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연인 최자·빈소 공개 기자에 악플 쏟아져
황망한 죽음이다. 그룹 에프엑스 출신 설리(본명 최진리)가 1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 갑작스러운 비보는 연이은 파장을 일으키며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설리의 비보가 전해진 후 그의 유가족들은 장례식을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기자가 빈소를 기사로 써 게재했고, 이를 본 누리꾼들은 "기레기"라고 힐난했다.
기자는 곧바로 유출된 장소를 이니셜로 바꿔 재전송했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본 뒤였다. 비난과 신상털이가 진행되면서 기자의 이름은 설리의 뒤를 이어 실시간 검색어 상위까지 올랐다. 추후 기자는 자신의 상사가 쓴 기사라고 해명했으나, 이미 분노는 커질 대로 커진 상태였다.
악플은 설리의 전 남자친구인 래퍼 최자에게도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최자의 SNS를 찾아가 설리의 죽음이 당신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설리가 세상을 떠나기 전인 12일 최자가 SNS에 올린 고기 사진을 두고 "설리가 죽음을 고민하며 눈물 흘릴 시간에, 당신은 고기를 먹고 있었군요. 맛있었나요"라고 비꼬았다. 살아생전 악플에 시달렸던 설리의 고통이 또 다른 고통으로 전이되는 상황이었다.
설리가 출연했던 JTBC2 예능프로그램 '악플의 밤' 또한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악플의 밤'은 스타들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악플을 직접 읽고 이에 대해 MC들과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올바른 댓글 문화를 되새겨보자는 의미에서 좋은 취지건만, 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이들은 악플을 읽는 것 자체가 평소 악플로 상처 입은 연예인에게 좋지 않는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폐지를 원하는 누리꾼들의 요구가 빗발치면서 제작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다른 한 편에선 설리의 죽음을 이용해 조회수와 구독자들을 늘리려는 유튜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15일 한 유튜브 채널에는 설리의 영혼과 접신해 자살 이유와 죽기 전 못다 한 심정을 말해준다는 동영상이 게재됐다. 영상 속 무속인은 연신 종과 부채를 흔들더니 자신의 몸 속에 설리의 영혼이 들어왔다며 사망 당시의 심정과 주변인들에 대한 원망감을 이야기했다. 아직 고인의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이런 발언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설리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유튜버들의 무분별한 '가짜뉴스' 난립도 문제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배포한 '자살보도 권고기준'에 따르면 자살방법과 도구,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아야 된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유튜버들에 대한 통제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몇몇 유튜버들은 고인의 사망 경위와 방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는가 하면 그녀의 사망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내용의 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높은 조회수를 위해 자극적인 말을 일삼고 고인을 모독하는 것은 일도 아닌 듯 했다.
유명인들의 극단적 선택은 대중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설리의 죽음을 두고 슬퍼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3자에 분풀이 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설리는 살아 생전 많은 악플에 시달렸다. 이에 우리는 이번 기회를 발판삼아 댓글 문화를 재고해봐야 한다.
악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잠깐 반짝이다 사라지는 거라곤 하지만, 자신의 힐난이 타인에겐 날카로운 창이 되어 위협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그것이 또 다른 청춘의 죽음을 막는 길일 것이다.
김지은기자 sooy0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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