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 통합 논의의 물꼬를 텄지만 초반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보수 통합추진단장으로 내정된 원유철 의원을 놓고 한국당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원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성동 의원이 저는 유승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와 신뢰관계가 없어서 통합추진단장으로 적절치 않다고 했다"며 "신뢰 관계가 없었더라면 두 달 동안 물밑에서 유 대표의 변혁 측과 소통의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원 의원은 "권 의원의 말은 한국당이 보수 통합, 야권 통합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잘 이뤄내야 한다는 충정으로 받아들인다"며 "보수 통합, 야권 통합은 국민이 가라고 하시는 길로 반드시 가야 할 길이고 그 길을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통합추진단장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으로 당 안팎에서 일고 있는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근 한국당 내부에서는 원 의원이 보수 통합추진단장으로 임명된 것과 관련해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권 의원은 지난 11일 황 대표에게 '보수 통합추진단장으로 원 의원은 아니라고 본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권 의원은 문자메시지에서 "자꾸 월권적인 발언을 하게 돼 송구하다"며 "제가 알기로 (원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신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지난 2015년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원내대표로 활동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지며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이후 원 의원은 유 의원의 뒤를 이어 원내대표직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원 의원이 유 의원의 사퇴를 주도했고 두 사람이 멀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권 의원의 문자메시지는 이 부분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도 원 의원 임명을 에둘러 비판했다. 장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 통합은) '지향점'이 분명해야 한다. '과거'와 '수구'를 떨쳐버리고 '미래'와 '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지금의 통합 작업이 국민들에게 그런 '설렘'을 주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아니,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라도 그런 '설렘'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고 썼다.
황 대표는 원 의원을 둘러싼 당 안팎의 비판에 "유 의원 측에서 요구한 사람이 원 의원이었다"며 "무리 없이 잘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 의원 측은 "원 의원을 원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보수 통합 논의가 시작부터 엇박자를 내며 통합 성공 가능성에도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원 의원이 보수 통합추진단장으로 임명된 이상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면서 "지금 추진하는 걸 보면 마치 유승민계를 영입하는 것이 보수대통합인양 잘못 판단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변혁만이 개혁보수인 것처럼 하는데 한국당도 개혁보수로 가야 한다는 국민 뜻을 잘 받들어서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개혁보수가 변혁만의 화두가 아니다"라고 불만을 나타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자유한국당 보수 대통합추진단장에 내정된 원유철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