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놓고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정례 회동을 갖고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찰·사법개혁 법안 처리 방안을 논의했으나 접점 찾기에 실패했다.
이 원내대표는 회동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검찰개혁과 관련해 공수처법을 놓고 이야기했지만 쟁점이 있었고,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이 함께 묶여 있는 사법개혁안 중 공수처법만 분리해 우선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공수처가 '정권 연장용 수단'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른미래당도 "패스트트랙 합의를 깨고 파기 선언을 하는 것으로 동의할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앞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난 4월 '선(先) 선거법 개정안 후(後) 사법개혁' 처리를 약속했다.
여야는 오는 23일 예정된 '3+3' 회의체 실무 협상에서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 원내대표는 "23일에 실무 협상이 진행되니까 그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며 "그때가 중대한 고비일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여야가 23일 실무협상에서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 앞서 "여당이 공수처에만 목매는 것을 보면 급하기는 급한가 보다. 덮을 게 많은가 보다"라며 "그만큼 여당과 청와대가 본인들의 비리를 덮을 게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열린 당 사법개혁특위 간담회에서도 "이 정권에서 탄생하는 공수처는 본인 비리를 은폐하고 반대되는 세력에 대해선 없는 죄를 만들 것"이라며 "조국 구하기 법인 공수처에 대해 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이날 특별감찰관 문제와 비쟁점 민생법안 처리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 추천과 관련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준비가 됐다고 한다"며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좀 더 논의한 뒤 이번주까지는 가급적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비쟁점 민생법안과 관련해서도 31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최대한 처리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기로 했다"며 "3당 원내 수석 부대표들 간 민생입법회의에서 구체적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전했다.
인사청문회법과 관련해선 국회 운영위에 법안소위를 가동해 다루기로 했다. 513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놓고는 법정 시한을 지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야 3당은 23일 검찰개혁 관련 실무 협상과 별개로 선거제 개혁 논의를 위한 '3+3 회동'도 진행한다. 이 자리에는 여야 3당 원내대표와 함께 김종민 민주당·김재원 한국당·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이인영 더불어민주당(오른쪽부터),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검찰개혁안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협상을 위한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