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범죄 83% 사용자도 처벌
20년來 양벌규정 2205개로 늘어
징역형 등 처벌 수위까지 높아져
한경硏 "의욕 꺾는 法 개선해야"
20년來 양벌규정 2205개로 늘어
징역형 등 처벌 수위까지 높아져
한경硏 "의욕 꺾는 法 개선해야"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코스닥 상장사 대표이사인 A씨는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다. 회사 공시 담당 직원 B씨가 허위 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은 공정거래법 제70조 양벌규정을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한 IT(정보기술) 업체 CEO(최고경영자) C씨는 올해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C씨는 사업 확장을 위해 제조 협력사에 하청을 줬는데, 이 협력사에서 사람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해당 협력업체 뿐 아니라 원청회사 CEO인 C씨까지 처벌을 면치 못했다.
최근들어 경제 관련법의 기업·기업인에 대한 양벌규정이 늘면서 CEO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수천개에 이르는 처벌 항목을 일일히 관리하면서까지 모든 경영상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CEO들은 통상적인 기업 경영 활동이 마치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 관련 법령 285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형사처벌 항목 2657개 가운데 기업과 기업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양벌규정은 83%(2205개)에 달했다. 피고용인의 법 위반행위를 방지할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 법인 뿐 아니라 사용주까지 함께 처벌할 수 있는 것이 '양벌규정'이다. 처벌 수위도 높아서 징역 또는 벌금형이 2288(86%)개로 다수를 차지했다.
한경연 측은 "대표이사 등이 현실적으로 파악하거나 통제하기 불가능한 경우에도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로 인해 처벌받는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상 대표는 종업원의 연장근로나 임산부 보호위반, 또는 성차별 등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위법행위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20년 전과 비교해 처벌의 종류와 수위도 높아졌다. 1999년에는 총 형사처벌 항목 수가 1868개(법률당 평균 6.55개)였는데, 올해는 10월 기준 2657개(법률당 평균 9.32개)로 약 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처벌의 강도도 20년 전 평균 징역 2.77년과 벌금 3524만원에서 올해 징역 3년, 벌금 5230만원으로 각각 8.3%, 48.4%씩 높아졌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과도한 형사처벌은 우리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있다"며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형벌처벌 규정의 종합적인 정비기 아뤄지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CEO라는 자리가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리인 만큼 법에 따른 처벌은 각오해야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2000개가 넘는 규정을 관리하면서 경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처벌 규정을 단순하고 확실하게 정리해야 적극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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