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조국사태와 노무현의 그림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910/2019102102102269660002[1].jpg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조국사태와 노무현의 그림자")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여기길 바랬던 민심의 실망감이다.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3년 전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잊은 채 10여년이 흐른 노무현 정부(2003~2007) 시절만을 복기하는 듯하다. 청와대와 여당, 정부 핵심인사의 상당수는 참여정부 사람들이다. 현 정부의 정책 또한 참여정부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그림자를 읽는다.
노 대통령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역대 대통령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을 많이 했던 대통령, 소신을 지키고 정치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던 지도자였다. 61세에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낙향했던 유일한 대통령이었다. 2009년 갑작스러운 서거로 인해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에 빚을 지었다.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작용이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미안한 감정도 크게 작용했다.
최근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여권 인사들은 '논두렁 시계 사건' 같은 일이 더 이상 일어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논두렁 시계 사건은 2009년 5월 검찰의 노무현 대통령 수사과정에 대한 보도를 말한다. 당시 한 방송 뉴스는 노 대통령의 가족이 2006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고가의 시계를 선물로 받아 보관하다가 박 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이 시계를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과 청렴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후 논두렁 시계 사건은 검찰의 과잉수사와 피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망신을 주는 행태를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참여정부 국무총리였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월 "노무현 대통령 때는 있지도 않는 논두렁 시계를 가지고 얼마나 모욕을 주고 결국은 서거하게 만들지 않았느냐"며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대표적인 적폐행위로 규정하기도 했다.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는 유시민 작가. 그는 1년여간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그의 현 공식 직함은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유튜브채널 '알릴레오'의 진행자이기도 한 유 이사장은 지난 9월초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문제가 불거졌을 때 취재를 이유로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를 걸면서 조국사태에 개입했다. 이후 유 이사장은 정경심 교수의 하드디스크 교체를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얼마 전에는 KBS와 검찰의 유착의혹을 제기했다. 알릴레오에 패널로 출연한 한 기자는 KBS의 A 여기자를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아서 정보를 많이 흘렸다고 발언해 성희롱 발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알릴레오의 영상자막 오른쪽에는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이라는 로고가 있다. 이는 알릴레오의 내용이 작가 유시민의 발언이 아니라, 노무현 재단의 공식입장처럼 보이게 만든다. 어떤 의미에선 유시민 이사장은 자신의 곡학아세 논리에 노무현 대통령을 활용하는 셈이다.
검찰의 과잉수사는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피의사실을 누설하여 피의자의 인격을 공격하는 행태도 바로 잡혀야 한다. 하지만 검찰개혁의 출발점은 변호사 14명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한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이 아니라, 힘없는 일반인들이어야 한다. 만약 이해찬 대표가 조국사태 이전에 논두렁 시계 사건을 검찰개혁의 논리로 내세웠다면 어땠을까? 전 정권의 적폐사건을 수사하면서 피의사실 공표 관행을 없앴더라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을 것이다. 결국 타이밍이 오해를 만든다. 노무현 대통령의 그림자에 기댄 사람들은 지난 2003년 참여정부가 국정 원리로 제시했던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분권과 자율'의 정신을 되새겨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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