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주요 증권사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쇼크' 수준의 3분기 실적을 내고 있다. 증시 침체와 금리 급등에 주식은 물론 채권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진 탓이다. 대부분 두 자릿수 실적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은 7분기 연속 1000억대 순이익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돼 눈길을 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까지 3분기 실적을 내놓은 NH투자증권과 KB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현대차증권 등 5개 증권사 모두 당기순이익 등 주요 지표가 전 분기보다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자기자본 업계 2위인 NH투자증권은 3분기 순이익이 1000억원에 못 미쳤다. 전분기 1076억원이던 순이익이 25.0% 줄어든 807억원을 기록하면서다. 이는 작년 3분기(1047억원)에 비해서도 23.0%나 줄어든 수준으로 시장 컨센서스(950억원)와 비교해도 15% 낮다. KB증권도 3분기 순이익이 614억원으로 전 분기(931억원)보다 34.03%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부진했던 작년 3분기(608억원)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나금융투자의 3분기 순이익은 586억원으로 전 분기(903억원)보다 35.05%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투자는 593억원 순이익을 냈으나 이 또한 전 분기(719억원) 대비 17.6% 수준이다.
현대차증권의 순이익은 반토막 넘게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3분기 순이익 135억원을 점친 것으로 현대차증권은 앞서 2분기 304억원 순이익을 냈다.
증권가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가 실적을 내놓지 않았지만 이들 역시 부진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실적 개선 요인이던 트레이딩 손익과 상품손익, 투자금융(IB) 수수료 수익의 호조가 급격히 얼어붙어 '실적 한파'는 4분기를 넘어 내년까지 이어갈 것으로 추정됐다.
4분기 실적 전망치가 전보다 하락한 곳도 적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미래에셋대우, 키움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4개사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와 키움증권은 현재 4분기 순이익 추정치가 3개월 전보다 각각 13.8%, 5.0% 낮아졌다.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에 대해 "3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았고 4분기 이익 추정치도 낮아져 연간 연결 순이익 추정치를 5.3% 낮췄다"고 밝혔다.
내년 실적 감익도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유안타증권은 NH투자증권에 대해 내년도 가장 큰 폭의 감익(-16.6%)을 전망했다. 이밖에 키움증권(-9.3%), 미래에셋대우(-6.7%), 한국금융지주(-6.0%) 순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옥매각익 소멸과 발행어음 잔고 정체가 내년도 NH투자증권 감익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채권평가익 증가 효과를 크게 누린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순이익이 전분기보다 줄어들 것"이라며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발행어음 인가가 지연되고 있고 한국투자증권은 일회성 이익(웅진코웨이 관련 IB수수료수익, 카카오뱅크 지분 축소 관련 이익) 소멸과 발행어음 잔고 정체, 카카오뱅크 지분 축소 등이 내년도 감익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요 증권사가 실적 한파에 신음하고 있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은 예외다. 이 회사에 대한 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1320억원으로 지난 2분기 1459억원에 이어 7개 분기 연속 1000억원 넘는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사들이 내년에 전반적으로 감익을 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은 유일하게 내년도 4.0% 증익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정 연구원은 "이 회사는 타사와 달리 이자손익 위주의 수익구조를 갖고 있어 높은 ROE를 바탕으로 한 빠른 자본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자손익 지속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