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
![[포럼] 전기차 시대에도 내연기관 버릴 수 없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10/2019102902102369061001[1].jpg "[포럼] 전기차 시대에도 내연기관 버릴 수 없다")
IT 공룡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받은 니오(NIO)는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지만 설립 4년 만에 누적 손실이 6조원을 넘어섰으며, 홍콩 재벌 리카싱이 투자한 우룽(五龍, FDG)은 매년 3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아 최근 파산을 신청하였다. 2017년 포드와 합자하여 전기차 회사를 세운 중타이(衆泰)도 1000억원이 넘는 체불 문제로 자산이 압류된 상태다. 러에코 창업자 자웨팅도 미국에서 패러데이 퓨처를 출범하고 야심차게 투자하였으나 미국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이 외에도 난립한 수많은 전기차 업체들이 눈덩이 부채에 적자, 자산압류, 파산 등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유럽 업체들의 본격적인 전기차 개발 및 시장 진입 계획과 대조적이다. 폴크스바겐(VW)의 CEO 허버트 디에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이익률 감소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전기차가 전부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고 같은 중국 배터리 업체로부터 배터리를 구매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보조금 없이도 과연 가능할지 두고 보아야 하겠다. 이에 비해 3조7500억원을 개발 및 생산 자금으로 확보하고 신규로 싱가포르에 공장을 만들어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려고 했던 진공청소기 업체 다이슨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시장 진입 직전에 포기를 선언하였다. 미국의 할리 데이비슨도 전기 모터사이클을 개발하였지만 시장 진입을 포기하였다.
최근 한국 자동차 미래전략이 발표되었다. 정부와 업체가 협력하여 미래 자동차 산업 전략이라는 청사진을 그렸다. 크게 두 개의 목표가 있다. 그 중 하나가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 국내 신차 판매 비중 33%, 세계 시장 점유율 10% 달성이다. 매우 야심찬 계획이나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과연 자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부의 역할에서 리스크가 큰 기술 개발을 유도하고 시범사업 등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과도한 보조금에 의해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이 미래 전략에서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고용 효과의 감소다.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에 비해 전기차는 고용의 필요성이 상당히 감소한다,
이에 더하여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4차 산업화에 따른 고용 감소가 예측된다. 최근 현대자동차 고용안정위원회 외부자문위원들은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자동차 제조업 인력 수요가 20~40%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대비할 것을 권고하였다. 미국 GM 공장의 파업이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데, 주요 논쟁 이슈는 미국 내 4개 조립공장 폐쇄에 따른 노동자 고용 대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임금 인상, 수익 분배 등이다. 그래서 GM은 내년 폐쇄 예정인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픽업 전기차를 생산하고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공장에서는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노조에 제안했다. 오랜 협상을 통해 거의 합의에 이르렀지만 그 손실이 엄청나다. 이 사태를 통해 미국 노동조합이 얼마나 고용을 우선시하는지 알 수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형편은 미국보다 더 안 좋다. 현대기아차 노조가 어떻게 고용감소에 대응할지, 외국투자 업체인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은 어떻게 미래를 대비하고 고용을 유지할지 불안하다. 정부 대책에서 장밋빛 전기·수소차 중심의 미래 자동차 대책에 더하여 기존의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들이 어떻게 기술개발을 하고 고용을 확보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현명한 대비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최근 내연기관 최고 학술지로 꼽히는 엔진연구국제저널(IJER)의 편집진들이 '내연기관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묵직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한국에서는 KAIST의 배충식 교수가 저자로 참가했는데, 내연기관 연구가 앞으로도 얼마나 경제적·환경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한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였다. 문제가 있을 때 합리적인 대책은 있지만 완벽한 대책은 이상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내연기관 분야에도 지속적인 인재가 유입되어 자동차 배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연구 개발을 수행하여 경제적이면서도 환경친화적인 자동차를 만들고, 이를 통해 현재와 같은 고용도 유지할 수 있는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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