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타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우리 측 협상 대표인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11일 "RCEP은 중국이 주도한 협정이 아니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중심의 협정"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중국이 참여하는 RCEP에 합류하면서 대미외교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유 본부장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RCEP은 중국이 중심이 되거나 주도한 협정이 아니라 아세안 중심의 협정이고, 그렇기 때문에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이 다 포함돼있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시장 공통으로 규범을 통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통상관계에 있어서 우려하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유 본부장은 "아세안 10개국이 하나하나 자유무역협정(FTA)를 해보니 하나로 묶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메가 FTA로 묶으려는) 노력을 아세안이 주도적으로 해왔다"며 "RCEP 장관회의를 할 때도 아세안 의장국이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모든 국가가 아세안 중심성을 표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해 한일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본에 대해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민감성은 최대한 보호하면서 전체 시장을 하나로 통합하는 RCEP의 정신도 충족시킬 수 있는 적정 수준에서 협상하고 있다"며 "(일본이) 양자협의에 성의 있게 임한다는 느낌은 있지만, 양국이 어떤 돌파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협의하겠다"고 했다.
인도를 포함한 RCEP 최종 타결 시점에 대해서는 "장관들끼리는 구두로 올해 안에 시장개방 협상을 다 타결하자는 이야기를 했었다"며 "일단은 내년 최종 서명을 위해서 법률 검토는 당장 착수하기로 했다. (각국의) 장관들의 의지를 봤을 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내년 서명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일본이 지난 7월 4일 시행한 수출제한 조치를 WTO에 제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