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경제가 생산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출과 투자에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획재정부가 18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를 살펴보면 정부는 글로벌 교역과 제조업 경기 위축 등에 따른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이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이어지고 있고, 미중 무역갈등이 1단계 합의를 이루긴 했으나 향후 협상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린북 주요 지표를 보면 8월 전(全)산업 생산은 0.5% 늘었다. 전월 대비 광공업 생산은 1.4% 감소했지만 서비스업 생산은 1.2% 증가해 생산 증가세를 이끌었다. 9월 수출은 전년보다 11.7% 줄었다. 중국 등 세계 경제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8월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가 증가해 전월보다 1.9% 늘었다. 건설기성(불변)은 건축실적은 감소했으나 토목이 늘며 전월보다 0.3% 증가했다. 건설수주, 건축허가면적 감소 등은 향후 건설기성에 부정적 요인이나 내년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정부안) 증가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9월 소비자물가는 0.4% 하락했다. 1965년 공식 집계 이래 처음이다. 단,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0.6% 상승했다.
9월 국제유가는 사우디 석유 시설 피습 등으로 급등했지만, 관련 시설 조기 복구와 세계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반락했다.
9월 소비 관련 속보치에서는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이 전년보다 7.4% 늘어났다.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하다 증가로 전환했다. 온라인 매출액(4.3%), 카드 국내승인액(6.4%)도 증가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도 24.9% 늘었다. 반면 백화점 매출액(-5.1%)과 할인점 매출액(-7.7%)은 감소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전월보다 4.4포인트 올랐다.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1로 전월보다 3포인트 올랐다.
9월 고용동향에서는 취업자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34만8000명 늘었다.
9월 주택시장은 매매가격(0.01%)은 올랐으나 전셋값(-0.03%)은 내렸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IMF(국제통화기금)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최근 세계 교역 전망치를 낮춘 것과 관련이 있다"며 "우리처럼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싱가포르·홍콩 등도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홍 과장은 이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를 보면 한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한 '30-50클럽'(1인당 소득 3만 달러 이상·인구 5000만명 이상) 7개 국가 중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2위, 내년에는 1위"라고 부연했다.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와 관련해서는 "반도체, 세계 경기를 정상적으로 전제한다면 1%대는 아닐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국내외 전망 기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1%대로 떨어진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향후 수출과 투자의 부진을 벗어나는 관건은 반도체"라며 "반도체 초과 공급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상반기에 글로벌 반도체 경기 개선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반도체 장비 내구연한이 끝나 교체 수요가 생기는 시기도 내년"이라고 강조했다.
성승제기자 bank@dt.co.kr
홍민석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에서 열린 2019년 10월 최근 경제동향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