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개미들의 '빚 투자'가 코스닥 바이오주 과열을 유도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강세를 보인 바이오주에 개인투자자 매수가 몰린 가운데 코스닥 시장에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의 증가세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총 9조2074억원이다. 6거래일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1200억원 넘게 잔고를 늘렸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일단 빚을 내 주식을 사고서 수익이 나면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고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 잔고가 많을수록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위험자산을 향한 투자심리가 뜨거워졌다는 점은 그 요인이 됐다. 미중 무역분쟁이 마침내 끝나가고 있다는 낙관론이 번지며 2년 가까이 글로벌 경제를 짓누른 불확실성 제거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용공여 잔고 증가에 따른 리스크 확대다.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 투자자가 빚을 내 산 주식을 증권사가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반대매매는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뿐 아니라 증시에도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해 빚을 내 주식을 사는 투자 행위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 임상시험 실패 등 바이오 쇼크를 일으킨 제약과 바이오 코스닥 종목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시장별 잔고를 살펴보면 코스피 4조559억원, 코스닥 5조1514억원이다. 8월 말 잔고와 비교하면 코스피는 3조9172억원에서 1427억원(3.6%) 늘었으나 코스닥은 4조4690억원에서 6824억원(15.2%) 증가했다. 사실상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고를 중심으로 전체 잔고를 불린 셈이다.
실제 개인이 빚을 내 코스닥에 투자한 종목에는 지난달 과열 양상을 띄며 상승랠리를 이어간 제약과 바이오주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10월 동안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가 몰린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6개 기업이 제약·바이오 관련주다. 에이치엘비나 신라젠, 헬릭스미스 등이 거래 상위에 이름을 올린다. 지난 한 주 코스닥 개인 순매수 첫손에 꼽힌 에이치엘비의 경우 위적항암제 '리보세라닙' 임상 3상 성공 소식에 주가가 크게 올랐다. 헬릭스미스 역시 지난달 개인투자자가 코스닥 종목에서 가장 많이 담은 종목이다. 이들은 하루걸러 급등락을 반복하며 바이오 태풍의 핵으로 부상한 종목이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바이오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제든 불확실성이 재차 확인될 수 있는 만큼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에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혜린 KT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해당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보면 시장이 너무 안일하게 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며 "여전히 연구개발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떠안고 가는 투자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달 17일에도 제약·바이오주와 관련해 '묻지마 투자'를 자제하고 과장과 허위 풍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