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다른 직장으로 여행을 떠나요"](http://contents.dt.co.kr/images/201910/2019102402102369660002[1].jpg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다른 직장으로 여행을 떠나요\"")
지난 20여년간 어두운 불경기 터널을 뚫고 탈출에 성공해 지금은 일자리가 아닌 극심한 일손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직하는 직장인도 최근 10년간 급증해 2018년 총무성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이직자 수가 전년대비 5.8%인 329만명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색 '여행사'가 인기를 끌고 있어 화제다.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직업여행사'라는 회사가 바로 그것인데, 이름 그대로 여행 감각의 편안함으로 각종 직업을 직접 체험하고 어떤 회사가 자신에게 맞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약 150여개 직종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희망자는 흥미있는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스스로 선택하고 서류심사를 거쳐 직업을 체험하고 마음에 들면 해당 기업과 이직 면담을 하게 된다. 1~2일간의 짧은 기간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한달에 4번 정도 정기적으로 원하는 직장에서 새로운 일을 체험하고 이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2017년 이후 참여 기업 중 40% 이상이 채용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경력 설계를 직접 체험하며 만들 수 있다는 게 '직업 여행'의 주요 콘셉트인데 일선에서 활약하는 전문가의 작업장을 방문하여 실제 업무를 하며 강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인기의 비결이다. 가격은 한국돈으로 10~20만 원 전후인데 당일 치기로 부담없이 체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가장 인기다.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다른 직장으로 여행을 떠나요"](http://contents.dt.co.kr/images/201910/2019102402102369660002[2].jpg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다른 직장으로 여행을 떠나요\"")
예를 들어 '건축사가 되는 여행'은 일급 건축사 사무소가 여행지가 되고 설계 강의를 받으면서 살고 싶은 집에 대해 브레인 스토밍을 하거나 모형의 제작도 체험한다. 점심 미팅에서는 솔직한 분위기에서 업계의 실정을 들을 수도 있다. 또 '영상 번역 작가가 되는 여행'은 인기 있는 영화와 해외 드라마의 번역을 다루는 전문 사무실을 방문해 실제로 자막 번역을 경험하며 하루 일과를 전문가와 함께 하며 번역가가 되기 위한 노하우 강의도 받을 수 있다.
한편 기존에는 취업이나 이직을 생각하는 개인이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조금 양상이 달라졌다는데,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기업의 연수 여행으로의 수요 증가다. 작년 가을부터 기업 연수의 일환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데 직장 동료나 선배와 함께 타사의 기업 문화와 업무 기술을 접해 봄으로써 자신의 업무의 개선점을 찾아 보거나 업무 효율 향상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렇듯 지금 일본은 이직률이 계속 늘어나면서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들과 제도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대기업에 인력파견업을 주로 하고 있는 한 회사는 파견회사를 결정하기 전 2~3일간 해당 회사에서 근무경험을 하게 한 후 파견 결정을 하는 제도를 통해 중도 퇴직률을 절반으로 줄이기도 했다.
또한 이직이 잦다보니 퇴직절차를 대신 밟아주는 대행업무도 꽤 인기다. 건(?)당 50만원을 내면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대신 퇴직 의사를 밝히며 욕먹는 것부터 각종 서류절차까지 모두 대행해주는데 이 회사 실적이 올해 들어 두 배 이상 성장하기도 했다.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우울한 뉴스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모습들이 생경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잦은 이직으로 인해 오히려 제대로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인게 현실이고, 그렇다보니 이직 시장은 거꾸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실정이다. '직업여행사'가 한창 불경기때인 2011년에 창업했다고 하니 지금이 '어른용 키자니아' 여행사가 등장할 좋은 타이밍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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