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여당은 뜨거운 박수와 함께 호평을 쏟아낸 반면 야당은 야유를 보내는 등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생과 경제활력에 집중하는 내년도 예산의 방향이 혁신, 포용, 공정, 평화의 네 갈래로 구체화된 것에 대해서 공감한다"며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국회에서 신속하게 심의해 필요한 입법을 뒷받침하고 내년도 경기 침체와 하방의 위험을 극복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IMF(국제통화기금) 등 여러 국제금융기구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언급한 것처럼 현시점에서 재정확대는 경제 하방 위험성에 대응할 마지막 카드"라며 "야당의 초당적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의 분위기는 대조적이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시정연설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 마디로 국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준 연설"이라면서 "국민들은 미래가 없다는 점, 내년에 희망이 없다는 점에서 암울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 원내대표는 특히 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사법·검찰 개혁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한 것에 날을 세웠다. 그는 "연설의 압권은 다시 한번 공수처를 보채기 한 것"이라며 "조국 국면을 공수처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문 대통령의 조급증이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자화자찬만 있고 반성은 없는 연설이었다"고 비판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정과 검찰개혁을 국회에 주문하면서 조국 사태에 대해 한 마디 사과도 하지 않는 것에 심각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입만 열면 정쟁 유발을 하고 있는데, 검찰개혁 문제는 차라리 대통령이 입을 다무는 게 국회에서 법안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길"이라고 혹평을 퍼부었다.
이날 본회의장에서도 여야의 기싸움이 확인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연신 박수를 쳤지만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시정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에이', '말도 안 된다' 등의 야유를 보냈다. 일부는 손으로 'X(엑스)' 표시를 했고 송언석 한국당 의원은 양쪽 귀를 틀어막는 모습까지 보였다.
나머지 야당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일부 아쉬움을 나타냈다. 여영국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여러 대목에 동감하지만 몇몇 중요한 부분에서는 아직 대단히 미흡하다"며 "대통령이 사법개혁과 더불어 개혁의 양대 산맥인 정치개혁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불평등과 격차의 심화, 서민들의 고통, 사회적 분열이 극심한 상황에서 성찰과 다짐보다 자화자찬과 희망에 강조점을 둔 시정 연설에 많이 아쉽다"면서 "예산 심의 과정에서 양극화와 지역격차 해소에 재정이 실효성 있게 쓰이도록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했다. 장정숙 대안신당(가칭) 수석대변인은 "국민은 정부가 현실적인 목표 설정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일해 주기를 바라지만 대통령은 국민의 공감을 사는 데 성공적이지 못했다"며 "앞으로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