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車정비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문제없나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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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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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車정비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문제없나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2019년 4월, 자동차 전문정비업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의 적합업종으로 지정 신청이 이뤄졌다. 같은 해 8월 신청을 받은 동반성장위원회는 의견 수렴 및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입사를 중심으로 해당 업종이 소상공인 적합업종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출하고 있고, 국내 대기업 제조사들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법안에 명시된 4대 심의 기준은 소비자 후생, 산업 영향, 신청 주체의 영세성, 그리고 해당 업종의 보호 필요성이다. 그렇다면 각각에 대해 합리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해 보고자 한다.

우선 이 법안은 '소상공인'이라는 공급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다. 하지만 차량을 구매하고 운용하는 소비자의 권리가 무시된 듯 하다. 고객은 일반적으로 차량 품질은 물론, 애프터서비스 등을 두루 고려하여 차량을 구매하는데, 이중 어느 하나를 제한한다면 이미 차량을 운행했거나 구매를 할 용의가 있는 소비자들의 포괄적인 기대 가치를 직접적으로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서비스센터가 부족해서 안전에 중대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리콜 조치를 받기 위해서도 한참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불만은 특히 수입차 소유자들이 더 크게 느끼는 듯하다. 수입 자동차 판매회사가 초기 대규모 투자 자금 확보 및 그에 따른 수익성 확보 부담을 느끼고 있고, 인허가 가능한 부지확보 등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 공식 혹은 직영 서비스센터를 충분히 확대하지 못하고 있기에 비난을 받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 선택권은 배제된 채 소비자의 후생만 저해되는 상황으로 이어지며, 결국 시장경제의 기본적인 원리와 배치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전후로 평균 폐차 연령이 7~8년 이였던, 국내 자동차의 현재 평균 연식은 9년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 유럽의 경우 평균 10~11년 이며, 경기가 좋지 않은 스페인의 경우 12년에 근접하고 있다. 결국 지금 출시된 차량은 20년 후에도 멀쩡히 돌아다닐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 사이에선 가격은 일반정비소가 저렴하지만, 시설·서비스 및 기술에 대한 신뢰도는 공식 서비스센터라는 인식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결국 보증수리 기간까지는 공식 서비스센터를 이용하길 원하고, 그 이후에는 일반정비소를 이용하는 것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상호 보완의 성격으로 시장이 구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율주행, 전자제어 부품의 적용 비율 증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대표되는 친환경차가 날로 고도화되어가고 있는 기술발전 트렌드를 고려해 보면, 진입 장벽이 낮은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소상공인 적합업종에 자동차 정비가 포함된 것은 '함께 가는 사회'라는 큰 틀에서는 불만을 제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 정비기술의 발전을 소화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 등을 영세한 소상공인들이 적절한 시기에 구비하기가 용이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다시 말해 단순한 단기 교육과 적은 초기 투자금으로 참여하기가 앞으로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뜻이다.

자동차 판매·제작사는 판매한 차량에 대해 무상보증 수리를 제공해야 하는 법정의무가 있다. 특히 늘고 있는 수입 자동차를 고려한다면 판매사의 의무이자 소비자의 권리인 무상보증 수리를 받을 수 있는 공식 서비스센터는 더욱 늘어나야 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일정 자격 조건을 만족시키는 카센터를 경쟁적으로 확보하여 수입차의 지정 서비스 센터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문제다. 지금 이대로 대충대충 덮는 식의 급작스러운 제도 개선은 자칫 자동차 제작 및 판매사의 법적 의무와 소비자의 권리, 둘 다를 놓칠 우려가 있다.

위와 같이, 자동차정비업은 소상공인이 전담하기에는 무리가 많은 상황으로 판단된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자동차 디테일 샵 형태의 손 세차, 부분 도색, 광택 등 세분된 전문업종으로의 전환도 고려해야 한다. 국민소득이 진정한 3만5000 달러를 넘어서게 되면, 튜닝과 더불어 이러한 업종이 떠오르게 되는 것은 자동차 선진국의 역사를 봐도 충분히 예측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의 취지가 '상생과 동반성장'에서 시작한 것이라면, 한쪽을 제한해 다른 한쪽을 보호하기보다는 이미 자동차 메이커가 보유하고 있는 정비자료(매뉴얼), 기술교육, 부품정보 및 공급 부분의 공개화를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일반정비업체(카센터)가 스스로 필수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수입사에서 제공하고 있는 기술교육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생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다. 자동차 제작사도 데이터 제공이 기업 기밀 누설이 될 수 있다는 전 근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정보교환과 공유가 핵심 키워드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권리, 차량 소유자의 안전 보장 등 이런저런 거창한 이유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자체가 민주주의 경쟁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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