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위기를 위기로 보지않는 게 위기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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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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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위기를 위기로 보지않는 게 위기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13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경제위기를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것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언급했다. 더욱이 그는 사람들이 경제가 위기라고 해서 지출을 미루면 진짜로 경기가 나빠지는데 그렇게 되면 "피해를 입는 중소계층, 서민경제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느냐"라고 언급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마치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 잘못된 정책으로 경제가 파탄 나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문제가 듣기에 따라서는 경제위기론 주장자들의 무책임한 주장 때문인 듯한 발언으로도 비쳐져서 대한민국 경제정책에 대해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청와대 경제수석의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물론 경제는 심리라고 해서 과도한 경제위기론이 자기실현적 현상을 갖고 있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경제가 과연 그런 수준인가. 경제위기론이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위기론을 함구해야 하는 때가 아니라,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지고 있는 경제의 위기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올바른 대책을 강구해 경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한 때다.

경기변동에 따른 등락을 두고 위기라고 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했다고 한다. 현재 한국경제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2008년 이후 기록해 온 경기저점 수준을 넘어서 하락한 상태다. 반등의 조짐도 확실치 않다. 따라서 단순한 경기변동에 따른 수축국면이라고 보기보다는 경기가 위기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지적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지난 9월 20일 발표한 10차 경기종합지수 개편결과다. 개편결과 경기낙폭이 개편 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있다. 2019년 7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개편 전에는 98.4였으나 개편 후에는 99.3이었다. 이로 인해 마치 경기낙폭이 그리 크지 않은 듯이 보인다. 문제는 경기낙폭이 크지 않은 방향으로 왜 어떻게 개편했느냐 하는 점이다.

경기동행지수의 변동요인은 추세변동, 계절변동, 불규칙변동, 순환변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경기변동을 보기 위해서는 추세변동 계절변동 불규칙변동 요인을 제거하고 순수한 순환변동 요인만 보는 작업을 한다. 그런데 이번 10차 경기종합지수 개편에서는 추세변화의 갱신주기를 과거 연간(연 1회)에서 반기(연 2회) 주기로 단축했다. 이렇게 되면 추세가 자주 변경되면서 자연히 추세변화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순환변동의 등락폭이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있다. 경기가 심각하게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이런 개편을 단행했는지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경기 추세변화 경신주기를 과도하게 단축하면 경기순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경기대응정책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통계청은 순환변동의 현실반영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추세변화 경신주기의 과도한 단축은 오히려 순환변동의 현실설명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특히 통화정책, 재정정책 등 경기안정화 정책의 파급시차가 대체로 6개월 이상인 점을 고려해 볼 때 6개월로 추세변화 경신주기를 설정하는 것이 경기안정화 정책의 오판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설비투자증가율은 2018년 2분기 이후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수출증가율도 2018년 12월 이후 연속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고용참사와 가계부채에 짓눌린 민간소비증가율도 저조해 제조업가동률은 70%대로 추락한 후 반등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고용참사도 지속되고 있다. 이것이 위기가 아니면 어떤 경우가 위기인가.

이 수석은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일축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금년 들어 내내 0%대를 지속하다 드디어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GDP디플레이터 변동률은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이는 임금 급등 등 생산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출· 투자·소비 등 수요가 극도로 부진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 디플레이션 가능성 일축보다는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경제정책 고위담당자가 위기를 위기로 보지 않은 것이 정말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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