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
![[기고] `데이터 주권` 상실, 왜 치명적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911/2019110502102369607001[1].jpg "[기고] `데이터 주권` 상실, 왜 치명적인가")
하지만 싸이월드 측이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싸이월드가 서비스를 종료하면 현행법에 따라 이용자 데이터는 즉시 삭제된다. 정보통신망법 제29조에 따르면 싸이월드와 같은 인터넷 사업자가 사업을 폐업하면 즉시 보유한 개인정보를 파기하도록 돼 있다.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싸이월드 외에도 많은 인터넷 서비스가 사라졌다. 포털 서비스 '프리챌' 역시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누렸지만 서비스가 종료된 지 오래다. 데이터 백업을 위한 기간은 1달이 주어졌지만 해당 기간 백업 되지 않은 데이터는 폐기됐다. 또한 세계 1위 인터넷 포털 업체였던 야후의 국내 서비스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이러한 인터넷 서비스 종료 문제는 '데이터 주권'이 화두로 떠오르게 했다. 업체가 폐업해 데이터를 삭제해버리면 이용자는 이를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특히 글로벌 기업에 보관된 개인정보는 더욱 이용자의 데이터 주권 행사가 쉽지 않다.
이용자가 언제든지 자신의 정보를 직접 관리하며 이용자 데이터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흔들리는 데이터 주권을 잃지않기 위해 국내외 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되는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규제완화도 필요하다.
데이터 주권은 신체나 재산의 권리처럼 개인에게 정보 권리를 부여해 자신의 데이터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결정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뜻한다. 이를테면 유럽연합(EU)의 일반정보보호 법(GDPR)이 있다. GDPR에 따라 EU 내에서 운영하는 회사 또는 EU 시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개인정보보호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이를 어기는 기업에는 연간 매출의 약 4%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GDPR에서도 사용자가 기업이 보유한 자신의 개인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 자신의 데이터를 자신이 지정한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결정권을 강화했다.
하지만 데이터를 활용하는 산업이 빠르게 확산해가면서 데이터는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되었다. 2018년 국내 빅데이터 시장규모는 5843억원으로 집계되어 2017년 4547억원 대비 28.5%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EU에서는 2020년까지 개인데이터로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는 약 1조 유로이며 정부와 기업이 얻는 연간 이익은 3300억 유로로 예상한다.
개인정보의 유용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국가 및 기업은 개인정보의 보호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활용 기회를 높여나가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 개인정보 이동권을 통해 보호와 활용의 균형을 도모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영국의 마이데이터(MiData)와 프랑스의 셀프데이터(SelfData)는 개인정보를 정보 주체인 본인에게 돌려주고, 본인 스스로 판단 하에 개인정보의 활용 여부 및 방법을 제공하는 사업을 시행했다. 영국의 마이데이터는 자신의 거래내역을 'MiData' 파일 형식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셀프데이터는 개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인 자신의 통제 하에서 개인정보의 생산해 사용 및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히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는 각 분야에 마이데이터 실증 사업을 진행하며 데이터 주권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의료·금융·에너지·유통·학술연구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대상으로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를 선정했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본인정보활용에 따른 혜택을 체감해 개인중심의 데이터 유통체계를 확립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한 개인의 데이터 주권 확립과 자기결정권을 강화하고자 마이데이터 아이디어 공모전 및 해커톤을 개최했다. 앞으로도 데이터 주권과 유통 인프라 구축이나 개개인의 데이터 활용 역량 증진 등을 위해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과 역차별 해소,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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