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널뛰는 바이오벤처株

'임상 실패' 오명 지우려는 조급함에
美 FDA 공인 결과前 자체결과 발표
바이오산업 신뢰도 스스로 깎아먹어
신약허가 신청결과 나와야 임상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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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에… 널뛰는 바이오벤처株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바이오벤처 기업의 주가가 회사측의 '임상 성공' 주장에 따라 널뛰고 있다.

2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업계 기대주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 등이 임상 3상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나온지 얼마되지 않아, 이를 뒤집는 자체 임상 결과를 속속 내놓으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임상 실패'로 곤두박질 쳤던 해당 기업의 주가가 '임상 성공' 주장이 나오자마자 가격 제한폭까지 넘어서며 수직상승하는 극단적인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리보세라닙'이 임상시험에서 1차 평가지표인 OS(전체생존기간)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던 에이치엘비는 최근 임상3상에 성공한 것처럼 발표했다. 이같은 소식에 회사 주가는 석달전보다 폭등,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가 5위에서 2위로 오르기도 했다. 리보세라닙은 이 회사의 자회사인 LSKBiopharma(현 엘리바)가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다.

이 회사가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에 성공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개한 데이터의 요지는 리보세라닙의 PFS(무진행생존기간), ORR(객관적 반응률), DCR(질병 통제율) 등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타사의 허가 약물과 비교했을 때,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결과값을 냈다는 것이다. 이는 2017년 2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12개국에서 2차 이상 표준치료에 실패한 위암환자 4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다.

회사 측이 밝힌 리보세라닙의 PFS는 2.83개월, ORR는 6.87%, DCR는 42.37%였다.

부작용의 경우, 고혈압 34%, 수족증후군 26% 등으로 양호했고, 그래드(grade) 3 이상의 심각한 부작용도 관리 가능한 범위(고혈압 17.9%, 단백뇨 7.5%, 수족증후군 2.9%)라고 밝혔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유튜브를 통해 "위암 3차 치료 신약물질인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에 성공했다"면서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회사의 자체 분석일 뿐이고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은 것도 아니다. 리보세라닙은 신약 허가를 위한 FDA와의 pre FDA미팅을 완료한 단계에 있다. 업계는 리보세라닙 임상 3상이 1차 평가변수를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인 만큼, FDA의 최종 허가가 나올 수 있을지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임상 3상 결과 도출에 실패했다고 밝혔던 헬릭스미스도 자체 임상 결과를 공개하면서 주가가 요동쳤다. 이 회사는 지난 7일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에 대한 자체 임상3-1B상 자체 결과를 발표했다.

헬릭스미스가 엔젠시스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다는 발표를 내보내자 이 회사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솟구쳤다. 앞서 임상 3-1A상 결과 발표 당시, 이 회사의 주가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임상3-1B상 결과 역시 FDA의 공인을 받은 자료가 아닌, 자체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해당 임상은 앞서 이 회사가 지난 9월 위약과 약물 혼용 가능성 발견으로 결론 도출에 실패했다고 밝혔던 임상3상(3-1A상)과는 다른 임상이다. 임상3-1A상, 3-1B상 모두 성공해야 FDA에 엔젠시스의 신약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임상실패→ 주가하락→자체 데이터 분석을 통한 '임상성공' 주장→주가 급등'의 패턴을 지켜보는 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미국 FDA의 공인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회사 측에서 자체 결과를 발표하며 '임상 성공'을 주장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바이오산업에 대한 신뢰도를 기업 스스로 깎아먹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임상에 성공했다면 NDA(신약허가신청)부터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자체 도출한 중간 데이터만 가지고 발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인허가 기관에서 받은 공적인 문서, 레터를 공표해야지 중간 데이터를 자꾸 흘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주가가 부양되면 바이오 종목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게 돼 후발 바이오기업들에 안 좋은 영향이 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임상에 확실히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은 NDA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임상 실패'라는 오명을 지우고 주가 급락을 저지하려는 조급함 때문에 서둘러 자체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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