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내년도 예산안에서 14조5000억원 순삭감하겠다"고 예산 심사 기조를 밝혔다.
513조5000억원 규모인 정부 예산안을 삭감해 예산 총액 규모가 500조원 넘지 못하도록 규모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예산정책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성장률은 1%대로 기정사실화 됐고, 내년도 성장률 역시 암울한 상황"이라며 "세수 예측, 성장률 예측 모두 엉터리인 상황에서 재정구멍은 예고된 참사였다"고 진단했다. 나 원내대표는 "수입이 줄면 그만큼 지출도 줄이는 것이 인지상정이나 문재인 정권은 눈앞의 보여주기식 성과를 위해 국민 빚까지 내가며 514조원 슈퍼예산안을 짰다"며 "기존 중기재정계획이나 재정역량을 무시한 한마디로 '묻지마 과소비' 예산안"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예산안이 △청년에 부담 떠넘기는 빚더미 예산 △국민이익은 없는 정권이익 예산 △미래 위한 투자 없는 소모성 예산이라고 규정했다. 나 원내대표는 "세 가지 문제 예산을 '모두' 걷어내기 위한 본격적인 예산심사 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11일부터 시작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 맞춰 '꼼꼼'하고 '깐깐'하게 송곳 예산심사를 하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한국당의 순삭감 목표액은 14조 5000억원이다. 최대 감액사업은 △태양광 사업 △대북지원 예산 △일자리예산과 총선용 예산 등이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삭감 예산과 관련해 "태양광 마피아의 복마전으로 전락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과 국론분열을 초래할 광화문 기능보강 사업, 대북 퍼주기 예산과 관련해 남북협력기금 1조9500억원 중 인도적 지원분을 뺀 남북경협예산 1조원, 총선용 현금살포 예산인 일자리 사업 예산과 모태펀드, 지역경제와 관련해 효과도 없이 병 주고 약주고 돈 뿌리는 지역사랑상품권, 제로페이 사업 등 반드시 삭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이 각 부처 예산을 검토한 결과 대학생 단기 아르바이트 등 세금을 투입하는 단기 일자리 예산이 4조5000억원, 일자리 만드는데 투입하는 모태펀드가 9700억원, 목적에 위배 되게 일자리 창출에 사용하는 예비비 1조700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한국당은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할 생각이다.
반면 한국당은 민생·복지 예산과 안전·안심·안보 '3안(安) 예산', 공정가치 구현을 위한 '공정예산' 등 3대 분야 예산을 3조원 가량 늘릴 생각이다. 민생·복지 부문에서는 농민, 소상공인, 장애인, 보육, 어르신 등을 위해 농지 직불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골목상권 공동브랜드 사업, 시설현대화사업 등을 증액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장애인 활동지원 대상을 70세까지 늘리고,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3만원 인상, 난임부부 시술지원액 2배 인상 및 소득기준 폐지, 경로당 냉난방비 인상 및 안마기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안보와 관련해서는 북한 미사일 대응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3축 체계' 조기전략에 필요한 1조3000억원 외 1124억원을 증액하고, 해상 요격유도탄 등도 예산을 늘리기로 했다. 소방공무원 생명수당도 신설하고, 국가장학금도 1조원 가량 늘릴 예정이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정책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