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시정연설
확장예산 정책 '포용경제' 강조
한국당 '망국 포퓰리즘' 맹비난
"협치는 공허한 메아리" 비판도
확장예산 정책 '포용경제' 강조
한국당 '망국 포퓰리즘' 맹비난
"협치는 공허한 메아리" 비판도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후 야당 의원들 측으로 향하자, 대다수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회시정연설에서 공수처·검찰개혁 등 기존에 내세웠던 정책기조를 대부분 이어갈 것임을 천명했다.
소위 '조국사태' 등으로 국론이 분열돼 검찰개혁과 안보, 경제 분야의 주요 정책에서 찬반 양론이 비등함에도 불구하고 원안 그대로 "갈 길을 가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더 많이 더 자주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회와 함께하고 싶다"고 했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서는 "사실상 '마이웨이' 선언"이라 지적하고 있다.
◇ 재정확대는 필수 = 지난해부터 매년 역대 최고의 예산안을 수립하고 있다. 내년도는 총지출이 9.3%늘어난 513조 5000억원 규모다.지난해 9.7% 예산을 늘린 데 이어 이번에도 확장예산을 편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빠른 통과를 당부했다. 이 예산을 통해 '포용' 경제를 더욱 확산하겠다는 복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년 반 동안 재정의 많은 역할로 혁신적 포용국가의 초석을 놓았다"며 "우리 경제가 대외 파고를 넘어 활력을 되찾고, 국민들께서도 삶이 나아졌다고 체감할 때까지 재정의 역할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에서는 일단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망국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 내년도 노인일자리 사업 예산만 1조1991억원에 달한다. 퍼주기식 재정살포는 국가 재정의 부실만 야기할 뿐이라는 것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앞서 정부의 이 같은 정책 기조가 "남미 망국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탄 것"이라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감안한 듯 "정부 예산안대로 해도 내년도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40%를 넘지 않는다. OECD 평균 110%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이고, 재정 건전성 면에서 최상위 수준"이라며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 모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본, 중국보다 높게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경제 상황이 건실해 재정의 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 공수처·검찰개혁 반드시 =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라며 "국회도 검찰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시기 바란다.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 등 검찰 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최근 '조국사태'로 인한 국민적 반발을 의식한 듯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한 이견도 있지만 검찰 내부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권력형 비리에 대한 엄정한 사정기능이 작동하고 있었다면 국정농단사건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 북한 외사랑 쭉~ =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한반도는 지금 항구적 평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를 마주하고 있다. 우리가 함께 넘어야 할 비핵화의 벽"이라며 "대화만이 그 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못박았다.
문 대통령은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전쟁의 불안으로 증폭되던 불과 2년 전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백하다"며 "지금 우리의 안보 중점은 대북억지력이지만, 언젠가 통일이 된다 해도 열강 속에서 당당한 주권국가가 되기 위해선 강한 안보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올해 5월부터 북한이 11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을 높이는 상황에서도 북한에 안보의 초점을 두지 않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우리 경제는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다"고 했다.
◇ 물 건너간 '협치'=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보수적인 생각과 진보적인 생각이 실용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는 항상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다"며 "더 많이, 더 자주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회와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이날의 문 대통령 연설에서는 국민을 두려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게 야권의 반응이다. 한 야권 인사는 "연설의 곳곳에서 '마이웨이' 기조가 나타났다"며 "다른 정치세력은 따르거나 물러서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이 언급해온 협치는 빈 메아리가 됐다는 것이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