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적자예산 규모가 역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늘 전망이다. 특히 올해 1~3분기 사상 최대치의 적자를 기록한 통합재정수지가 연말까지 이 기조로 이어질 경우 적자예산 증가세는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산을 다루는 국회는 "경제 악화로 확장재정이 필요하지만, 이후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식의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10일 정부의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국회 예결결산특별위원회의 '2020년도 예산안 종합검토보고서' 등에 따르면 2019~2023년 정부의 연평균 총수입 증가율(3.9%)은 총지출 증가율(6.5%)과 2.6%p 격차를 보인다. 즉, 정부가 쓸 돈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들어오는 돈이 따라오지 못 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격차는 2004년 정부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한 이래 최고 수준이다.
또 정부 총수입·총지출 전망을 바탕으로 지난 8년간 4분기 총수입 추세를 반영하면 올해 통합재정수지는 1조6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통합재정수지는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 하나로 합쳐 내부거래를 상계한 뒤의 국가재정 상태를 나타낸 것으로 순수한 수입에서 지출을 차감한 수치를 일컫는다.
일단 정부는 지난 4월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안을 반영해 올해 통합재정수지가 1조원 흑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의 재정 적자는 지출 폭이 늘어난 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는 "4분기에는 국세수입 증가 등 총수입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재정수지 적자가 축소돼 연말에는 정부 전망치에 수렴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도 31조5000억원에서 2023년 49조6000억원까지 늘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 예상보다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예정처는 지난달 '중기재정 전망'에서 올해 통합재정수지가 4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내년 통합재정수지는 총 34조7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2021년에는 44조8000억원, 2022년에는 47조6000억원, 2023년에는 53조8000억원의 적자를 보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정부 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재정 건전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면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을 확장 운용할 필요는 있지만, 경제가 정상궤도에 오른 뒤에는 재정 운용법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결위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재정 건전성 확보와 재량지출 예산분배 효과성 제고를 위해 전략적인 지출검토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재정 전반의 지출 구조조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재정의 역할이 확대하면서 불요불급한 지출을 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