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우리는 중국인이 아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10/2019101702102369061001[1].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우리는 중국인이 아니다\"")
홍콩이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로 커지면서 경제력을 점차 갖추게된 식민지 홍콩인들은 참정권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2차대전이 끝나고 나서야 영국 정부는 홍콩인들에게 참정권을 일부 허용했다. 수입·직업·교육 정도에 따라 엄격히 제한함에 따라 홍콩 성인의 80%는 선거권이 없었다. 정치보다는 돈 버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아 홍콩인들의 투표율도 낮았다. 투표권을 갖고있는 홍콩 시민 가운데 실제로 투표에 참가한 사람은 소수였다. 한 지역구에선 선거권을 가진 400여명의 홍콩 시민 중 단 1명만이 투표한 예도 있었다.
대신 영국 정부는 홍콩에서 완벽한 자유방임형 자본주의 정책을 실험했다. 국민당이 국공내전에서 패배하면서 대륙의 자본가들이 대거 홍콩으로 몰려들자 영국 정부는 영국 본토에서는 하지못했던 정책을 식민지 홍콩에다 적용했다. 정부 간섭과 규제를 최소화했고 세금도 대부분 없앴다. 지금도 홍콩에는 부가세 뿐 아니라 양도세·상속세·증여세·배당세도 없다. 법인세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연간 과세소득이 200만 홍콩달러 이하인 기업에는 8.25%, 초과 기업에는 16.5%의 법인세율을 적용한다. 홍콩이 사업하기 좋은 '기회의 땅'이 되면서 전 세계에서 비지니스맨들이 몰려왔다. 미국의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은 이런 홍콩을 '자유방임형 자본주의의 세계적인 실험장'이라고 표현했다.
1992년 마지막 총독 크리스 패튼이 부임했다. 그는 27명의 전임 총독과는 달랐다. 그는 홍콩 민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패튼은 중국과 사전협의 없이 참정권 확대를 골자로 한 홍콩의 민주화 방안을 발표했고 1995년 홍콩입법의회 선거를 강행했다. 베이징 정부는 156년 동안 선거권에 인색했던 영국이 반환 직전 갑자기 '민주주의 놀음'을 했다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영국인들은 '민주주의'라는 마지막 선물을 주고는 떠났다.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우리는 중국인이 아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10/2019101702102369061001[2].jpg "[박영서의 니하오 차이나] \"우리는 중국인이 아니다\"")
제국주의 영국이 물러가고 중국 공산당이 들어왔다. 대륙에서 중국 자본과 중국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륙의 졸부들은 가뜩이나 높은 홍콩의 부동산 가격을 더 올려버렸다. 대륙의 엘리트들이 홍콩에서 직장을 가지면서 홍콩의 임금 수준은 떨어졌고 홍콩 청년들의 실업률이 올라갔다. 부익부 빈익빈은 가속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터졌다. 4개월 이상 장기화되는 이번 시위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주도하고 있다.
원래 이들은 중국인으로서 정체성이 가장 약한 층이다. 오히려 반대륙적 성향이 강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정체성 혼란에 경제적 어려움과 불평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자괴감은 부글부글 끓는데, 경직된 홍콩 정부와 비민주적 베이징 정부의 강압적인 태도는 기름을 확 부어버렸다. 이들에게 1997년 홍콩반환은 어찌보면 '재(再)식민지화'일 수도 있다. '송환법'으로 시작된 홍콩 시위를 이들이 이끌고 나가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이 세대에게는 새로운 홍콩이 필요하다. 대륙의 중국인들에게 홍콩을 빼앗길 수는 없다. 홍콩은 홍콩인들의 땅이다. 이런 기대와 우려가 정치에 비교적 무관심했던 홍콩 청년들을 '투사'로 탈바꿈시켰다. 따라서 홍콩 사태는 장기적으로, 그리고 복잡하게 진행될 운명인 것 같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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