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상품을 두고 '겜블링(gambling)' 같은 상품이라고 표현하며 "금융사 책임이 투자자보다 더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윤 원장은 대규모 원금 손실을 낸 DLF·DLS 사태와 관련해 "DLF에서 기초자산을 보면 독일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가면 투자자가 부담하고, 높으면 투자자가 수익을 얻는 일종의 겜블링 같은 상품"이라며 "이는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가 자기 책임 하에 했겠지만 더 중요한 책임은 금융회사에 있다고 본다"며 "(고위험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는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금융산업발전을 위해 손실이 나면 금융당국이 나서서 보상해주는 게 당연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취지를 잘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지만, 윤 원장은 "금융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강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윤 원장은 불완전 판매로 드러난 개별 상품 계약 건만 보상하는 게 아니라 전체 계약에 대한 보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윤 원장은 "판매시점 등만의 문제가 아닌 체계의 문제로 연결해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DLF 사태는 은행들의 내부통제 취약성에 의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보상에 대한 접근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날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번 DLF사태는 은행의 모럴해저드와 금융당국의 안이함이 만든 합작품"이라며 금융당국의 늑장대처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이번 DLF 사태와 관련해 저희 금감원이 완전하지 못했고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금감원이 가지고 있는 감독 수단만으로는 DLF 사태 예방과 억제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지상욱 의원과 김종석 의원은 함영주 하나은행 부회장에게 자료 삭제에 관해 집중 질의했다. 이에 대해 함영주 하나은행 부회장은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했다. 함 부회장은 "자료 삭제 사실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고, 삭제를 누가 왜 했는지는 잘 모른다"면서 "조직적으로 삭제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하나은행 측이 고의로 은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성 금감원 부원장보는 "삭제된 문건은 전수조사 파일로, 삭제 목적 자체가 손해배상 전수조사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오른쪽)이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