로 집중적인 작업을 위해 노동시간 제한의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의 사유와 절차를 대폭 완화해 줄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기문 회장은 "우리나라는 연장근무를 주12시간밖에 못하게 돼 있지만, 일본의 경우 월45시간 내에서 유연하게 노동시간을 적용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며 "이같은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중소건설업종의 경우, 보완입법 없이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제때 준공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은 "주52시간제가 산업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기후, 일기 등에 영향을 받는 건설업의 경우 비가 많이오는 기간과 동절기 등에는 일을 할 수가 없어 날씨가 좋을 때 일을 집중해서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탄력근로제 보완입법 없이 주52시간제를 적용하면 납기일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는데 현행 제도는 그런 특성이 반영되지 않아 어려운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기업계는 회사의 성장단계, 업종 특성에 따라 차별을 두고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성장기업의 경우 초창기에 근로강도와 사업 집중도가 높아야 발전할 수 있으며, 근로집중도 저하는 회사의 디폴트로 연결이 될 수 있다"며 "R&D(연구개발)기반 성장기업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규제를 예외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미경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도 "연구개발직 비중이 크고 프로젝트성 업무가 많은 IT업종의 경우, 특정기간에 업무를 집중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고려없이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300인 이상 기업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선택근로제 개선을 요구했다.
강승구 중소기업융합중앙회 회장은 "유예기간이 1년이 됐든 2년이 됐든, 주52시간제는 기업인들이 어느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됐을 때 단계별로 시행해야 한다"며 "중소기업들이 계속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좋은 근로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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